Mephiston: Blood of Sanguinius 리뷰 Warhammer 40k


 메피스톤 도색 작업기에 이어 오늘은 다리우스 힝크스 메피스톤 3부작의 1권인 생귀니우스의 피Blood of Sanguinius의 리뷰글을 써볼까 합니다. 다리우스 힝크스의 메피스톤 3부작은 일전에 소개해드린 적이 있는 데이비드 아넨데일의 메피스톤: 죽음의 군주와는 거의 무관한 시리즈입니다. 일관되게 메피스톤의 1인칭 시점에서 진행되는 아닌데일의 소설과 달리 시점도 챕터마다 달라지고, 자잘한 잔설정들이 다릅니다. 가령 메피스톤은 더 이상 스스로를 각성 전의 자신의 모습인 칼리스타리우스로 생각하지 않는다는 것은 아난데일의 설정으로, 힝크스 3부작에서는 그런 묘사가 일절 없습니다.

 여튼 3부작은 1권 생귀니우스의 피, 2권 유령 성전Revenant Crusade, 3권 빛의 도시City of Light 이렇게 구성이 되어 있는데, 제가 소장의 통일성을 위해 페이퍼백을 기다리고 있는고로 3권 빛의 도시는 아직 읽어보지 못했으나, 2권까지 읽어본 소감은 그렇게 훌륭한 3부작은 아니다, 라는 것. 메피스톤에 대한 애정으로 보긴 했지만, 가이 헤일리의 블러드 엔젤 소설들에 비해서 잘 쓴 시리즈는 아닌 것 같다는 느낌이 드네요. 비평은 아래에서 하기로 하고, 우선 바로 1권의 내용을 살펴봅시다. 

<바바리안처럼 보이는 1권의 표지>
 
 3부작의 시작은 어느 마법사 두 명이 스승의 앞에서 후계자가 되기 위해 결투를 벌이는 장면입니다. 대결의 승부는 나지 않고 제자들은 자신을 선택하달라고 스승에게 간청하는데, 스승은 석화검Blade Petrific을 가져오는 이에게 자리를 내어주겠다고 약속합니다. 이들은 입의 부리라든가 기타 묘사를 볼 때, 젠취 계열 변화의 길을 따르는 이들입니다. 본 3부작의 흑막들로, 3권의 대미는 메피스톤과 이들의 대결로 귀결될 것이라 생각합니다. 

 이후 이어지는 소설의 전반부는 등장인물들의 성격이나 앞으로 있을 떡밥의 묘사에 치중합니다. 우선 주요 등장인물 중 사서Librarian는 둘입니다. 한 명은 메피스톤이 칼리스타리우스였던 때부터 절친한 친구이자, 지금도 메피스톤에게 여러모로 힘이 되어주는 믿음직한 동료인 라셀루스Rhacelus. 그리고 사서가 된지 얼마 안됐지만, 나름 능력이 있고, 메피스톤과 기묘한 텔레파시로 연결이 되어 있는 안트로스Antros. 라셀루스는 안트로스를 종종 갈구기도 하고, 의심하기도 하지만, 안트로스는 때때로 갑작스럽게 메피스톤에 관한 계시vision들을 보고, 메피스톤도 이를 알게 되며 점차 비밀을 공유하게 된 이들은 알게 모르게 가까워지게 됩니다. 

 공유하는 비밀이 무엇인고 하니, 메피스톤은 종종 걷잡을 수 없는 분노에 잠식되어 평소보다 훨씬 강력한 싸이킥 에너지를 발산합니다. 테르미아 5Thermia V라는 곳의 외계인을 토벌하던 중, 수십미터에 달하는 거대한 지룡같은 괴물들이 인근에 있는 모든 것들을 파괴하며 증식하기 시작하고, 메피스톤의 힘으로도 이를 막기 어려워지자 분노한 메피스톤은 전신에서 강력한 싸이킥 번개를 발산하며 수십 미터 인근의 모든 것을 재로 만들어버립니다. 힘을 발휘한 직후 일시적으로 피아를 구별하지 못하고 인근의 가드맨을 공격하는 메피스톤, 안트로스가 놀라 외치자 정신을 차리지만, 메피스톤은 기억이 없는 듯 합니다. 나중에 라셀루스에게 고백하는 메피스톤의 말에 따르면 그 힘은 날이 갈수록 강해지고 있으며, 그 힘이 본인을 잠식해나가는 것 같다며 조속히 해결책을 찾아야 한다는 것을 털어놓습니다.

 이 사건 이후 메피스톤은 자신의 상태에 대한 해답을 찾으러 워프 너머로 종종 여행도 하고, 그러다 일이 잘못되어 블러드엔젤 성당요새원에 작은 균열이 생겨 악마들이 놀러오기도 하는 등 심난한 나날을 보냅니다. 그러던 중 디비너스 프라임Divinus Prime이라는 세계를 구해달라는 제국민 사제인 진Zin의 이야기를 듣습니다. 메피스톤은 라셀루스와의 사석에서 디비너스 프라임이 본인의 힘에 대한 해답이 있을 것 같다는 이야기를 합니다.

<퓨전? 소설 표지 배경화면>

 이 때 디비너스 프라임의 방문을 통해 그 힘의 통제가 가능할지 묻는 라셀루스에게 반대로, 그 힘을 해방시켜야 한다는 메피스톤. 메피스톤은 그 힘이 생귀니우스가 내려준 선물이라고 믿어야만 한다고 이야기하며, 그 힘을 완전히 얻음으로 챕터와 제국의 미래에 기여할 수 있다고 생각하는 것으로 보입니다. 또한 여기서 메피스톤은 라셀루스를 "자신 스스로도 믿을 수 없을 때조차 믿을 수 있는 우주에서 유일한 친구"라고 부릅니다. 마냥 냉혈한 같은 얼굴 뒤에 있는 의외의 인간적인 모습. 마찬가지로 이런 사석에서 라셀루스는 메피스톤을 칼리스타리우스라고 부르면서 격의 없게 대합니다. 메피스톤은 라루스에게 안트로스의 계시와 정신적 연결을 이야기하며 안트로스에게 이 힘의 비밀을 알리고 해결책을 같이 모색하려 하지만, 라셀루스는 뭔가 걱정스러운 듯한 모습입니다.

 여튼 결과적으로 라셀루스는 안트로스와 동행하여 성당요새원의 메피스톤의 방으로 갑니다. 거기에서 안트로스는 하데스 하이브Hades Hive에서의 메피스톤의 탄생 장면의 환상을 눈 앞에서 목격합니다. 폐허에서 솟아난 칼리스타리우스(=메피스톤)는 춤을 추는 듯한 유연한 동작으로 주변 오크들을 종이 찢듯 썰어나가다 수십의 오크를 베어넘긴 후에 오크의 로켓런챠를 정통으로 맞고 폐허로 날아갑니다. 그런데 정작 칼리스타리우스를 놀라게 한 것은 상처가 아니라 부러진 자신의 칼. 뭔가 대단한 의미가 있었던 칼이었는지, 메피스톤은 분노하며 괴성과 함께 테르미아에서와 같은 통제할 수 없는 상태로 들어갑니다. 그리고 환상이 걷히며 안트로스 앞에 피의 비와 함께 앉아 있는 메피스톤. 메피스톤은 자신의 상태에 대한 해답을 찾기 위해, 자신이 검은 분노Black Rage와 죽음을 극복함과 동시에 새로운 저주에 빠져든 그 날의 하데스 하이브를 매일 살아가고 있었던 것입니다. 

 메피스톤에 따르면 이런 힘의 발현이 되면 될수록 더욱 통제하기 어렵고 위험한 상태로 접어드는 것처럼 느껴지고, 정신을 차릴 때 이 때의 기억이 없다고 합니다. 그러나 그는 이 힘을 극복할 수만 있다면, 블러드 엔젤의 저주에 대한 해답을 찾는 것이며, 우리를 구원할 수 있다고 믿고 있습니다. 반면 이를 극복하지 못할 경우, 챕터의 저주에 쐬기를 박는 것으로 차라리 칼리스타리우스로 죽는 것이 더 나았을 것이라고 이야기합니다.

 그런데 왜 메피스톤은 디비너스 프라임을 주목한 것일까요. 디비너스 프라임에는 소설의 서두에서 젠취의 제자들이 구하던 석화검이 있었기 때문입니다. 석화검은 기술의 암흑기의 유산으로 싸이킥 에너지를 거의 완벽하게 제어할 수 있는 굉장한 물건입니다. 현재 디비너스 프라임의 사제들은 이 기능적 가치보다 그냥 숭배의 대상처럼 석화검을 모시고 있지만, 메피스톤은 이를 통해 자신의 능력을 온전히 제어할 수 있기를 기대하고 있습니다. 그리하여 메피스톤은 안트로스와 라셀루스, 중대장 한 명과 거기에 딸린 소수의 택티컬 분대 대원들과 함께 디비너스 프라임으로 발길을 향합니다.

 디비너스 프라임은 미생(未生)의 왕자Unbegotten Prince라는 아무리 봐도 젠취 계열인 수상한 자가 벌인 내전으로 황폐화된 상태입니다. 석화검은 디비너스 프라임의 아뎁투스 소로리타스들이 그들의 성당에 아주 오랫동안 보관하고 있었습니다. 이 수녀단은 아주 오랜 기간 동안 안젤루스 아스트라Angelus Astra. 대충 번역하면 별의 천사가 자신을 보호하러 올 것이라는 것을 믿고 버텨오고 있습니다. 물론 당연히 흐름상 이 별의 천사라는 존재는 메피스톤이죠. 여튼 석화검을 빼앗기 위한 미생의 왕자 + 녀석의 부하들인 수많은 인간들 + 이 인간들을 숙주 삼아 현실세계로 넘어온 악마들에 대항하여 이를 지키기 위한 아뎁투스 소로리타스와 이를 지원하는 블러드 엔젤간의 싸움이 일어납니다. 
 
 이 중간 과정에서 흥미로운 점이라면, 죽음을 얼마 남겨두지 않은 사제가 메피스톤에게 자신을 흡혈해달라고 이야기하는 부분입니다. 메피스톤은 내키지 않아하지만 결국 흡혈을 하는데, 이런 류의 흡혈의 기능은 처음 봤습니다. 블러드 엔젤은 흡혈시 피를 빨린 자의 모든 지식까지 흡수하는 모양입니다. 메피스톤은 사제의 기억에 힘입어 도시의 모든 역사와 구조를 습득하게 됩니다. 이전에 가이 헤일리의 소설 "단테"에서 단테가 연로한 시종을 흡혈하여 다시 활기를 찾았다는 대목을 본 적은 있지만, 활기를 찾는 것 이상으로 강력한 기능인 것 같아 뭔가 독특했습니다.

<피 빨고 회춘한 것이에요>

 여튼 격렬한 전투의 끝에 젠취의 여마법사가 석화검을 손에 넣습니다. 죽을 힘을 다해 석화검이 있는 장소에 도달한 안트로스는 이를 목격합니다. 바로 메피스톤에게 이 사실을 알리며 저지할 것을 외치지만 메피스톤은 이를 보고도 아무 것도 하지 않고 그냥 보내줍니다. 혼란스러워하는 안트로스. 어떻게 해석해도 이는 반역처럼 보이는 행동에 안트로스는 갈피를 잡지 못합니다. 메피스톤은 어쩌면 카오스 마법사가 석화검을 얻도록 협력한 것이 아닐까, 제국의 수녀들이 수 천년간 지키기 위해 목숨을 바쳤던 그 유물을 처음부터 카오스에게 주려고 한 것이었다면? 

 여러 생각들로 어지러운 안트로스의 마음을 읽은 메피스톤. 메피스톤은 이 모든 것이 거대한 계획의 일부임을 해명합니다. 최근 몇 년 동안 이 일대를 황폐화시킨 주범은 따로 존재하지만, 그 존재는 매우 강력하고 교활해서 지금까지 단서를 흘리지 않았습니다. 다른 이들을 꼭두각시처럼 조종하고 자신은 노출되지 않아 싸우고 싶어도 싸울 수 조차 없었던게죠. 그가 드디어 그림자를 드러낸 곳이 바로 디비너스 프라임이었던 것입니다. 자신의 시종을 사용해서 석화검을 건져오도록 명령한 그 존재, 그 시종을 쫓는다면 꼬리를 밟을 수 있을거라고 메피스톤은 이야기하며, 성계 지도와 레이더를 보여줍니다. 미지의 영역으로 향하는 작은 셔틀 한 대. 바로 석화검과 그 시종의 함선입니다. 

 납득하는 안트로스에게 메피스톤은 생귀니우스의 힘은 제어될 수 없다는 것을 깨달았다고 고백합니다. 또한 자신은 구원받을 수 없다는 사실 또한 명확해졌다고. 다만 자신을 통해서 블러드 엔젤 챕터는 구원받을 수는 있고, 그렇게 함으로 생귀니우스의 고결한 후계라는 것을 증명할 수 있을 것이다. 자신은 능력을 더 이상 제어하지 않겠다. 그저 (수명을 깎아내리더라도) 챕터가 진정 필요로 하는 곳이 그 능력을 풀어놓을 뿐이라는 결의를 내비칩니다. 그리고 이제 그 단서를 찾았으니 찾아가볼까? 하는 뉘앙스로 소설은 마무리됩니다. 

<일러마다 이렇게 얼굴이 달라서야.. 파비우스 바일도 아니고>

 이 소설에 대한 제 주관적인 평가는 서두에서도 말씀드렸지만, 그저 그렇다 정도입니다. 우선 그렇게 재밌지가 않습니다. 왜 그런가 생각해보니 350페이지의 절반 가까운 100페이지 넘게 배경과 캐릭터의 설명에 너무 치중해서 스토리의 진도가 안 나가다보니 꽤 지루한 감이 있습니다. 묘사가 나쁜건 아니에요. 블러드 엔젤 성당요새원인 악스 엔젤리쿰Arx Angelicum의 아름다움과 장엄에 대한 생생한 전달이라든가, 라셀루스와 메피스톤의 유대감 같은 부분들은 나쁘지 않았습니다. 

 하지만 성당요새원 내의 소환의식 이후 갑자기 등장하는 악마떼같이 정사에 없어서 당연히 금방 토벌될 것을 뻔히 아는 아주 단기 이벤트를 너무 장황히 묘사한다든가, 곧 죽을 변절자 가드맨 이야기가 한참 나온다든가 등 강약조절이 잘 되지 않은 느낌입니다. 물론 앞으로 일어날 일들에 대해 필요한 부분이라고 말하면 할 말은 없지만, 충분히 더 압축적으로 설명할 수 있는 부분이 아니었나 싶네요. 

 또 이게 메피스톤 소설인데, 메피스톤은 정작 많이 안 나와요. 위에서는 제가 메피스톤이 나오는 장면들 위주로만 서술을 해서 그렇지, 사실 진주인공은 안트로스 같고, 관심도 없는 1회용 캐릭터들인 인간들의 입장에서 이것저것 챕터를 통째로 자꾸 떼주는 바람에 몰입감도 약하고 흐름도 끊기는 기분입니다. 제가 아난데일의 메피스톤: 죽음의 군주에서 메피스톤의 1인칭 시점에서 너무나 강한 인상을 받아서 더 그렇게 느끼는 걸수도 있는데, 그래도 대부분 이 책을 사는 사람들이 메피스톤 뽕 맞고 싶어서 사 보는 걸텐데, 메피스톤 본인의 분량이 이렇게 적어서야.. 

 여담으로, 1권 블러드 오브 생귀니우스는 구 마린 택티컬 스쿼드가 사이드킥으로 비중 있게 등장하는 마지막 블러드 엔젤 소설이기도 합니다. 2권부터는 구 마린 부대는 1도 안 나오고, 연대기상 1권과 2권 사이에 있는 Devastation of Baal은 처음으로 프마린이 등장하는 소설이다보니 존재감이 프마린에 온통 쏠려 있기 때문에. 구 마린에게 조의를 표합니다.

 이상으로 메피스톤 3부작의 1권을 살펴봤습니다. 내일은 2권 유령 성전의 리뷰글을 올리겠습니다. 감사합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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덧글

  • 무명병사 2020/03/29 20:25 # 답글

    아이고 메피스톤 형님 ㅜㅜ
  • 아슈라 2020/03/29 21:31 #

    메피님 갈수록 대사가 줄어들고 계십니다.. ㅠ
  • 자유로운 2020/03/29 23:19 # 답글

    그러고 보면 블러드 엔젤이 타인의 뇌를 먹고 기억을 더듬는 능력이 다른 아스타르테스보다 월등히 뛰어나다고 하더군요. 그래서 해러시 당시에는 그런 식으로 대를 이어간 장교도 있었다고 합니다.

    그런 의미에서 피를 통해서 기억을 흡수하는 건 블앨 진시드의 특성 아닐까 싶네요.
  • 아슈라 2020/03/30 11:41 #

    이게 30k부터 내려온 유구한 전통이었군요. 납득했습니다 ㅎㅎ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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