블랙 라이브러리 한정판 이야기 (上) 워해머계 이야기


 워해머 관련 물건들 중에서 가장 수집욕에 호소하여 팔아먹는 더러운 물건, 블랙 라이브러리 한정판 소설을 소개하고자 합니다. 사실 국내에는 수집하는 분들이 몇 있지도 않고, 관심 있는 사람들도 딱히 없을 것이라고 생각하여 지금까지는 그냥 리뷰 쓸 때 구성품을 잠깐 소개하는 정도에 그쳤습니다만, 얼마 전 수집을 희망하시는 분이 질문을 하기도 하셨고, 국내에 정보가 워낙 없다보니 정리하는 것도 나쁘지 않을 것 같아 글 써봅니다. 상편에서는 개괄 및 한정판 종류 소개, 하편에서는 시세와 구매 루트 등을 다룹니다. 

<블랙 라이브러리 직원 리암의 책장>

 방금 가장 수집욕에 호소하여 팔아먹는 더러운 물건이라고 말씀드렸는데, 이게 틀린 말이 아닌 것이 다른 워해머 한정판, 가령 한정판 미니어처 같은 경우는 수량 제한이나 기간의 형태로 "자, 빨리 사세요, 이거 다 떨어지면 끝입니다!" 식으로 홍보를 해서 그렇지 같은 사이즈의 다른 미니어처에 비해 딱히 비싸게 파는 것도 아니고, 무엇보다도 그 미니어처의 조형이 정말 마음에 든다면 그 모델을 사는 것 외에는 대안이 없습니다. 하지만 블랙 라이브러리 한정판은 일단 정가가 일반판의 몇 배로 비싸고, 같은 내용의 소설을 다른 포맷(일반 하드커버, 페이퍼백, 이북)으로 결국에는 다 판매를 합니다. 한정판 미니어처는 똑같은 모델의 대체품이 없지만, 한정판 소설은 같은 내용의 대체품이 있다는 점에서 한정판 소설은 사실 굳이 비싼 돈 주고 사야 할 합리적인 이유가 없는거죠. 

 따라서 합리적으로 생각하면 일반판의 몇 배나 되는 가격을 주고 한정판을 살 이유는 없습니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블랙 라이브러리 한정판 소설들은 거의 올라오자마자 수 분 내에 품절이 뜰 정도로 엄청난 인기를 자랑합니다. 왜 그럴까요? 이유인즉 한정판 소설 제품들의 대부분(절대 전부는 아님)의 책의 물리적인 퀄리티가 정말 압도적으로 훌륭하기 때문입니다. 전용 표지, 일러스트의 디자인적인 수준과 가죽 표지의 마감은 조금 과장해서 사진만으로 전달이 되지 않는 무언가가 있습니다. 직접 만져봤을 때 주는 만족감이 엄청나거든요. 부수적으로 작가가 직접 서명하여 전 세계 750 ~ 2500부 정도만 나온다는 점도 뭔가 소장가치를 자극합니다. 그 외에 한정판은 일반판에 비해 6개월에서 18개월 먼저 나온다는 점, 한정판에만 있는 전용 단편 수록 등의 부수적 요인들이 작용하여 블랙 라이브러리 한정판 소설들은 어제도 오늘도 품절 행진을 이어가고 있습니다.

<그저께 올라왔다 1분만에 품절된 라그나르 블랙메인 한정판. 아직 호주 공홈에서는 구매 가능>

 워낙 인기가 많기 때문인지, GW에서 출판하는 한정판 서적들의 수는 매년 조금씩 증가하는 추세에 있습니다. 그리고 한정판 소설을 수집하는 책 사냥꾼들도 늘어나면서, 지금은 거래량도 제법 많고 책 별로 어느 정도의 시세와 등락의 흐름까지 존재할 정도의 나름 체계적인 중고 시장이 형성되었습니다. 그러면 구매 방법에 대해 본격적으로 알아보기에 앞서 우선 GW에서 현재 출간이 진행 중인 한정판 서적들의 종류를 먼저 살펴봅시다. 명칭은 제가 임의로 분류한 것이니 그냥 적당히 봐 주세요.


1. 시즈 오브 테라

 15년 전, 첫 호루스 헤러시 소설인 호루스 라이징이 출판됐을 때만 해도 호루스 헤러시가 이렇게까지 커질줄은 GW도, 팬들도 몰랐을겁니다. 긴 세월을 지나 현재는 호루스 헤러시의 종장인 테라 공성전이 현재 4권까지 진행 중이며, (단편을 제외하면) 8권의 정규 시리즈로 완결이 예정되어 있습니다. 호루스 헤러시 시리즈는 기존에도 하드커버 형식의 한정판을 몇 번 출간한 바 있으나, 사이즈만 다르고 표지 디자인은 일반판과 동일하여 한정판 느낌이 크지 않았습니다만, 테라 공성전에 들어가면서 정말 멋진 고전 제본의 양장본을 내놓고 있습니다.

<시리즈의 1권인 솔라 워>

 심지어 정식 넘버링 외의 단편까지 같은 포맷의 한정판으로 내놓고 있는데, 현재 시리즈물로 진행 중인 한정판 시리즈물 중에는 가장 균일하게 높은 인기를 자랑한다고 봐도 될 정도로 엄청나게 잘 팔립니다. 다행히(?) 저는 헤러시보다 40k에 관심이 많아서 손을 대진 않고 있습니다만, 생귀니우스의 고귀한 희생과 황제와 호루스의 결전과 동시에 대장정의 마지막이 될 8권의 경우는 가능하면 꼭 소장하고 싶네요. 그리고 시즈 오브 테라 시리즈는 아니지만, 호루스 헤러시의 원점인 2006년 출판된 1권 Horus Rising도 올해 시즈 오브 테라와 같은 형식의 한정판으로 2000부만 생산하여 워해머 월드에서 판매 중입니다.

 <참고로 이 시리즈는 바로 아래에서 소개하는 일반 한정판에 비해 책의 크기가 약간 더 작습니다.>


2. 일반(?) 한정판

  일반 한정판이라고 하니 좀 이상한데, 말 그대로 그냥 출간 소설들 중 일부를 한정판으로 내는 경우입니다. 어떤 소설이 이 포맷으로 출판될지는 아무도 모릅니다. 기준도 딱히 없습니다. 대체로 검증된 작가의 (판매량이 보증되는) 인기 있는 팩션(제국이요 제국)과 관련된 소설이 주 대상이긴 한데, 가끔 보면 처음 보는 작가라든가 인기 없는 것도 한정판으로 뜨는 것을 보면 일관된 기준은 없는 것 같습니다. 40k뿐만 아니라 에오지도 종종 일반 한정판으로 출간됩니다.

 일반 한정판들 사이에서의 공통점이라고 하면, 고전 제본/ 가죽 제본의 형식으로 책을 만든다는 것, 첫 페이지에 작가의 친필 사인과 총 발행 부수 중 몇 번째 책인지 적혀 있다는 것 정도 밖에 없습니다. 오히려 소설마다 책 표지 디자인이 다른 것이 특징입니다. 전부 개성이 뚝뚝 떨어지는데, 다행히도 사이즈는 통일을 해서 나란히 꽂아두면 제법 볼 만 합니다. 뭐, 표지가 전혀 다른만큼 소설 자체의 퀄도 들쭉날쭉하고, 그렇기 때문에 같은 일반 한정판이라도 그 가치는 천차만별입니다. 당연히 책의 내용이 좋고 + 책의 디자인이 이쁘고 + 인기 팩션에 + 발행부수가 적을수록 시세는 올라갑니다. 

<굿리즈 평점 4.4 + 피 색의 제본 + 블러드 엔젤 + 1250부의 4관왕으로 엄청나게 귀한 몸이 된 단테 한정판>

 이 카테고리에는 한 권 기준 시세가 가장 비싼 한정판도, 저렴한 한정판도 전부 다 들어가 있을 정도로 다양한 책들이 있습니다. 대부분 한 권짜리 소설들이지만, 간혹 2권짜리 시리즈물로 나오는 경우가 있는데 그 경우 1권은 이상할 정도로 구하기 어렵고, 2권은 이상할 정도로 낮은 가격에 책정되어 있는 경우가 많습니다. 

<오늘의 제 책장. 개인적으로 가장 열심히 수집하는 카테고리이기도 합니다.>


3. 프라이마크 시리즈

 호루스 헤러시의 각 프라이마크를 주인공으로 한 노벨라(일반 소설/단편 소설 사이의 중간급 분량의 적당히 짧은 소설) 시리즈입니다. 노벨라기 때문에 주인공의 성장배경부터 현재까지의 흐름을 묘사하는게 아니라 특정 사건을 중심으로 해당 프라이마크의 행동을 묘사합니다. 현재까지 약 절반 정도의 프라이마크 시리즈가 출판되었고, 프라이마크의 인기별로 책의 시세도 천차만별입니다. 가령 초 인기남 로부테 길리먼은 시세가 정말 높지만 패러스 매너스 같은 경우는.. 여튼 저는 출판된다면 생귀니우스만 사볼까 합니다.

<펄그림도 상당히 인기가 높습니다.>

<프라이마크 시리즈만 수집하는 분들도 꽤 있는듯>


4. 챕터 3부작 시리즈

 스페이스 마린 챕터 하나를 잡고 그 챕터를 주제로 출판된 책 세 권을 하나의 박스 안에 넣어서 파는 형태입니다. 발행부수가 워낙 적어서 인기가 많은 한정판이긴 한데, 무슨 기준으로 챕터를 뽑는지 도저히 모르겠습니다. 스페이스 울프, 울트라마린, 블러드 엔젤 등의 인기 챕터들도 전부 3부작 소설이 나온 적은 있지만, 이 포맷으로 출판된 퍼스트 파운딩 챕터는 다크 엔젤과 샐러맨더, 나이트 로드 정도입니다. 

<3부작 박스 세트는 발행부수가 적습니다.>

 꼭 스페이스 마린이 아니더라도 인기 시리즈의 경우 더러 3부작으로 나오기도 합니다. 가령 아이젠혼 3부작 한정판의 경우는 물건도 귀하고 당연히 시세도 높습니다. 

<돌아버린 가격. 책이 아무리 비싸도 이 정도로 나가면 팔겠다는 의지가 없는거죠.>


5. 비프라이마크 시리즈

 30k에서 프라이마크급은 아니지만, 제법 무게감 있는 캐릭터들을 주인공으로 출판 중인 시리즈입니다. 현재까지 커스토디언 가드의 수장 발도르 콘스탄틴과 다크 엔젤 폴른의 수장 루서, 이렇게 두 권이 출시되어 있습니다. 흑백의 초상화를 크게 첨부한 표지가 인상적입니다. 이 판본 역시 시즈 오브 테라처럼 사이즈가 약간 작게 나왔습니다.

<아직 몇 권이 더 나올지는 모릅니다.>


6. 돈 오브 파이어 시리즈

 호루스 헤러시 시리즈가 호루스의 타락에서 황제와의 대결까지를 다루는 대서사시라면, 몇 달 전에 시작한 돈 오브 파이어 시리즈는 길리먼의 테라 입성 직후 프라이머리스 마린을 처음 소개받는 시점을 기준으로 약 100년간 진행될 인도미투스 성전을 내용으로 합니다. GW피셜 종료될 호루스 헤러시의 바통을 이어받는 대서사시로 진행할 예정이라고 합니다. 

 저도 읽어봤는데, 제법 만족스러웠습니다. 블랙 라이브러리 소설 중에는 그냥 쏘고 때리고 하는 장면으로만 구성되다시피 한 소설들이 꽤 되는 편인데, 아무래도 그런 묘사보다는 등장인물들의 고뇌나 물밑 작업, 인간성이 드러나는 소설들을 개인적으로 더 선호하는지라.. 새로운 대서사시의 시작으로 손색이 없다고 생각합니다. 한정판 책의 디자인 자체도 심플하지만 실물은 정말 이쁩니다. 단점이라면 금장이라 그런지 무거워요. 페이지가 훨씬 많은 마고스 한정판보다도 더 무겁습니다. 독서대가 필요한 책

 <GW에서 상당히 공들여 만든 느낌이긴 합니다.>


7. 메가 에디션

 2017년부터 매년 크리스마스 즈음 해서 출판하는 메가 에디션입니다. 소설뿐만 아니라 관련 굿즈를 이것저것 집어넣은 박스를 통째로 파는데, 당연히 구성물이 구성물이다보니 정가도 가장 높고, 주목도도 높습니다. 수집하는 입장에서는 좀 귀찮긴 합니다. 박스 크기가 책장에 꽂기 좀 애매하고, 책 자체의 퀄리티나 제본의 완성도는 일반 한정판에 비하면 한 단계 아래입니다. 그걸 다른 굿즈로 메우는건데, 그냥 책을 더 이쁘게 만들어줬다면 좋을 것 같다는 생각도 듭니다. 그래서 그런지 생각만큼 인기(시세)가 균일하게 높진 않습니다. 

<황제의 창 한정판>

 다만, 2018년판 메가 에디션인 황제의 창의 경우는 신생 챕터임에도 시세가 엄청나게 높습니다. 그에 비해 작년 출판된 피 속의 어둠 같은 경우는 당연히 대부분의 한정판이 그러하듯 출시일에 품절되긴 했으나, 현재 시세는 황제의 창에 비해 훨씬 저렴하게 책정되어 있습니다. 2017년에 나온 워마스터의 경우도 시세가 미묘하구요. 사실 황제의 창 구성물이 워낙 좋긴 했지요. 피 속의 어둠의 구성물은 제가 전에 리뷰한 글이 있으니 관심 있는 분들은 참고해주세요. 올해 겨울에는 스페이스 울프를 주인공으로 한 메가 에디션이 출시 예정입니다. 가격은 늘 그렇듯 85파운드로 예상합니다.

<아직 내용물은 미공개.>


8. 기타 에디션

 가끔씩 기존의 규격 어디에서 속하지 않는 특이한 판본의 책들을 냅니다. 최근의 경우를 예로 들면 사바트 월드 크루세이드라는 설정집이라든가, 올해 9월에 표지를 바꿔 재출판된 제국 보병 핸드북 정도가 이런 경우에 해당합니다. 제국 보병 핸드북의 경우 올해 재출판됐을 때 한정판이라는 이름이 붙어 있지 않아서 한정판인지 여부가 불분명했는데, 현재 지땁 사이트에서 일시품절이 아니라 완전품절 딱지를 붙여버리면서 한정판으로 취급되는 것 같기도 한데.. 2019년에 출판된 초록 표지의 제국 보병 핸드북도 같은 수순을 밟고 시세가 10만원 이상 뛰어오르기도 했습니다. 

<참고로 이 목록에 있는 책들 중 현재 유일하게 오크타운에서 정가 주고 살 수 있는 책입니다.>

 이상으로 일단 한정판 소설들을 임의로 분류해봤습니다. 그러면 다음 글에서는 한정판 소설들의 시세 확인, 구매 루트, 관련 커뮤니티 등을 소개해보도록 하겠습니다. 긴 글 읽어주셔서 감사합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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덧글

  • 자유로운 2020/11/03 01:05 # 답글

    한편으론 엄청 부럽지만 지갑 사정이 여의치 않으면 그저 눈물만 흘려야 할 물건이군요 ㅠ.ㅠ
  • 아슈라 2020/11/03 18:20 #

    최대한 지갑사정을 배려하면서 입양하는 방법에 대해 글을 쓰고 있으니 참고해주세요. ㅎㅎ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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