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09년 11월 07일
명탐정열전: Philo Vance (S.S Van Dine)
타칭 세상에서 가장 재수없는 탐정. 성품을 제외한 능력, 외모, 재력, 학벌 네가지 덕목을 갖춘 진정한 엄친아. 하버드출신에 탁월한 운동능력, 고모에게 상속받은 유산으로 뉴욕 최고급 아파트 최상층을 전세내서 하고 싶은 일들만 골라 하는 게으른 인간. 물론 탐정일은 취미에 불과하다. 아무래도 작가가 최초로 반스를 등장시킨 소설을 낼 당시 빚에 시달렸다고 하는데, 자신이 추구하는 이상적인 생활을 소설속 인물을 통해 투영시킨듯한 느낌을 지울 수 없음. 어쨌든 좀 현실과 지나치게 동떨어진 캐릭터라 그런지 그닥 정도 안가고 별로 닮고 싶지도 않다. 실제로 이런 부분은 평론가들이 까는 일부 요인이 되기도 하는데, 그럼에도 불구하고 파일로 반스를 위대한 탐정의 목록에 넣고자 함은 완벽한 심리전과 사건 자체의 진행이 매우 논리적이기 때문.
사실 한국에 들어와있는 탐정소설(추리소설은 일본식 표현입니다.)은 대부분 일본을 한계단 건너온지라 왜색이 짙다. 일본을 건너온 중역뿐만 아니라, 서양식 탐정소설보다는 일본인들이 선호하는 쪽이 아직도 대세라는 뜻. 가령 가면을 쓴 괴도라든가, 연극의 한 장면을 흉내낸 듯한 트릭, 전래동요의 내용을 그대로 흉내낸 연쇄살인사건 등등 19세기 말, 20세기 초에 유럽권에서 유행하던 크리스티, 포, 도일의 전통 탐정소설의 색채들을 아직도 고집하는 경향이 짙다.(거의 매 사건 이런 장면이 나오는 것으로는 그 유명한 만화 긴다이치-김전일-소년의 사건부가 있음) 뭐, 이런게 싫지는 않고 재미없다는 말도 아니지만 21세기에 사는 현대 독자들에게는 현실성도 떨어지고 트릭도 중복되서 갈수록 비현실적+식상하기 마련. 이런 측면을 거의 배제시킨 무대에서 추리가 진행된다는 점에서 1900년대 초의 탐정임에도 불구하고 파일로 반스는 충분히 현실적이다.
반스는 다재다능하지만 근본적인 성품은 결코 부지런하지 못하다. 셜록 홈즈 이래 대부분의 탐정들이 갖고 있는 못된 근성을 고스란히 갖고 있으나, 추리 과정은 홈즈와는 상이하다. 나중에 홈즈에 대한 포스팅 하나 잡고 설명하겠지만 홈즈가 증거를 수집하기 위해 돋보기 들고 경찰보다 더 부지런히 런던 구석구석 움직이는 유형이라면 반스는 살인현장을 제외하면 거의 움직이질 않는다. 수집하는 증거라고 해봤자 안락의자에 앉아 용의자들과 대면하며 그 사이에서 동기라든가, 모순을 잡아내는 정도에 불과. 본인은 이러한 추리소설의 경향이 매우 바람직하다고 생각하는데, 그 이유로는 독자 스스로가 탐정과 동일한 조건에서 추리해나갈 수 있는 기반이 되기 때문이다. 머리는 두고 티비보듯 눈만 굴린다면 파일로 반스 시리즈는 상당히 재미없겠지만, 열심히 머리써가면서 상대의 동기, 심리, 모순을 찾느라 고심한다면 반스 시리즈의 진가를 분명 느낄 수 있을 것.
또한 다름 탐정들과 구별되는 것들 중 특기할만한 것은 복수를 적극 권장하는 인격파탄자라는 것. 대개의 탐정들이 수수께끼를 풀고 진범을 밝힐 때 경찰/검찰 관계자들과 대동해서 그 자리에서 그들을 연행한다면, 반스는 진범이 죄값을 원치않게 치르도록 교사 혹은 방조한다. 물론 형법적 책임을 묻지 않는 교묘한 방법으로. 따라다니는 검사는 멍청해서 매번 일어난 후 "반스 왜 그랬어!" 이러면서 진심으로 아쉬워함.
참고로 소설 중간중간에 쓸데없이 반스가 잘난척한다고 개드립치는데, 이런 부분은 쓸데없이 길기만 하고 다른 사람들한테 잘난척할만한 기회가 생길법한 지식도 아니므로 별 도움도 안되므로 무시해주면 된다. 뭐, 이런게 묘미라고 하는 팬들도 있더마 취미없고 시간없는 본인에게는 그저 개드립에 불과할뿐.

명대사: 고모 맙소사! (Oh my aunt!)
탐정유형: 안락의자형
대표작: 벤슨 살인사건, 그린 살인사건 등
절대 읽지 말아야 할 비추천작: 겨울 살인사건- 이유: 그냥 조낸 재미없다
*특기사항: 올해 북스피어에서 전집시리즈 첫권 발간- 파일로 밴스의 정의(밴스보단 반스가 정확한 발음이라고 봄- 정확히는 ㅂ완ㅅ 정도가 되겠지만) 책 외모는 이쁘지만 번역은 별로, 소장가치는 괜춘
# by | 2009/11/07 23:58 | 名探偵列傳- 서양편 | 트랙백 | 덧글(4)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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