워해머 언더월드 설정 1: 소설 섀이드스파이어 후기 Warhammer Underworlds


 올해는 블로그에 글을 전혀 쓰지 않았군요. 명맥만 간신히 유지하고는 있지만, 그래도 해가 지나기 전에 글을 쓸 겸 오늘은 독후감이나 한 편 써볼까 합니다. 대상은 요즘 제가 재미있게 플레이 중인 워해머: 언더월드의 첫 소설이자 현재까지 나온 유일한 소설인 "셰이드스파이어: 거울 이면의 도시"로. 나이트볼트 룰북만 보고 뭔가 설정이 심심하고 부족한 감이 없지 않아 있었는데, 책을 읽어보니 궁금했던 많은 부분들이 해소되어 혹시나 언더월드 설정에 관심 있는 분들이 있을지 몰라 책의 내용 중 일부를 간략히 적어볼까 합니다.
"지옥이 뭐라고 생각하나? 단조로움일세. 영원히 끝나지 않는 반복, 여기가 바로 그런 곳이야. 바로 저주 받은 영혼들이 영원을 갈구한답시고 서로 물어 뜯는 감옥. 영원히 살고 싶어했던 이들에게 나가쉬가 주는 선물이지." -본서 255p



*셰이드스파이어는 뭘 하는 곳인가?

 워해머: 에이지 오브 지그마의 세계는 8개의 영역(Realm)으로 분류가 되어 있습니다. 연대표에 따라 시간 순서대로 전설의 시대, 카오스의 시대를 거쳐 현재인 지그마의 시대에는 각 영역을 특정한 신들이 주관하고, 그 신들의 입맛에 따라 영역의 형태가 정해지고 있습니다. 셰이드스파이어는 죽음의 영역인 샤이쉬에 속한 도시로, 죽음의 영역이니만큼 죽음의 신인 나가쉬의 통치력이 미치는 곳입니다.

 사막 한 가운데에 있는 상업도시에 불과했던 셰이드스파이어는 셰이드글라스라는 기술의 발명으로 전성기를 맞이하게 됩니다. 셰이드글라스는 죽은 이들의 영혼을 보관할 수 있는 소재로, 단지 이를 보관만 하는 것이 아니라 거울의 형태로 죽은 이들과 대화와 소통을 할 수 있게 되어 사실상 필멸자들에게 불멸을 보장해주는 결과를 가져왔습니다. 축적된 지식을 자유롭게 사용할 수 있게 된 셰이드스파이어는 엄청난 번영을 토대로 그 이름에 맞게 하늘에 닿을 정도로 높은 첨탑을 세우며, 거대한 도시로 성장했습니다.

아름다웠던 셰이드스파이어의 모습

 그러나 죽음을 피한 대가는 다른 형태의 재앙으로 찾아옵니다. 죽은 영혼들에게 영향력을 행사하는 나가쉬는 셰이드스파이어에서 죽은 영혼들이 자꾸 어디론가 빠져나가고, 자신에게 찾아오지 않자 이를 이상하게 여겨 셰이드스파이어를 방문했고 죽은 자들의 영혼이 멀쩡히 인간들과 생활하는 것을 보고 분개합니다. 자신을 업신여겼다고 생각한 나가쉬는 도시를 완전히 파괴하고 영원한 저주를 내립니다. 그 결과 셰이드스파이어의 주민들은 현실세계가 아닌 셰이드글라스 거울 이면의 셰이드스파이어에 모조리 갇혀버리고, 저주로 인해 영원히 죽지도 살지도 못하는 상태에서 서서히 썩어가게 됩니다.

 시간이 지난 후 사막 한 가운데에 있는 도시에 대한 소문은 온 영역으로 퍼져나갑니다. 그리하여 도시의 숨겨진 보물과 금단의 지식을 노린 여러 존재들이 다시 도시를 찾아오게 되는데..

 여기까지는 룰북에도 대강 적혀 있는 내용이나, 이하는 소설의 스포일러를 포함하고 있으니, 혹시나 읽을 예정이신 분들은 뒤로가기를 눌러주시길 권해드립니다.


*거울 이면의 도시

 나가쉬의 저주를 받고 난 이후 거울 이면의 셰이드스파이어에는 시공간의 왜곡이 극도로 일어나게 됩니다. 하늘은 늘 잿빛이며, 어제 갔던 길이 오늘과 다른 것은 일상이고, 누구에게는 1년의 시간이 누군가에게는 수백년의 시간으로 여겨지기도 합니다. 반복적으로 분위기가 묘사되는데, 정말 우울하고 희망이 없는 도시로 그려집니다. 그리고 무엇보다도 알려진 바에 따르면 아무도 이 도시를 빠져나간 적이 없습니다. 아, 또 나가쉬의 저주는 모든 이들을 죽지 않고 영원히 고통받게 하는 것이었기 때문에, 거울 이면의 셰이드스파이어에서 죽더라도 죽기 전의 모습으로 다시 부활하게 됩니다. 그렇습니다 여러분, GW에서는 아주 훌륭한 투기장을 설정으로 만들어냈습니다.

 파워 카드 그림을 보면 이름이 있는 워밴드 멤버들이 찔려 죽는 카드 등이 꽤나 많은데 실제로 특정 장면을 재현한 것입니다. 어차피 다시 살아나거든요. 문제는 그 부활 시기와 장소가 어디인지 도저히 알 수 없다는 것이지만..

 제가 자꾸 그냥 셰이드스파이어가 아니라 거울 이면의 셰이드스파이어라고 강조하는 이유는, 현실 세계의 셰이드스파이어도 일단 존재는 하기 때문입니다. 물론 나가쉬의 저주를 받은 이후에는 아무도 살지 않는 사막 한 가운데의 폐허 상태로 방치되어 있긴 하지만 어쨌든 존재는 하고 있습니다. 그러나 소설 및 게임 워해머 언더월드의 배경의 셰이드스파이어는 이 현실 세계의 셰이드스파이어를 찾아왔다가 다양한 경로로 거울 이면의, 즉 저주 받은 셰이드스파이어에 빠져버린 사람(및 스케이븐, 오럭 등 사람이 아닌 것들)들의 이야기이기 때문에 굳이 "거울 이면"이란 말을 붙인 것입니다. 현재 거울 이면의 셰이드스파이어에는 최초로 저주를 받았을 당시의 주민 뿐만 아니라 이후에 유입된 어려 인원들로 황량하지만 혼란스러운 상태처럼 묘사가 됩니다.


*카토프레인

 셰이드스파이어가 현실 세계에서 번영할 무렵 이 도시는 카토프레인이라는 귀족들에 의해 통치되고 있었습니다. 게임 도중에 카토프레인의 아이템을 여러개 모아 업그레이드를 하면 꽤나 강력한 효과를 주는데, 바로 그 카토프레인입니다. 이들은 금단의 마법을 연구하거나, 평생 검술을 연마하는 등 다양한 특기를 가지고 있었는데, 나가쉬의 저주를 받고 거울 이면의 셰이드스파이어에 갇힌 후에도 이들은 각자의 특기를 살려 계속 셰이드스파이어 내에서 지도층 행세를 합니다. 이들은 거의 저주 받은 1세대(?)에 해당하기 때문에 몸을 갖고 있다기보다 셰이드글라스 안에서 영혼의 형태로 오고 가며 영향력을 행사합니다.

다 모으면 소원을 들어주는 언더월드의 드래곤볼


 대략적인 배경은 설명을 드린 것 같으니 이제는 책 읽으며 흥미로웠던 부분들을 짧막짤막하게 짚어보겠습니다.
 
*등장하는 워밴드는 스틸하트 챔피언, 세펄츄럴 가드, 아이언스컬의 아그들. 출판일은 2018년이긴 한데, 아마 첫번째 셰스파 코어를 찍을때 전후로 집필하지 않았을까 합니다. 그 외에 조연으로 파스트라이더의 병종과 같은 뱅가드 역할의 토마스, 파이어슬레이어 코드 등이 등장하고, 스케이븐도 이곳저곳에서 등장은 하지만 네임드인 스파잇클로는 아닙니다.

*주인공은 레이나라는 게임에 등장하지 않는 인간과 아이센그림이라는 블러드리버입니다. 이들의 추격전이 스토리의 큰 줄기를 구성합니다.

*사실상 저희가 게임에서 만나는 네임드 워밴드들은 카토프레인들이 게임말처럼 부리는 여흥에 불과합니다. 카토프레인들은 한쪽이 영향력이 커지면 상호 견제를 하는데, 대개 이들은 셰이드글라스에 갇혀 있는 영적인 존재들이기 때문에 직접 물리력을 행사하기보다 휘하의 필멸자들을 모아서 군대놀이를 합니다.

*그런 의미에서 뭔가 주체적인 것처럼 보이는, 굳건한 턱이 아주 인상적인 금빛 갑옷의 스틸하트의 워밴드는 사실 카토프레인 중 한 명의 딱갈이에 불과한 것처럼 묘사가 됩니다. 물론 본인 입으로는 자신은 지그마의 명밖에는 받지 않는다고 말은 하는데, 하는 행동을 보면 영락없는 카토프레인의 부하입니다. 그것도 아주 융통성 없이 명령을 엄격하게 수행하는. 차라리 스틸하트의 챔피언의 유일한 홍일점인 앙그라드 브라이트쉴드 정도가 인간적으로 나옵니다.

*대체로 스톰캐스트들이 전체적으로 좀 나쁘게 묘사가 되는 편, 최후들도 다들 비참한..

*그래서 스틸하트의 챔피언은 전멸합니다. 

이 표지그림이 그저 이미지사진이 아니었다니...

*뭐, 그래도 다시 부활하겠죠 셰이드스파이어니까. 언젠가, 어딘가에서.

*아이언스컬은 뭔가 장기말이긴 한데, 누가 오크 아니랄까봐 싸움 좋아해서 내멋대로 싸울테다 하는 포지션.

*세펄츄럴 가드는 (설정상) 의외로 아주 강력한 친구들. 세펄츄럴 워든은 생전에 셰이드스파이어의 수비를 담당하는 장군이었는데, 나가쉬가 침공하자 아래 사람들 살려보려고 어차피 못이기니까 나가쉬에게 자비라도 구하는 것이 어떨까요? 라고 간언했다 배신자 취급 받고 바로 처형당함. 후에 세펄츄럴 워든으로 부활해서 나가쉬에게 절대적인 충성 중. 생전에 대단한 인물이었는지 누가 와도 눈 깜빡하지 않던 카토프레인이 워든 온다니까 벌벌 떰. 전투씬에서도 굉장한 무력을 가지고 있는 것으로 묘사가 됩니다.

*또한 세펄츄럴 가드 + 워든은 보통 해골병사의 비쥬얼과는 달리 자아와 지능이 있는 것으로 묘사가 되는데, 극중에서도 쟤네는 보통 언데드가 아니라고 경고하는 장면이 나옵니다. 침묵을 지키는 일반적인 해골과 달리 폐도 없는 주제에 소리는 어떻게 내는 것인지 모르겠지만 대사도 많아요.

*원래는 일단 죽고 나서야 그 다음에 다시 어딘가에서 부활하는 것이 원칙인 것 같은데, 후반으로 갈수록 이 원칙이 깨지는 장면들이 나옵니다. 비중이 주연급인 파이어슬레이어 코드란 친구(한 줄로 짧게 설명되지만 일단 프율 그림니르의 아들인 듯)의 경우 자신의 시체를 보고 놀라는 장면이 있고, 일부러 모호하게 묘사한 것 같지만 주인공의 정체 역시 내내 주인공을 돕는 카오스 워리어 쥬바스와 동일인물일 가능성이 농후함. 즉 같은 존재가 동시에 여럿 존재할 수도 있다는 암시를 줍니다. 게임 내에서 같은 이름을 가진 워밴드끼리 싸우는 것을 설정 측면에서 이렇게 처리하네요.

*이 카오스 워리어의 정체는 정말 좀 애매한데, 일부러 그렇게 묘사한 것 같아요. 주인공일지도, 웃음의 신일지도 모르겠는데 여튼 정확히는 속편 없이는 알 수 없을 듯.

*최고의 상남자는 블러드리버네요. 처음에는 무슨 이런 또라이가 다 있지 하면서 읽다가 나중에는 그런 패기가 너무 멋있어보이는,


 원래 블랙 라이브러리 소설은 대체로 미니어처팔이 보조수단인 경우가 많지요. 판매 중인 모델 혹은 캐릭터를 아주 영웅적으로 표현해서 어떻게든 갖고 싶도록 만드는? 특히 과거 스페이스 마린이 주역으로 나오는 소설들이 그랬었는데, 이번에 읽은 셰이드스파이어: 거울 이면의 도시는 그런 부분이 전혀 없어서 의아스럽기도, 신선하기도 했습니다. 말씀드린 것처럼 스톰캐스트나 오럭은 똘마니처럼 나오고, 그나마 유일하게 체면을 차린 것이 세펄츄럴 워든. 나머지 멋있는 장면은 미니어처가 없는 주인공이나 마법사 등에게 넘어갔으니, 이게 뭔일이지 싶습니다. 조쉬 레이놀즈의 소설은 과거 블러드엔젤 소설인 데스스톰 이후로 두번째인데, 긴장 상태에 놓인 사람의 심리묘사를 잘 하는 것 같아 앞으로는 믿고 읽는 작가가 될지도 모르겠네요.

 현재 이 소설은 품절되어 내년 3월에 2쇄가 발간될 예정인데, 꼭 지금 봐야겠다 싶으신 분들은 현재 유일하게 미국 GW(블랙 라이브러리가 아닙니다) 온라인 사이트에 재고가 몇개 남아 있으니 찾아서 읽어보시는 것도 괜찮을 것 같습니다.
 

핑백

  • ◀ Ashura City ▶ : 미친 거인을 잡아봅시다. 2018-12-23 22:18:37 #

    ... 기 때문에 이를 공유하고 다른 분들은 혼란 없이 재밌게 즐겨보시라고 적당히 번역하고 적당히 정리해봅니다. 1. 설정 언더월드의 설정에 대해서는 제가 전에 쓴 글을 참고해주시고, 이번 미션의 주인공인 카오스 가간트 역시 어쩌다 거울 이면의 셰이드스파이어에 오게 되었는데, 그 과정에서 환영과 악몽에 시달리게 되면서 거인 ... more

  • ◀ Ashura City ▶ : 워해머 언더월드: 비스트그레이브 소설 후기 2019-10-27 16:24:22 #

    ... 워해머 언더월드 3판인 비스트그레이브가 출시된지 벌써 한 달이 넘었습니다. 1판 셰이드스파이어가 출시됐을 때, 전에 포스팅한 동명의 소설이 같이 출판된 적이 있습니다. 그러나 2판 나이트볼트가 런칭되고 난 이후에는 관련 소설이 없어서 블랙 라이브러리가 언더월드에는 관심이 없나보다 싶었 ... more

  • ◀ Ashura City ▶ : 워해머 언더월드 설정 5: 소설 다이어카즘 후기(1) 2021-01-20 19:40:47 #

    ... 워해머 언더월드로 돌아왔습니다. 국내 최대의 워해머 언더월드 블로그를 표방하는(팩트: 비교할만한 언더월드 블로그 자체가 없음) 이 블로그에서는 현재까지 출시된 모든 언더월드 소설들을 리뷰한 바 있습니다. 하여 당연히 4판 다이어카즘의 출시와 함께 출판된 다이어카즘 소설을 그냥 지나칠 수 없었는데요, 제목만 비스트그레이브고, 언더 ... more

덧글

댓글 입력 영역