2009년 12월 22일
세계의 여러 스페이스마린 챕터들
워해머 40,000의 인기는 90년대 후반 GW가 세계화 정책에 적극적으로 손대기 시작하면서 엄청나게 증가합니다. 이 과정에서 모든 면에서 지나칠 정도로 비즈니스적으로 변한 GW에 실망한 본국(영국)의 게이머들의 상당수가 빠져나간 것은 사실이지만, 10여년이 지난 지금은 전세계적으로 워해머의 위상이 높아진 것만은 확실합니다.
그중에서도 역시 워해머 40k를 대표하는 아이콘은 역시 스페이스 마린이지요. 우리나라에서도 자작챕터를 굴리시는 분들이 꽤 되고, 그 중에는 일반 상식과는(나쁜의미에서가 아니라) 동떨어진 색상과 설정을 갖고 있는 마린들도 존재하는 것으로 알고 있습니다. 하지만 규모면으로 볼 때 역시 양덕들에 비할 수는 없습니다. 양덕들은 온갖 해괴한 설정으로 마린 챕터들을 설립, 그들 중 일부는 대중의 공감을 얻어 준코덱스 챕터 수준(?)으로 격상, 전세계에 걸쳐 그 챕터의 플레이어들을 여럿 보유하고 있습니다. 1d4chan에서 발견할 수 있는 그들 중 일부를 소개해볼까 합니다.
1. 앵그리 마린(Angry Marines)

가장 인기많은 준코덱스 챕터. 어지간한 본국 플레이어들은 앵그리마린의 존재를 알고 있으며 무척 두려워한다(!) 기원을 알 수 없는 이 기묘한 챕터는, 모든 마린들이 하루 24시간, 일주 7일동안 언제나 화나있기로 명성이 드높다. 그 영향으로 인해, 이들은 언제나 근접전에 들어가길 갈망하며, 이 과정에서 일반 마린과는 조금 다른 워기어를 자체적으로 개발하기도 했다.
칼가의 쌍 파워피스트는 앵그리 마린 지휘부에서는 흔히 사용되는 무기이다. 터미네이터들은 파워족(足)을 애용하며, 그 외에 파워빠따, 파워뺀치 등을 주로 사용한다. 그들 자체적으로 사용하는 기갑으로는 프레데터 앵그리네이터가 있고, 최전선에 너무도 빨리 돌격하고 싶은 나머지, 휠윈드에 본인들을 총탄삼아 날리는 특수한 프레데터 휠윈드를 사용한다. 근접전에 특화된 마린답게 무려 블러드엔젤의 바알 프레데터를 사용할 수 있으며, 랜드레이더는 오직 크루세이더 패턴만 사용 가능하다.
다른 준코덱스 챕터와 달리 이들은 무려 그들의 코덱스마저 존재한다! (4판 룰이므로 개정이 시급하다. 이 명탐정은 아무래도 네크론보다 빨리 개정될 것으로 예상해본다.) 상술한 무기들이 존재하며, 포인트까지 명시되어 있는데, 터무니없다 생각될지 몰라도 무척 균형이 맞는 듯 보이기도 한다.(포인트가 능력치에 비례하여 상당히 높기 때문) 그들 중 몇가지를 간략히 소개하자면,

-ATSKNF- 마린들이 다 갖는 그 룰. 앵그리 마린도 엄연히 마린이다.
-드랍포드 어썰트- 마린이므로 드랍포드 사용 가능
-맹렬한 돌격(Furious Charge)
-선호하는 적(Preferred Enemy)- 슬라내쉬
-험지 이동(Move Through Cover)- 앵그리 마린이 근접전에 돌격하기 위해 지형을 마구 부수며 달려가는 것을 상징
워기어
-파워족(足)- 터미네이터만 사용 가능. 발의 질량을 극도로 높이며 엄청난 자기장을 발생시켜 터미네이터를 움직이는 괴물로 만들어내는데에 일조. +1A, +1W, +1T(바이크처럼) 부여.
-썬더뺀치- 썬더해머와 같지만 양손을 필요로 함. 렌딩 부여. 앵그리 마린 테크마린들이 종종 사용하며, 테크마린이 수리 사용시에는 옴니시아의 축복에 +1을 부여
-담배- 리더쉽 +1, 부대당 한개만 지급 가능.
기본 트룹 능력치
앵그리 스쿼드: Pts 19/ WS4/ BS3/ S4/ T5/ W1/ I4/ A2/ Ld7/ Sv 3+
앵그리 뉴비: Pts 15/ WS4/ BS3/ S4/ T4/ W1/ I4/ A2/ Ld6/ Sv4+
2. 아이돌 마린(Pretty Marines)
아이돌 마린들은 인간의 완벽함과 고귀한 위엄을 상징하는 존재들로, 특출난 외모와 기품은 기본, 거기에 전투능력을 갖고 있는 이들 가운데서 선발된다. 아이돌 마린들은 기습, 파괴, 축제와 꽃단장에 능하다. 연보라빛 파워아머에 장미심볼을 새긴 것이 챕터 마킹이며, 종종 전쟁에 빠순이들을 몰고다닐 불순한 의도로 마이크를 들고 다닌다.
아이돌 마린은 수술시 '빛나는 샘'이라는 기관을 추가로 장착하는데, 이 마린들의 눈물에는 상처를 치유하는 능력이 있다고 한다. 또한 이들의 눈을 똑바로 볼 때에는 최면유사현상을 발생시킨다고 하니 최종병기 마린이 따로 없다.
호루스의 난 당시에 호루스는 애네를 보고 아주 빡쳐서 전장에서 보는 족족 최우선박멸대상으로 삼았다고 한다. 아이돌 마린은 이때의 피해로 10,000년에 이르는 기간이 지나서야 겨우 챕터를 온전히 회복할 수 있었다. 하지만 호루스의 분노는 워낙 드셌으며, 매년 창립기념일마다 하루동안 부활, 다시 박멸하러 돌아온다는 전설이 있다.

*전장에서의 기록
Gerlei II의 전장에서 제국장교의 기록 중
... 오크들의 접근에 우리들은 모든 것을 잃었다고 생각했다. 그 순간 전장으로 행진이 오는 것이 저 멀리 보이기 시작했다. 보라빛 갑옷에 어깨와 깃발에 장미를 새긴 그들이 오고 있었던 것이다. 나는 아이돌 마린들의 영광을 몸소 체험할 수 있음을 감사히 여겼다. 그들이 가까이 올수록 공기가 맑아지는 느낌이었으며, 햇빛은 오직 그들만을 비추는 듯 했다. 아이돌 마린의 뒤에는 소로리타스가 전장에 행군하는 풍경 대신에 14살짜리 여자애들이 떼거지로 비명을 지르며 달려오는 것을 똑똑히 보았다.
전장에서 그들은 다른 아스타르테스들이 그렇듯 강하고 민첩했다. 오크무리들은 마치 독수리의 우아한 비행과도 같은 어썰트 부대의 갑작스런 기습에 놀라 흩어지기 시작했다. 전장은 곧 끝났다. 하지만 마린들은 승리를 기념하지 않았다.
오히려 그들은 매우 우울한 발걸음으로 쓰러진 한 형제를 안은 채 떠나기 시작하는 것이 아닌가? 나는 그들의 스카웃 한명을 붙잡고 외상 하나 없는 저 마린이 왜 실신했는지를 물었다.
"외상이 없다고?" 스카웃이 눈물을 흘리며 대답했다. "저 오크들이 형제의 뺨에 기스냈거든? 아아.. 그 아름다운 자태는 이제 볼 수 없게 되었어..ㅠ"
소녀들의 울음은 하루 밤낮동안 그치지 않았다.
3. 이성적인 마린(Reasonable Marines)
이성적인 마린 챕터는 제국이 조금 더 민주적이고 4만년대가 조금 덜 암울했더라면 스페이스마린이 어땠을지를 여실히 보여주는 챕터이다. 이상적인 마린들은 효율을 최우선으로 여긴다. 그들은 명령을 따르며, 주저없이 용맹하게 전장에 나선다. 단, 같은 목표를 달성하기 위한 다른 합리적인 이유가 없을 때에만 말이다. 그들은 적들을 토벌하는 것들보다는 항복을 유도하길 즐기며, 포로를 잡아 협상에서 우위를 점하길 원한다. 이들이 싸움을 싫어하는 것은 아니다. 다만, 그 비용이 높기 때문에 다른 방법을 모색하는 것일 뿐.
편견없이 전장을 보는 이성적인 마린들. 그러나 이상주의자들은 결코 아니다. 그들은 제국의 진정한 요구를 충족하길 갈망하며, 이 과정에서 외계인들과 거래하거나, 심지어 그들을 보호해야 할 상황에 직면한다면, 기꺼이 그렇게 할 것이다.
영웅적인 활약이나 승리에 대한 갈망은 이들 사이에서 매우 어리석은 일로 간주된다. 아무래도 그렇게 하는 것은 비용면에서 손해일 뿐만 아니라, 갈등을 지속시키는 요인이기 때문. 전장에서 이들은 주변 환경에 적합한 위장색으로 갑옷을 칠한 후에 출전한다. 아무리 간지나는 군장으로 출전하려 해도, 지휘부에 적법한 허가를 받지 않고는 절대 어림없다. 이 과정에서 그 간지나는 군장이 전장에서 얼마나 효율적인지를 논쟁하여 승리해야만 소지허가가 떨어진다.

자, 당신은 누굴 먼저 쏘겠습니까?
이 외에 디스코 마린, 졸린 마린, 무서운 마린, 게으른 마린 등이 현존하는 해괴한 챕터로 손꼽힙니다. 언젠가 기회가 되면 이들에 대해서도 포스팅해보도록 하겠습니다. 마지막으로
모든 스페이스마린은 원래 앵그리 마린이었음을 나타내는 명백한 증거
# by | 2009/12/22 16:58 | Warhammer 40k | 트랙백 | 덧글(39)
2009년 12월 10일
다크엔젤의 어두운 비밀 (下)
다크엔젤의 어두운 비밀 마지막 편입니다.
상편을 못보신 분들을 위한 링크 / 중편을 못보신 분들을 위한 링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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아스텔란과 그의 챕터는 모성 칼리반으로 귀환합니다. (참, 라이온 엘 존슨을 처음 발견한 루서는 처음부터 끝까지 계속 칼리반에 대기하고 있었다는 사실을 언급해 두는 것이 덜 헷갈릴 듯 싶네요.) 어쨌든 시간은 흘러 호루스의 난이 발발합니다. 비록 지구에서 한참 떨어진 칼리반으로 전해지는 정보는 다소 제한적이었지만, 점차 칼리반 내에서도 반란이 어떻게 진행되는지 모양새 정도는 알게 됩니다. 하지만 차례차례 호루스에 가담하는 프라이마크들, 그리고 배신을 거듭하는 스페이스마린 리젼들의 한가운데에 놓인 다크엔젤들은 제한된 정보 속에서 점차 누굴 믿어야 할지에 대한 혼란에 빠지게 됩니다.
이 와중에 칼리반으로 전해지는 수많은 정보 속에는 다크엔젤이 황제로부터 등을 돌렸다는 충격적인 사실도, 라이온 엘 존슨이 살해되었다는 정보도 포함되어 있었습니다. 잘 이해가 안 가시는 분들은 서기 200년경 삼국지에서도 등장하는 위보가 우주전쟁에서도 똑같이 진행된다고 생각하시면 됩니다. 어쨌든 밀려오는 정보는 신빙성이 떨어지는 것들도 명백히 존재했기 때문에, 칼리반의 다크엔젤은 끝까지 충성을 지키기로 맹세합니다. 그들은 즉시 칼리반을 떠나 호루스와의 전쟁에 참여하길 진심으로 원했습니다. 최초로 이를 제안한 것은 루서로, 그는 당장이라도 황궁수호전에 참전할 기세였다고 합니다. 라이온 엘 존슨과의 무선은 끊긴지 오래였고, 적어도 칼리반으로부터 수백 광년이 떨어져 있을 것이라는 것 외에는 확인된 바가 아무것도 없었습니다. 라이온 엘 존슨이 외딴 행성에서 전쟁중일지, 이미 황궁수호전에 참전한 것인지, 아니면 최악의 경우 호루스와 손을 잡은 것인지 확인할 수 있는 방법은 전무했습니다.
진위를 확인할 수 없는 정보의 파도 속에서 상대적으로 침공의 위험이 적은 칼리반을 소수의 인원으로 방어하고, 다수의 군사들은 출전하여 제국에 힘을 보태는 것이 결국 황제에게 충성할 수 있는 최상의 길이라는 데에 루서와 아스텔란을 비롯한 칼리반 다크엔젤 수뇌부는 합의합니다. 그러나 극도의 혼란상태인 챕터 내부에서 점차 불온한 움직임이 일어나기 시작합니다. 구 리젼에 비해 충성심이 다소 떨어지는 신병들 가운데에서 출전을 반대하는 이들이 세를 늘리기 시작한 것입니다.
곧 칼리반 궤도에는 참전 준비가 완료된 배틀바지와 수송선들이 분주하게 움직이고, 다크엔젤들이 함선에 모두 탑승한 후 떠나려는 그 순간, 반대파들이 행동을 개시합니다. 반대파의 제어 하에 칼리반의 행성 방어 대공포들이 궤도로 올라가는 다크엔젤들의 수송선을 격추시켰고, 이 과정에서 수백의 스페이스마린들이 희생됩니다. 하지만 대세는 주전파였기에, 반대파들은 재빨리 숙청되었습니다. 대공포를 제어하던 이들은 금새 진압되었으며, 그 와중에 살아남은 소수는 수송선을 훔쳐타고 잽싸게 도망가는 길을 택했습니다.
반대파들이 라이온 엘 존슨에 충성하고자 그랬던 것인지 다른 의도가 있었던 것인지는 분명치 않으나, 주전파로는 프라이마크의 의중을 파악할 수 없는 상황에서 내린 최선의 선택이었음에도 불구하고 반대하는 이들이 이런 식으로 무력행사를 하기 시작하자 칼리반을 떠날 수 없는 상황에 놓이게 됩니다. 섣불리 행성을 떠날 시 행여 남아있는 반대파들이 다시 칼리반을 장악할 수 있다는 우려에 이들은 결국 불가피하게 모성에 남기로 합니다.

모성에 남겨진 주전파 다크엔젤들은 칼리반의 숲으로 도주한 반대파들을 수색합니다. 이 과정에서 수많은 반대파들이 색출되었고, 세 달에 걸친 노력 끝에 이들을 거의 숙청하는데에 성공합니다. 모성의 안위를 지켰다고 믿은 주전파들은 곧 다시 호루스와의 전쟁에 참전하기 위한 준비를 마칩니다. 하지만 다시 떠나려는 그 순간 전멸시켰다고 믿었던 잔당들이 일거에 봉기, 순식간에 우주항을 점거하여 여러 수송선들을 탈취합니다. 탈취하고 난 뒤에 이들은 잽싸게 행성 궤도를 향합니다. 행성의 대공포를 섣불리 발사했다가는 본인들의 함선들마저 휘말릴 우려가 있었기에 지상의 다크엔젤들은 이를 손놓고 보고 있을 수밖에 없었습니다.
반대파들은 궤도에 대기중인 함선 가운데에서 아스텔란의 기선으로 사용되던 지구의 분노호Wrath of Terra를 탈취, 주위의 다크엔젤 함선들을 하나하나 파괴합니다. 지구의 분노호가 워낙 거대하고 막강한 전함이었기에 다른 함선들은 제대로된 저항 한번 못하고 먼지로 산화합니다. 그런 연후에 반대파들은 이 전함을 칼리반의 행성 표면으로 돌진시키고, 대기권에서 폭발한 이 거대한 전함의 잔해는 일부는 대지에, 일부는 남부 대양에 떨어지면서 인근 20km의 해변에 쓰나미를 발생시킵니다.
이때의 영향으로 칼리반의 숲들은 황폐화되었고, 황사와 재로 인해 태양빛은 한동안 표면으로 투과하지 못하게 됩니다. 다른 누구도 아닌 자신들로부터 행성을 지키지 못한 죄책감에 시달리던 다크엔젤들은 묵묵히 요새수도원으로 복귀합니다. 아스텔란은 행여 우주로 달아난 반대파들이 다시 복귀할까 우려하여 직접 행성의 궤도방어체계를 관리합니다. 시간이 어느 정도 흐른 후, 레이더에 칼리반 궤도에 전함들이 도착했음을 알리는 신호가 잡힙니다. 아스텔란은 이를 보고 맨 처음에 도주한 반대파들이라 지레짐작했으나, 곧 프라이마크의 전함임을 확인합니다.
하지만 이 시점에서 아스텔란은 이미 라이온 엘 존슨이 황궁수비전에 참전하지 않았음을 알고 있었습니다. 월드이터의 광전사들에 대항해서 성벽을 지킨 임피리얼 피스트의 이야기도, 배신자들의 착륙을 막기 위한 사활을 건 화이트 스카의 무용담도, 자신의 목숨을 버려가면서 황제를 보필하여 진정한 천사로 승화된 블러드엔젤 프라이마크의 전설도, 이어진 호루스의 죽음과 황제의 빈사상태에 대한 소식도 모두 존재했습니다. 하지만 이 이야기들과 무용담 속 어디에도 라이온 엘 존슨과 다크엔젤은 없었습니다.
이 부분에 대해 훗날 아스텔란을 고문하던 채플린 보레아스는 당연히 황궁수비전을 향하고 있었으나 도착이 지연된 것에 불과하다고 항변합니다. 이에 대한 두 사람의 대화를 잠시 옮겨적자면 다음과 같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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고문관: 프라이마크께서는 황궁의 방어로 리젼을 이끌고 계셨어. 그저 중간에 장애물이 많아 늦은 것 뿐이라고!
아스텔란: 그래서 그 위대한 라이온 엘 존슨께서, 제국 최고의 전략가 라이온 엘 존슨께서, 살면서 어떠한 전쟁에서도 단 한번도 패하지 않고 모든 전략을 관철시킨 그 라이온 엘 존슨께서! 가장 중요한 일생일대의 전쟁에서 순전히 '늦었다'는 것을 믿으라는 말입니까?
고문관: 하고 싶은 말이 무엇인가, 이단
아스텔란: 호루스의 난 마지막 순간에 라이온 엘 존슨이 참전하지 않았던 이유는 간단합니다. 논리적으로 생각해보면 너무도 간단합니다. 그는 그저 "기다리고 있었던" 것입니다.
고문관: 기다려? 뭘 기다렸단 말이지?
아스텔란: (고문관의 눈을 똑바로 쳐다보며) 뻔하지요. "누가 이길 것인가"를 기다렸던 것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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다시 이야기로 돌아가서, 행성방위의 총책임자나 다름 없던 루서는 라이온 엘 존슨의 도착에 마음이 무겁습니다. 그도 그럴 것이 행성을 지키라고 맡겨놓았더니 황폐화시켜둔 것을 다혈질로 유명한 프라이마크가 곱게 넘어갈 리가 없었기 때문입니다. 안절부절하고 있던 루서를 제쳐두고 라이온 엘 존슨의 음험함에 질릴 대로 질린 아스텔란은 자신의 직권 하에 대공사격을 명합니다.
이미 반대파들이 라이온 엘 존슨과 접촉하여 그들의 입장에서 털어놓은 사실만을 믿은 라이온 엘 존슨이 자신들을 살려둘 리가 없을 것이라는 가정은 아스텔란의 결심을 더욱 확고하게 만들었습니다. 아스텔란은 이미 황제와도 직접 수 번이나 대면하고 말까지 나눈 적이 있는 스페이스 마린 가운데서도 원로 중의 원로급이었습니다. 따라서 아스텔란의 눈에 가장 큰 충성의 대상은 어디까지나 황제. 황제 한명이었고, 프라이마크에 대한 충성은 어디까지나 그 다음이었습니다. 아스텔란은 황제의 명에 의해 자신의 휘하에 있는 스페이스 마린의, 그리고 그 아래의 인류를 구하는 것이 자신의 사명이라고 믿었으며, 그의 눈에 그것을 위협하는 프라이마크는 더 이상 프라이마크로 보이지 않게 되었습니다.
궤도의 함포가 프라이마크의 명령 하에 칼리반으로 포화를 퍼붓는 동안 라이온 엘 존슨은 자기 자신이 직접 혈안이 되어 루서를 잡고자 내려옵니다. 이에 대해 아스텔란은 '자신의 약점을 처음부터 끝까지 알고 있는 유일한 인물의 제거를 위한 광적인 행동'으로 이를 평가합니다.
라이온 엘 존슨의 함대로부터 내려온 수많은 포화들은 칼리반의 바다를 태웠으며, 대지를 갈랐고, 요새수도원을 폐허로 몰락시켰습니다. 흔들리는 대지 위에서 아스텔란은 정신을 잃고, 워프로 빠진 후, 1만여년이 지난 후에 다시 돌아와서 이 진술들을 남기게 됩니다.

*註
다크엔젤은 계급이 올라갈수록 챕터의 비밀에 조금씩 더 접근하게 됩니다. 데스윙을 넘어서서 이너써클의 영역 정도 되면 아마 위와 같은 정보에 달하는 것이 아닐까 싶습니다.
따라서 위의 정보가 전부 참이라고 전제한들, 대부분의 다크엔젤들은 이를 알지 못하고 싸우는 격입니다. 그들은 호루스의 난 당시 등을 돌린 폴른을 추적하기 위해 열과 성을 다하지요. 대부분의 다크엔젤들은 진실로 황제에 대한 충성심이 누구보다도 강한 이들일런지도 모릅니다.
실제 플레이어들은 이러한 설정때문에 다크엔젤을 더 좋아하기도 하고, 실망하기도 합니다. 음험한 분위기를 좋아하는 유저들에게 은밀한 분위기의 로브와 이런 비밀스런 설정들은 더더욱 챕터에 대한 흥미를 돋우는 반면, 황제와 제국에 충성하고자 다크엔젤을 기껏 선택한 분들은 난데없이 이런 것들이 갑툭튀해서 실망을 안겨줄 수도 있는 것이겠지요.
저는 아스텔란의 진술에 과장은 있을지언정 거짓은 없다고 생각합니다. 이 친구의 황제에 대한 충성심은 광적입니다. 조금 보태어 생귀니우스에게도 뒤쳐지지 않을 정도라고나 할까요, 단 대부분의 마린들과는 그 충성심의 이유가 조금 다릅니다. 본문에 언급한것처럼 아스텔란은 황제와 직접 대면한 스페이스마린입니다. 순전히 나이만 놓고 보면 스페이스 울프의 비요른과 비교해도 별 차이가 없을 겁니다. (물론 아스텔란은 워프로 중간에 몇천년을 뛰어넘었으니 직접 비교하기 조금 어렵습니다) 아스텔란이 보는 황제는 따라서 신이 아닙니다. 아스텔란은 황제가 걷는 것을 보았고, 웃고 슬퍼하며 화내는 것들을 바로 옆에서 지켜보았습니다. 아스텔란에게 황제는 단순히 숭배해야 할 신이 아니라 자신이 평생 열과 성을 다하여 모셔야 할 '주군'인 것입니다.
어쨌든 긴 글 보시느라 수고하셨습니다. 댓글이 새로운 글을 낳습니다.
# by | 2009/12/10 17:45 | Warhammer 40k | 트랙백 | 덧글(25)
2009년 12월 10일
다크엔젤의 어두운 비밀 (中)
분량상 상,중,하로 나누게 될 것 같습니다. 상편을 못보신 분들을 위한 링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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새로운 원정지는 알타이에스 성계였습니다. 알타이에스 성계로부터의 신호를 통해 인간들이 거주하고 있다는 것을 유추한 다크엔젤 함대는 라이온 엘 존슨의 지휘 하에 원정지로 이동합니다. 아스텔란 역시 챕터커맨더인 만큼 동행하게 되지요. 알타이에스 성계의 신호는 인간들로부터 왔다는 것이 명확했습니다. 실제로 행성에 거주하는 인간들은 일정 수준의 문명을 이룩한 상태였고, 행성은 제국의 확장에 있어 중요 거점이 되기에 충분한 조건을 갖추고 있었습니다. 단, 알타이에스는 이미 약 100년 전에 도착한 오크들에게 대부분 점거되어있는 상태였습니다.
이 오크들은 행성의 절대다수 인간들을 노예로 삼아 강제로 공장에서 전함이나 무기를 만드는 데에 동원했습니다. 다크엔젤에게는 더 지체할 이유가 없었습니다. 알타이에스인들에게는 마치 하늘의 번개와 같이, 오크들에게는 마치 전 우주가 그들을 공격할 기세로 다크엔젤들은 수송선과 드랍포드로 강하하는 동시에 궤도의 전함에서는 주요 거점을 향한 폭격을 시작합니다. 이 과정에서 수천의 민간인 사상자 발생했지만, 다크엔젤이 살리고자 했던 것은 행성과 인류였지 개개의 삶이 아니었음을 상기합시다.
리젼이 챕터로 찢어진 지금은 한 챕터 전원이 한 전쟁에 파견되는 경우는 없다고 해도 과언이 아닐 정도로 극히 드문 일입니다. 하지만 리젼단위에는 종종 이런 경우가 발생했고, 1,000명의 스페이스마린들이 드랍포드와 썬더호크 등을 통해 지상에 착륙하여 황제의 위엄을 발휘하는 장관을 아스텔란은 자신의 눈으로 목격했습니다. (이 진술을 할 당시에도 그 감동을 잊지 못하고 있었습니다) 물론 1,000명의 전사들은 한 세계를 점거하기에는 부족한 인원이지만, 적을 제거하는 데에는 충분하고도 남을 법한 숫자였지요.
정확한 전략과 계산으로 다크엔젤들은 가장 큰 공장들을 점거, 혹은 파괴합니다. 전광석화(오오)와 같은 속도와 정밀함으로 주요 가교와 교량, 요새와 착륙장들을 하나씩 손에 넣어갑니다. 궤도에서 다크엔젤의 함대는 오크 전함들을 원래 상태인 고철폐기물로 다시 분해하느라 여념이 없었습니다. 불과 2일만에 다크엔젤은 알타이에스 행성에 기지를 설립하는 데에 성공합니다.
거듭된 다크엔젤의 공습에 오크들의 수는 점차 줄어갔고, 그와 마찬가지로 저항 역시 눈에 띄게 약해졌습니다. 비록 숫자만 놓고 볼 때에는 거의 100대 1의 싸움이었지만, 기동과 협력, 스페이스마린의 우월함으로 점차 행성의 지배권을 착실히 장악합니다. 비록 오크들의 용맹함과 기세는 다른 어느 곳에서도 볼 수 없을 정도로 맹렬했으나, 라이온 엘 존슨의 위력에 비하면 모든 면에서 열등했음이 분명합니다. 아스텔란 역시 라이온 엘 존슨을 옆에서 지켜보면서 뛰어난 전략과 기지에 감탄을 금치 못합니다. 하지만 결국 타시스 구역에서 사단이 일어나고 맙니다.
비록 다크엔젤들이 압도적인 우세 속에 전쟁을 펼쳐나가고 있었다고 해도, 오크투성이인 행성 하나를 확실히 점령하는 데에는 많은 시간이 요구됩니다. 처음에는 며칠이면 끝날 줄 알았던 원정은 곧 몇 주, 몇 달, 심지어 1년이 지나도 끝나지 않게 됩니다. 하지만 1년이 지난 시점에서 오크들은 거의 확실하게 와해되어 고작 한줌의 저항밖에 남지 않게 됩니다. 마지막 남은 수천의 오크들은 남반구의 어느 산맥에 기지를 설립하여 때를 노리고 있었습니다. 아스텔란 휘하의 5개 중대가 알타이에스의 나머지 구역들을 순찰하는 동안, 라이온 엘 존슨과 아스텔란은 5개 중대를 이끌고 마지막 오크 잔당들을 소탕하러 출발합니다.

라이온 엘 존슨의 본색이 드러난 것이 바로 이 곳에서였습니다. 오크들의 갑작스런 기습공격은 8중대를 돌파하고, 자연스럽게 그 북쪽의 켈티스시(市)로 향합니다. 라이온 엘 존슨은 아스텔란에게 오크들이 켈티스를 점거하도록 방치할 것을 명합니다. 하지만 아스텔란에게 이는 이해할 수 없는 명령이었지요. 그도 그럴 것이 이를 그대로 방치할 경우 켈티스시의 500만 인구는 사실상 전멸하거나 운이 좋아야 노예로 전락할 것이 분명했기 때문입니다. 비록 알타이에스 행성에 처음 발을 내딛었을 때 민간피해가 없었던 것은 아니지만, 이 경우와는 엄밀히 달랐습니다. 전자가 불가피한 대민피해로 그렇게 하지 않았을 때 알타이에스 전체가 위험에 빠질 우려가 있었던 반면, 이 경우는 손만 뻗는다면 500만 인구를 구할 수 있는 완전히 다른 상황이었습니다. 아스텔란은 이 작전을 두고 "엘 존슨이 인간의 생명을 얼마나 경시하는지를 보여주는 대목으로, 휘하의 마린 몇을 살리고자 수백만을 위험에 빠뜨리는 이기적인 보존본능"이라고 힐난합니다.
아스텔란 휘하의 2중대와 4중대는 라이온 엘 존슨의 직속 명령 하에 켈티스로 향하는 오크들을 중간에서 끊을 수 있는 위치에 배치되어 있었습니다. 그러나 바로 이 시점에서 아스텔란은 라이온 엘 존슨의 전략적 천재성과 음험함을 동시에 발견하게 되는데, 실은 이 배치가 오크들을 저지하고자 하는 배치가 아닌 켈티스에 대한 공습에 있어 더할 나위 없는 최적의 위치였던 것입니다. 또한 8중대가 돌파되도록 한 배치 역시 오크들에게 켈티스시로 향하는 길을 열어준 것이나 다름 없었습니다. 말인즉, 라이온 엘 존슨은 애초에 켈티스를 미끼로 오크들을 유인한 것이었지요.
라이온 엘 존슨의 전략은 완벽했고, 그의 뜻대로 모든 것이 이루어졌습니다. 다만 에스텔란의 눈에 켈티스의 희생은 불가피한 것이 아닌 막을 수 있는 것으로 비춰졌습니다. 오크들이 평원에서 켈티스로 달려가는 동안 에스텔란은 긴급히 프라이마크에게 오크들을 소탕할 것을 요청합니다. 하지만 라이온 엘 존슨은 일언지하에 거절, 켈티스로 오크들이 들어가야만 비로소 완전하게 오크들의 씨를 말릴 수 있을 것이라고 주장합니다. 평원에서 칠 경우 오크들이 흩어지는 과정에서 몇몇이 살아남을 우려가 있고, 그 때문에 전쟁이 더 길어지는 것을 용납할 수 없다는 것입니다.
아스텔란은 어떻게 고작 그러한 이유 때문에 500만명을 위험에 빠뜨리는 것을 정당화할 수 있는지에 대해 반박합니다. 이에 대해 프라이마크는 100명의 스페이스마린을 살릴 수 있다면 500만명의 시민 정도는 얼마든지 버릴 수 있다고 대답합니다. 아스텔란은 이러한 프라이마크에게 실망을 금할 수 없었습니다. 아스텔란이 알고 있는 황제의 가르침은 인류를 외계의 위협으로부터 보호하는 것이었지, 그들을 이용해서 몸보신이나 하고 앉아 있는 것이 아니었습니다. 비록 전쟁에 있어 불가피하게 인명피해가 발생할 수 있지만, 아무리 봐도 켈티스는 그러한 경우가 아니었습니다. 아스텔란은 거듭 프라이마크에게 재고를 요청하지만, 라이온 엘 존슨은 단호했습니다.
아스텔란은 결국 자신의 목을 내놓을 것을 각오하고 단독으로 2중대와 4중대에게 오크들이 켈티스에 도착하기 전에 그들을 평원에서 진압할 것을 명합니다. 라이온 엘 존슨의 예측대로 2중대와 4중대는 상당한 피해를 입었지만, 결국 오크들을 소탕했고 켈티스를 위협으로부터 구해냈습니다.
물론 이 소식을 들은 라이온 엘 존슨은 격노했지요. 당장 그 자리에서 아스텔란과 그 휘하 챕터를 칼리반으로 귀향시키고, 23번째 챕터의 멘테우스 사령관을 아스텔란의 자리에 대체시킵니다. 놀랍게도 23번째 챕터는 엘 존슨의 명령에 의해 마치 이런 사태를 어느 정도 예상했다는 듯 고작 3섹터 거리에서 별 이유 없이 대기하고 있었습니다. 아스텔란은 응당 해야 할 일이었다며 라이온 엘 존슨을 설득시키려 노력했지만, 그는 단 한마디도 듣지 않았습니다.
# by | 2009/12/10 12:59 | Warhammer 40k | 트랙백 | 핑백(1) | 덧글(9)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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