Darkness in the Blood 리뷰 (上) Warhammer 40k


 그간 꾸역꾸역 재미 없는 메피스톤 소설 시리즈 리뷰들 읽느라 고생하셨습니다. 다시 말씀드리지만 제 리뷰가 재미 없는 것이 아니라(맞음) 소설 자체가 재미 없는 것입니다? 하지만! 이 모든 것은 오늘을 위한 빌드업이었던 것. 우리 시대의 대문호 가이 헤일리의 블러드 엔젤 소설 3부작의 정수를 담은 끝판왕이자 지금까지 읽어본 블러드 엔젤 소설 중 가장 높은 점수를 주고 싶은 화제의(?) 신작. 돌고 돌아 드디어 피 속의 어둠Darkness in the Blood의 리뷰를 할 차례가 돌아왔습니다. 

 피 속의 어둠은 소설 단테와 데바스테이션 오브 바알로부터 이어지는 가이 헤일리의 비공식적인 단테 3부작의 마지막 권입니다. 시기상으로는 데바스테이션 오브 바알로부터 약 6개월 정도 이후의 사건을 다루고 있기 때문에, 데바스테이션 오브 바알을 안 읽어보신 분들이라면, 꼭 바로 위에 걸어둔 링크로 가서 리뷰라도 한 번 읽고 오시면 더 재밌게 보실 수 있습니다. 여튼 피 속의 어둠은 바알의 파괴 이후 급격하게 진행되는 블러드 엔젤 챕터 내부의 여러 사건들을 아주 실감나게 묘사한 명작이라고 감히 평가해봅니다. 

 작년 말에 1년에 한 번 출판되는 블랙 라이브러리의 디럭스 메가 한정판의 주인공으로 낙점되어 여러 블러드 엔젤 팬들을 기쁘게 했다가 이후 발매시 약 17만원이라는 블랙 라이브러리 역대급 창렬가로 욕도 엄청 먹었던 책이기도 합니다. 글을 쓰는 2020년 4월 현재에는 일반 하드커버 버전이나 이북이 출시되지 않았기 때문에, 아직까지는 창렬가를 아까워하지 않는 블러드 엔젤의 진짜 골수 팬들이나 읽은 듯 합니다만, 다루고 있는 내용이 앞으로 챕터의 운명을 결정짓는 큰 흐름을 서술하고 있기에 블러드 엔젤 팬이라면 이르든 늦든 꼭 읽어봤으면 하는 책입니다. 

 그래도 한정판인데 구성 소개는 하고 내용으로 들어가야죠. 보통 이런 상품은 본체인 책은 그렇다 쳐도 부속물들은 그냥 구색만 갖추고 사진상 그럴듯해도 실제로 만져보면 마감이 엉성하고 싼티나는 경우가 대부분인데, 이번에는 힘을 팍 주고 만든건지 의외로 부록 마감이 좋아요. 가격은 창렬해도 결과적으로 만족스러운 구매였습니다. 

 <박스>

 <세트의 구성. 본서 외에 책갈피, 미니포스터, 금속 토큰, 뱃지, 모래시계, 저널
확실히 블랙 라이브러리 역대급 호화로움이긴 합니다.>

 <표지는 수면에 비친 단테와 메피스톤을 형상화하고 있습니다.
인조가죽 하드커버에 금박이라 꽤나 럭셔리합니다.>

 <저널과 모래시계. 빨간 모래가 가득찬 모래시계는 3분짜리입니다. 
안 그래도 스페이스 헐크 모래시계가 빠개졌는데 대용으로 딱 좋을 듯.>

<의외로 저널 마감 및 일러스트나 전체적인 퀄리티가 아주 좋습니다.>

 <코덱스 나올 때 내는 가독성 떨어지는 주사위 말고 이런걸 좀 팔아달라구요.>

 소설의 시작은 단테와 메피스톤 등 블러드 엔젤의 거의 모든 주요 인사가 탑승 중인 블러드 엔젤 대함대의 워프 속 항해에서 시작됩니다. 대균열 이후 테라와 분리된 북쪽의 은하는 워프 이동이 거의 불가능할 정도로 위험해졌습니다. 워프의 영향은 날이 갈수록 강해지고 있기 때문에 = 카오스의 악마들의 영향력이 세지고 있는데다, 황제의 아스토로노미칸 등대의 영향을 받을 수 없는 북쪽 너머는 네비게이터의 수명을 갈아넣으면서 간신히 워프를 항해합니다. 하지만 블러드 엔젤의 경우 메피스톤이라는 아주 강력한 사이커가 예전 황제의 등대 역할을 수행하여 몸은 함선에, 영혼은 워프에 보내고 함대를 이끌어나가는 비컨 역할을 수행합니다. 

 정확히는 메피스톤이 길을 찾아 나서는 것이 아니라 메피스톤 또한 생귀노르의 형상을 쫓아가는 것이지만요. 메피스톤은 워프의 영향력을 거의 무시하다시피 할 정도로 너무도 태연한 모습으로 워프 속을 활보하지만, 메피스톤의 부재 중 블러드 엔젤 서열 2위의 사이커인 라셀루스가 이 역할을 임시로 맡은 적이 있는데, 이후 다시는 이 역할을 맡을 수 없을 정도로 소모된 것을 보면, 메피스톤은 이미 뭔가 이상할 정도로 규격 외의 존재가 되어 가고 있다는 것을 간접적으로 알 수 있습니다.

 메피스톤이 항해하는 동안, 단테는 지난 소설 데바스테이션 오브 바알 말미에 스웜로드로부터 입은 치명상을 회복하느라 석관 속에 안치되어 있습니다. 재미있는 것은 누가 블러드 엔젤 아니랄까봐 석관이 누구의 것인지 알 수 없는 피로 가득 차 있다는 것, 피 속에서 회복을 하는 블러드 엔젤의 챕터마스터입니다. 사실 이후 메피스톤도 비슷한 상태에서 회복을 꾀하는 것을 보면 블러드 엔젤 고위 인사는 대개 회복을 이런 식으로 하는 모양입니다.

 여튼 항해 중 함대의 일부인 7척의 함선이 집요한 카오스의 워프 속 공격에 함대를 따라가지 못하고 낙오합니다. 낙오와 동시에 일단 살기 위해 워프에서 급하게 현실세계로 빠져나온 이 함선들 중에는 도미넌스Dominance라는 상당히 가치가 높은 전함이 있었습니다. 이미 블러드 엔젤은 전작 바알의 파괴에서 티라니드 레비아탄 함대와의 격한 전쟁으로 함대가 상당히 소모된 상태였기에, 더 이상 배를 잃을 수 없었던 상황. 아직 상처를 회복중이었던 단테는 강제로 일으켜 세워지고 도미넌스 호를 다시 탈환하기 위해 함대를 정지시킵니다. 단테는 상처를 입은 후로 본인이 약해졌다는 루머를 견딜 수 없어하고 있었습니다. 그래서 이 기회를 통해 본인이 건재함을 알리고자 직접 모든 교신이 끊어진 도미넌스 호로 향합니다. 물론 혼자는 아니고, 워프와 관련된 사안인만큼 메피스톤을 비롯한 사서들을 위시하여 소수의 생귀너리 가드 및 프라이머리스 마린들과 함께 말이지요. 

<다크니스 인 더 블러드의 메인 일러스트.>

 여기서 잠깐! 비공식적인 단테 3부작의 마지막이라 그런지, 이 소설에서는 단테의 대인배스러운 면모가 아주 자주 등장합니다. 보통의 스페이스 마린처럼 규율에 엄격하고 강인한 모습보다는, 아래 사람들을 아끼고 공감하려는 덕장의 모습을 정말 많이 볼 수 있습니다. 그 첫 번째가 바로 도미넌스 호로 향하는 썬더호크 건쉽 안에서 보여지는데, 도미넌스 호의 외관이 기스 하나 없이 너무도 멀쩡하자 프마린 중 한 명이 단테에게 "이거 누가 공격도 안 한 것 같이 완전 멀쩡한데? 그냥 바로 쉽게 탈환할 수 있겠는데요?" 라는 식의 가벼운 태도를 보이자 생귀너리 가드가 "이 건방진 ㅅㄲ야, 네가 지금 누구한테 혀를 함부로 놀려 넌 위아래도 없냐?" 이런 식으로 갈구는 장면이 나옵니다. 이 때 단테는 오히려 혼나는 그 프마린 중대장의 인도미투스 크루세이드에서의 과거 업적을 상기시키며 그 정도로 훌륭하게 싸운 형제가 이 정도 말도 못해서 되겠냐고, 뭘 말해도 괜찮다며 허허 웃어넘기는 동시에 머쓱한 생귀너리 가드에게 개인 통신으로 또 나름 다독여주는 모습을 보여줍니다. 크.. 마스터 단테, 죽음을 넘어 따르겠습니다.. 이 부분에 대한 자세한 묘사는 따로 번역을 해서 올려뒀습니다. 

 각설하고, 도미넌스 호에서 이들을 기다리고 있던 것은 슬라네쉬 데모넷의 향연이었습니다. 어찌저찌 이들을 뚫고 메피스톤의 인도로 이 만행의 근본으로 여겨지는 곳에 도달하자, 거기에는 도미넌스 호의 수 천의 선원들의 살이 뒤섞여 거대한 기둥을 일고 있었습니다. 휘적이는 팔들과 끔찍한 소리를 내는 입들이 내는 괴기스러운 광경에 놀라는 것도 잠시, 그 살의 기둥을 찢고 슬라네쉬의 그레이터 데몬인 카이리스Kyriss가 등장합니다. 제가 기억이 좀 가물가물한데 아마 호루스 헤러시 시리즈에서 생귀니우스가 주인공으로 등장한 Fear to Tread에서 나왔던 것 같은데, 아마 그 데몬이 맞을 겁니다. 
 
 여튼 이 카이리스는 단테와 메피스톤에게 각별한 관심이 있습니다. 단테의 과거 업적을 칭송하는 듯 하면서도 결국 단테는 생귀니우스를 흉내내려는 열화판에 불과하다며 깎아내립니다. 반면 메피스톤에게는 너는 어떻게든 손에 넣고 싶다는 태도를 보입니다. 그러면서 검은 분노Black Rage와 붉은 갈증Red Thirst으로부터의 해방을 약속하며 이들을 유혹하는데.. 문제는 메피스톤의 힘이 좀 과하게 강력해지고 있다는 것. 제 지난 메피스톤 소설 2권 리뷰를 보신 분이라면 메피스톤의 힘은 계속 강해지고 있고, 언젠가 본인이 이것을 제어하지 못할까 두려워하고 있던 모습을 기억하실겁니다. 이 책은 시간 순서상 그 소설의 거의 바로 직후라고 볼 수 있습니다.

 문제는 메피스톤이 무슨 드래곤볼의 브로리마냥 정말로 계속, 너무 강해지고 있다는 것입니다. 메피스톤이 그의 비밀을 알고 있는 라셀루스와 나눈 대사를 빌리자면 메피스톤은 "내가 원한다면 우주마저 절단낼 수 있을 것"이라 할 정도로 지나치게 힘이 올라가고 있습니다. 카이리스는 네임드 그레이터 데몬이라 필멸자와는 급이 다릅니다. 문제는 메피스톤도 과거에 이미 카반다를 찢어버릴 정도로 규격 외의 괴물인데, 지금은 그 때와는 비교하기 어려울 정도로 강해지고 있다는 것, 그레이터 데몬의 힘을 담은 일격을 너무도 쉽게 칼로 막아내는 것을 보고 단테는 눈이 휘둥그래지며 옆에 있던 라셀루스에게, "아니 쟤 언제부터 저렇게 세졌다냐?"라며 신나하지만, 라셀루스는 "나중에 시간 있을 때 천천히 말씀드릴게요" 하며 얼렁뚱땅 넘어갑니다. 이 대결이 뭔가 정말 드래곤볼 같아 보이는게 양 손을 쥐고 뒤로 쫙 당기자 양 손에 거대한 에너지 구가 생긴다든가.. 

<지금까지 이런 소설은 없었다. 이것은 워해머인가 드래곤볼인가>

 여튼 아무리 그레이터 데몬이라지만 초사이어인을 어떻게 이깁니까, 결국 카이리스도 메피스톤에게 절단나고 맙니다. 그러나 이번에는 메피스톤도 본인이 제어할 수 있는 상태를 초과해버립니다. 카이리스를 제거하는 과정에서 지나치게 많은 에너지를 소환하여 폭주상태가 되자 불길 속에 휩쌓인 메피스톤은 단테를 보며 자신을 죽여달라고 애원합니다. 그러나 우리의 덕장 단테옹은 힘겹게 메피스톤에게 다가가 싸이킥 후드와 그를 연결하고 있던 부위를 도끼로 끊어냅니다. 그렇게 됨과 동시에 폭주는 사라졌지만 갑자기 주위에 이상한 현상이 일어납니다. 

 바로 옆에 있던 프라이머리스 형제들이 검은 분노에 빠진 것마냥 폭주하기 시작한 것입니다. 길리만의 원정에서 수 십년간 싸운 베테랑인 이 프라이머리스 형제들에게 지금까지 한 번도 이런 증세는 없었습니다. 그렇기에 프라이마리스 마린들은 질병에서 자유로울지 모른다는 기대가 블러드 엔젤 챕터 사이에서 부풀어오르고 있었는데, 그런 미래에 대한 희망이 산산히 깨지는 순간이었습니다. 거의 불에 타버린 반송장의 메피스톤을 보며 단테는 염려에 빠집니다.

 쓰다보니 신이 나서 생각보다 분량이 늘어났네요. 시간이 늦었으니 일단 오늘은 프라이머리스 데스 컴퍼니의 탄생에서 끊고, 또 신제품이라고 뱅가드 프마린의 온갖 병종들이 총 출동하는 하 편에서 내용을 계속 이어가겠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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덧글

  • 금린어 2020/04/02 14:10 # 답글

    2년만에 고생고생해서 받았던 양피지 룰북이 생각나네요 ㅎㅎ
  • 아슈라 2020/04/02 16:58 #

    사실 이 책 때문에 관세청과 씨름하다 빡쳤던 생각하면 지금도 화가 나지만 내용물이 좋으니 그래도 만족합니다 ㅎㅎ
  • 자유로운 2020/04/03 00:27 # 답글

    단테에게 있어 저 순간의 절망감을 어떻게 표현할 수 있을까요?
  • 아슈라 2020/04/03 15:04 #

    음.. 정확히는 헤아릴 수 없겠지만 10년 동안 준비하던 공무원 시험 합격통지서를 빼앗기는 느낌보다 아쉬운건 분명합니다
  • 빨간팬 2021/02/26 05:33 # 삭제 답글

    빨간애들 얘기할 땐 아주 신나보여요!
  • 아슈라 2021/02/27 13:20 #

    빨간 애들은 원년멤버임에도 가이 헤일리가 맡기 전에는 멀쩡한 소설이 없었으니까요... ㅠㅠ 이제라도 좀 제대로 된 것들이 나와서 얼마나 다행인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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