내 군대이야기 1: 입대/보충대 본인과 세상 이야기


 사실 입대하기 전에는 군대에 관련된 글을 아주 상세히 쓸 계획이긴 했습니다. 입대 전 준비물(?)도 나름 이것저것 준비해서 사진도 찍고, 실제로 도움이 됐는지 안됐는지, 특별히 필요한 요령같은건 없는지, 요즘 군대는 과거랑 비교해서 어떻게 달라졌는지, 입대할 분들에게 어떻게 하면 도움이 될 글을 쓸 수 있을지 등등.. 그래서 주기적으로 입대부터 전역까지 군생활중에 일어나는 일들을 자세히 써볼까 했었는데.. 정작 휴가 나왔을 땐 시간이 워낙 귀중해서 글 쓸 생각은 하지도 못했네요. 전역하고 나서는 또 시간에 쫓겨 정신없다가 이제야 겨우 뭔가 좀 써볼 심적인 여유가 생겼네요. 근데 알고보니 인터넷 커뮤니티 여기저기에 비슷한 글이 많아서 그냥 관둘까 하다가 지금 적어두지 않으면 제 기억도 갈수록 희미해질테고, 의식의 흐름대로 한번 끄적여볼까 합니다.


===0. 들어가기 전에===

1) 저는 학부까지 졸업을 다 하고 상당히 늦은 나이에 입대를 했기 때문에 아무래도 제때 입대하는 친구들과 똑같은 경험을 하더라도 받아들이는 부분이 다를 수 있다는 점을 감안하시고 읽어주시길 바랍니다. 참고로 저는 입영연기 횟수를 다 사용했기 때문에 별도의 지원을 할 여지가 없었고, 그냥 입대 날짜 받고 육군 일반병으로 징집되어 들어갔습니다.

2) 이 글의 주 독자층은 아직 입대 안한 분들을 대상으로 하고 있기 때문에, 최대한 유용한 정보가 되길 바라는 마음에서 가급적 감정을 배제하고 드라이하게 쓰려고 (노력할) 예정입니다. 저는 2014년 3월 25일에 입대했고 2015년 12월 24일에 전역했으므로, 글을 쓰는 이 시점에서는 비교적 최신의 정보일겁니다.

3) 하지만 군대만큼 케바케란 말이 진리인 곳도 없을겁니다. 같은 육군이라도 부대에 따라 다른 부분이 분명 있는고로, 제 글이 모든 육군부대에서 절대적으로 통용되는 것이라고 생각하시면 곤란합니다. 참고 정도만 해주세요.


레고덕의 입대 전 마지막 사진. 102보충대의 전경입니다.

 


=== I. 102보충대 ===
 춘천의 102보충대로 입영통지가 나면 97% 이상은 강원도를 위시한 전방으로 가게 된다고 보시면 됩니다. 이제 306보충대도 사라졌기 때문에 육군 병사로 들어가는 분들은 전부 논산훈련소 아니면 102보충대로 가게 됩니다. 앞으로는 보충대 없이 처음부터 전국의 각 훈련소로 배정을 시킬 예정인 것으로 알고 있습니다.

 아무튼 저는 이 102보충대로 배정을 받았습니다. 보충대든 훈련소든 그 앞에 있는 식당은 악명이 높기 때문에 미리 버거킹 치즈와퍼 세트를 사가서 부대 앞에서 먹고 들어갔습니다.

 보충대는 별도의 훈련을 시키는 곳이 아니라 병사들에게 초도지급물품, 전투복, 전투화, 활동복, 그 외 앞으로 군생활을 하는데 필요한 모든 물건을 지급하고, 신체검사를 통해 행여 징병검사 때 놓칠 수 있는 복무부적합 인원들을 집으로 돌려보내는 곳입니다. 한 사흘 정도 있었던 것 같은데, 정말 지루합니다. 개지루해요. 중간중간 물건 받으러 가는 것과 밥 먹는 것을 빼면 정말 하는게 아무것도 없거든요.

 아, 군생활 최초의 초코파이를 먹어본 곳이긴 합니다. 중간에 종교활동이라고 교회가는 이벤트가 하나 있는데, 여기 가면 쵸코파이 줍니다.

 그 외에 보충대에서 특기할 사항이라면 첫날 저녁에 조교들이 와서 상대적으로 고학력자인 사람들을 따로 추려서 이것저것 물어보고 신상같은걸 정리해서 적어갑니다. 혹시나 자대배치(훈련소 끝나고 20개월 동안 지낼 부대를 정하는 것)할때 참고하나 싶어서 최대한 빠릿빠릿하게 보이려고 노력했는데 영향이 있었는지 없었는지는 잘 모르겠습니다.

 아무튼 보충대에서 3일 정도를 지내면 각지의 훈련소로 일단 흩어지게 됩니다.

 물론 불침번도 섭니다. 일단은 군대니까요.


제가 챙긴 아이템 1: 기능성 깔창

 있고 없고가 정말 천지차이인 장비입니다. 양쪽 용도가 조금 다른데, 풋로직은 등산용으로 행군할 때 훨씬 편하고, 오른쪽 스펜코는 일과용으로 평소 발의 피로도를 엄청나게 덜어줍니다. 족저근막염 등 발 질환이 있는 사람들에게는 필수아이템입니다. 가격은 각각 3만원 정도로 다소 비싼 편이지만 족저근막염이 있어도 거의 완전히 완화시켜줄 정도로 뛰어난 기능을 자랑합니다. 보충대 앞이나 px에서 파는 어설픈 깔창과는 비교가 안됩니다. 참고로 보충대 들어갈 때는 몸에 있는 것을 전부 제거(?)하기 때문에 깔창도 일단 신고 들어가는 신발에 깔고 있는 한 쌍 밖에 못 갖고 들어갑니다. 저는 자대배치 후에 택배로 받아서 두번째 깔창을 사용했습니다.
제가 챙긴 아이템 2: 디지털시계

 뭐 지샥이 대세라고는 하는데, 사실 거의 유일하게 좀 멋을 부릴 수 있는 아이템이라 지샥 중에서도 나름 선별해서 가져갔었습니다. 온도계, 알람, 나침반, 센서 등등 온갖 기능을 떡칠한 시계였는데 당연하게도 저런 기능 거의 쓸 일 없습니다. 흠집 생기면 아쉽기도 하구요. 그냥 가볍고 망가져도 괜찮은 저렴한 제품 사가시는게 정답입니다.

 그 외에 보충대 앞에서 파는 무릎, 팔꿈치 보호대 이런것들도 사갔는데, 이건 확실히 있으면 훈련소에서 각개전투 훈련할때 훨씬 편하긴 한데, 보충대 앞에서 파는건 쓰레기였기 때문에 큰 도움이 안되었던고로 미리 다른 방식으로 구하시길 바랍니다.

핑백

덧글

  • ksodien 2016/07/24 22:46 # 답글

    으아니, 이게 대체 얼마만에 보는 아슈라님의 새글 알림이란 말인가! ㅠ_ㅠ);

    정말 오랜만입니다.

    그동안 잘 지내셨는지요? :D

  • 아슈라 2016/07/25 19:16 #

    소뎐님도 오랜만입니다ㅠㅠ
    40k야 하고 싶고, 주위에서 자꾸 워머신하라고 난리긴 한데,
    군대 가고 로스쿨 가고 자꾸 게임할 환경이 안되니 헛되이 페인트만 굳어가네요..
    어찌 지내고 계신지요?
  • ksodien 2016/07/27 23:22 #

    에에... 그저 숨만 쉬고 지낼 따름이랄까요. 아하하하핫~ +_+);;
  • 2016/07/25 00:14 # 답글

    백이보로 가셨군요. 저는 과도기적인 군생활을 했어서 육군훈련소로 들어갔지만 자대가 포천에 있어서 수료 끝나고 삼공육에 보충병으로 넣더군요. 덕에 삼공육 생활도 해본 경우가 되었는데, 본 결과 잘 사라진 것 같습니다... 시설이 상당히 낙후되어있어서 관물대도 없고 지수체증도 전부 목제 기구들로 한 흔적들이 보이더라구요. 체증을 기계에 레이져로 한 입장에선 참 묘했습니다. 특히 가장 가관은 저희 부모님보다 나이많은 모포...

    삼공육이 사라진 뒤 경기북부 및 강원도 유역의 소위 '메이커 부대'들(3,6,8 사단)의 경우에는 보충대를 거치지 않고 바로 사단신교대로 입교하더라구요.

    제 경우엔 포천 동부 5군단사령부로부터 15분 정도에 위치한 5포병여단 직할 포병대대에 있었는데, 병인사담당관을 거치면서 봤지만 제가 전역하는 금년 3월까지 거쳐간 약 3~4백명 중 군번 네번째 자리가 1인 친구는 두 명 정도 본 것 같습니다. 나름 포천도 경기도라기엔 강원도에 더 기후같은 면에서 가까운 동네였었는데 말예요.
  • 2016/07/26 00:51 #

    그러게요. 막상 안에 있을땐 나가고싶었는데 나오고보니 다시 돌아가고 싶더라구요. 나름의 매력이 있는 곳이 맞는 것 같습니다. 그걸 돌아갈 수 없게 되고서야 알아버렸지만 말입니다.

    군번의 경우엔 육규를 보니 '계단'으로 단위를 정하더라구요. 아마 Layer 의 번역이 아닐까 싶습니다만 육규엔 그런 얘기가 없어서 진상은 모르겠습니다.

    일단 병사들은 연도 이후 여덟계단, 부사관은 여섯계단, 장교는 다섯계단으로 구성되어있지요. 전부 연도를 합치면 열계단, 여덟계단, 일곱계단이 되지요.

    병사의 경우 육군은 세번째 자리가 7로 시작하고, 네번째는 입영소대에 따라 6(육군훈련소), 3(306보충대), 1(102보충대)입니다. 306보충대가 사라진 뒤엔 사단신교대가 그 자릴 대신하더군요. 나머진 끝부터 시작해서 해당기수를 생년월일 순으로 끊어서 배정입니다. 대개 여섯째자리가 1이면 1월부터 3월 중순 군번 즈음 되더라구요. 8월 군번이 6정도...

    부사관은 세번째 자리가 5고 나머진 병사처럼 끝부터 시작해서 기수 + 생년월일 순 부여더라구요. 전문하사의 경우는 루머나 추정은 많은데 계산이 안되어서 진상파악은 불가했습니다.

    장교군번은 출신 별 우선 구분을 하고 그 다음으로는 성적 순 배분을 한다고 합니다. 그 덕에 군번이 낮을수록 기대와 우려가 만인에게 교차되었습죠.

    보충대는 사실 각 사단신교대에서 할 일들을 통합했다는 데에 의미가 있는 것 같습니다. 만약 초도지급품을 보급해야 하는 입장에서 보충대 한 곳만 가느냐, 여러 사단신교대를 가느냐 같은 차이일까요? 만약 수가 없어서 잘못 받기라도 한다면 임관하지 않는 이상에야 새걸 다신 받을 수 없으니 말입죠.
  • 아슈라 2016/07/30 21:58 #

    허허 정확하시네요, 저는 3월 군번이었는데 헤아려보니 6번째 자리가 1이군요. 나이도 동기 중에는 가장 많았으니 군번도 제일 앞이었고..
    무작위인듯한 번호에도 나름의 규칙이 있는걸 보면 의외로 군대도 체계는 제대로 굴러가는 것 같은데 도대체 왜 (...)
댓글 입력 영역