내 군대이야기 3: 자대배치와 노란색 견장 본인과 세상 이야기

전편

 처음 자대에 갔던 때가 아마 군생활 중 가장 두근거리는 순간이 아니었나 싶기도 합니다. 남은 20개월을 보낼 곳이라는 설렘 반, 앞으로 같이 지낼 간부, 선임들에게 잘보여야 한다는 부담이 반.


 === 3. 자대배치 ===
 처음 자대건물에 대해 받은 인상은 '뭐 이렇게 낡고 구려' 려나. 작은 2층짜리 건물, 눈대중으로 보아 지은지는 적어도 40년은 된 것 같고, 군데군데 금간 곳이 보일 정도로 허름함. 헬스장이라고 만들어놓은 곳은 다 쓰러져가는 비닐하우스. 솔직히 실망했습니다. 최전방처럼 신형 막사나 침대형 생활관이 아니라는 것은 들어서 알고는 있었지만, 이런 건물에서 지내다 이거 무너지는건 아닐까 하는 생각이 들 정도로 낡은 곳일거라고는 생각 못했기 때문에.

 아무튼 짐을 풀기도 전에 인사과에서 보직을 받았습니다. 제 보직은 통신병. 인터넷 설치도 어려워하는 제가, 그것보다도 난 문과인데?란 생각도 들긴 했지만 (입대할 때 특기를 맞춰서 들어가는 경우가 아닌) 대부분의 징집병은 저처럼 해당 부대에 결원이 생긴 보직으로 자동편성되는 경우가 대다수입니다. 사실 저와 정말 정말 모든 면에서 맞지 않는 보직이었습니다. 보직에 대한 이야기는 나중에 설명드리기로 하고,

 제가 지낸 생활관과 95% 똑같은 곳

 대부분의 침상형 생활관은 신형 막사가 아닌 이상 위 생활관과 대동소이한 모습일겁니다. 이렇게 사진으로 보면 정말 구리긴 한데, 건물에서 제가 많이 기대치를 낮췄기 때문인지 생활관 자체는 그럭저럭 나쁘지 않다는 생각이 들었습니다. 무엇보다도 TV가 집에 있는 것보다 더 좋아보였다는 것이 함정. 국민을 위하는 기업 LG에서 기부한 덕분에 2013년 말부터 육군 전 생활관에는 최신형 HD TV와 더불어 유플러스 다시보기가 제공됩니다. 덕분에 영화도 드라마도 예능도 다시보기 가능.

 제 신상은 제가 오기 전부터 이미 선임들에게 알려져 있던 모양이었습니다. 나중에 알았지만 인사과 행정병도 병사인지라 신병에 대한 정보가 생길 때마다 흘리고 다니거든요. 적어도 4살 이상 나이 차이가 났으니 신기할 법도 했을거라 생각합니다. 선임들이 신병한테 물어보는 누가 더 잘생겼냐에 대한 질문은 솔직하게 답변하는 것이 좋습니다. 둘 다 잘생겨서 우열을 가릴 수 없다 이런 드립은 솔직히 묻는 사람들 더 맥빠지게 하는 대답입니다. 저런거 물어보는 선임들의 심리는 정말 궁금해서가 반, 장난치고 싶은게 반이거든요. 이런 말 그대로 사소한건 뒤끝이 없으니 그냥 떠오르는대로 대답하시면 됩니다. 거기에 솔직하게 대답했는데 그걸로 트집잡을 정도로 속 좁은 선임이라면 이미 부대 내에서 악평이 나 있는 경우가 대부분이기 때문에 굳이 친해지려고 노력할 필요조차 없을겁니다.


=== 4. 노란 견장 ===
 전입신고와 총기수여식을 하면 정식으로 부대의 일원이 되고, 동시에 노란 견장을 받게 됩니다. 노란 견장은 엄격히 말하면 '관심 병사', 즉 이런 저런 이유(우울증, 가정사, 자살주의 등)로 관심을 요하는 병사가 차는 견장입니다. 눈에 아주 잘 띄기 때문에 주변 사람들이 해당 병사에게 조금 더 신경을 써주란 의미에서 달게 됩니다. 나중에 알게 된거지만 전입신병도 관심병사로 일단 분류가 됩니다. 지금은 없어졌을지도 모르겠는데, 관심병사에도 등급이 있어서 A 등급은 큰 주의를 요하는 경우고, 전입신병같은 경우에는 C등급을 받는 것으로 알고 있습니다.
 

 오른쪽 병사처럼 노란 견장을 차고 있는 동안에는 혼내더라도 암묵적으로 크게 혼내지 않고, 아무래도 더 편의를 봐주는 편입니다. 기간 한정 쉴드템이라고도 하죠. 입대 후 100일이 지나거나, 일병으로 진급하면 뗍니다.


=== 5. 이등병 생활 I: 업무 ===
 저는 통신병 보직을 맡았지만 부대 훈련과 주특기 관련 훈련/평가를 제외한 평소에는 사실상 중대행정병의 역할을 담당했습니다. 저는 타자는 비교적 빠른 편이었으나 그 외에는 흔한 워드자격증도 없었고, 고로 워드 프로세서를 다루는 능력도 일천했기 때문에 어떻게 보면 중대행정일을 시키는 것은 그리 적합하지 않았을지도 모르겠습니다.

 하지만 육군으로 징집되어 가시는 분들이라면 꼭 알아두셔야 하는 것이, 육군 병사는 대부분 말 그대로 징집병으로 나쁘게 말하면 "끌려 온" 병사들입니다. 즉 이는 지원하지 않았다는 뜻이고, 지원하지 않았다는 것은 인적 자원에서 지원병에 비해 조금 열위에 있다는 뜻입니다. 아무래도 똑똑하고 학력이 좋은 자원들은 장교나 공군 쪽을 지원하는 경우가 많다 보니, 인서울 4년제 대학에 다니기만 해도 병사들 사이에서는 꽤나 높은 학력입니다. 저희 중대의 경우 완편부대가 아니기 때문에 정원이 약 28명이었는데, 입대 후 전역까지 생활한 50여명의 병사 가운데 인서울 4년제는 4명밖에 없었습니다. 카이스트를 다니다 온 선임을 포함하면 5명. 어떻게 보면 10%니까 얼추 수능 등급상 비율이랑 맞아 떨어지는 것 같기도 하고..

 아무튼 사정이 그렇다보니 서울소재 대학만 다니다 와도 행정관련 일을 잘 할거란 기대를 받게 되기 때문에 관련보직을 위에서 '받게'될 확률이 상당히 높습니다. 허나 이게 좋은 것만은 아닙니다. 처음에야 학력으로 대우를 해 주더라도 그 기대에 빨리 부응하지 못하면 이래저래 더 혼나고 피곤해집니다. 사실 학력이란 것도 사회에서 취업할때나 의미가 있지, 군에서는 하등 무쓸모한 스펙인고로 결국에는 실력으로 평가받게 됩니다. 오히려 일부 학력에 대한 콤플렉스가 있는 선임들은 꼬투리를 잡기 위해 혈안이 되있기 때문에, 학력과 무관하게 이등병때는 열심히 일해서 두루두루 인정받는 것 외에 왕도는 없습니다.

 그 외에 저는 법을 전공했기 때문에 징계 관련 업무를 위임받았습니다. 징계에 대해서는 재미있는 얘기들이 많으니 나중에 정리해서 올리도록 하겠습니다. 다음에는 이등병시절의 내무생활부터 써보겠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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