당분간 상단 위치할 대문글










 *보드게임쪽에서는 메피스톤이라는 아이디로 활동하는 아슈라입니다. 

 *원칙적으로 워해머 관련 사진, 번역글, 각종 매체의 명탐정들, 법 관련 게시물들을 다룹니다. 간혹 제 신변잡기라든가, 시사 등 취미와 무관한 글들도 간간히 올라갈겁니다. 제 종족 특성상 워해머 판타지는 하이엘프, 40k는 블러드엔젤 관련 포스팅이 주를 이룹니다.

 *워해머는 영국에서 시작되어 현재는 전 세계적으로(한국은 아직..) 수많은 유저들을 거느리고 있는 일종의 모델링-보드게임 취미입니다. 뭔지 감도 안 잡히시는 분들은 우측 '초심자를 위한 워해머' 폴더를 잠시 봐주시면 감사합니다. 

 *저는 여러 플레이어들과의 교류를 무엇보다도 최우선으로 생각합니다. 나이와 출신, 소속 동호회 등과 관계 없이 친분을 쌓아갈 준비가 얼마든지 되어 있습니다. 초보분들도 얼마든지 환영합니다. 열린 마음으로 여러 유저들과 토론하며 한국 워해머계를 좋은 방향으로 발전시킬 수 있기를 진심으로 기원합니다.

 *글이 꾸준히(1주 1회 이상) 올라오는 시기에는 말씀해주시면 게임이 가능합니다.

 *찾아주신 분들에 대한 최소한의 예의로 모든 댓글에 댓글을 다는 것을 원칙으로 합니다. 내용이 어떻든 결코 무시하진 않습니다. 만약 제가 달지 않았다면 절대 무례하게 행동하려는 것이 아니라 단순히 몰라서, 또는 시간이 년 단위로 흘렀기 때문에 그런 거란걸 알아주시면 감사하겠습니다.

 *이 글은 낙서장과 방명록도 겸합니다.

 *All English comments are welcomed!


킬 팀 소회 1: 붉은 헬멧단 Warhammer 40k


 첫 워해머 미니어처를 조립하고 붓을 잡고 페인트를 떡칠한지 어느덧 올해로 25년. 예전에 인생의 대부분을 워해머에 매료되어 보내게 된 이유가 대체 뭔지 생각을 좀 해 본 적이 있었는데, 의외로 그 답을 준 GW의 게임은 본 게임이 아니라 워해머 40k: 킬 팀이었습니다. 사실 워해머 판타지 이후로 GW에게 대단한 게임적 완성도나 정교한 전략의 재현 가능성 등을 기대하지는 않고 있습니다. 허나 제가 사랑하는 세계관에서 열심히 페인팅한 자식 같은 미니어처들이 테이블에서 뛰어 노는 것을 보고 있노라면 그것만으로도 충분히 즐겁습니다. 강아지 산책시키는 것과 비슷한 기분이라고 해야 할까요, 

 그런 제게 킬 팀은 가장 이상적인 게임이었습니다. 본 게임을 할 때에는 아무래도 작업 시간의 한계상 늘 모델의 완성도를 일정 부분 타협해야 했었습니다. 하지만 40k 세계관과 미니어처를 그대로 유지하면서도 적은 모델 카운트에 모델 하나 하나가 전부 역할이 있는 게임. 거기에 캠페인에 들어가면 성장까지 하니, 모델 한 개를 칠하는데 수 십 시간을 들여 애착을 갖는 제게는 이만한 게임이 없었죠. 여튼 올 해 들어 본격적으로 캠페인을 진행하면서 하나 둘 모델을 칠해간 결과 사실상 풀페인팅이 완성되었다고 판단하여 기념으로 올려봅니다.

<붉은 헬멧단 초상화 모음>


 블러드 엔젤은 병과에 따라 헬멧 색이 다릅니다. 요즘은 근접 신병종들이 많이 나오면서 노란 헬멧의 병종이 거의 과반수에 이르는 지경이 되었는데, 설정에 집착하는 저로는 노란색 파란색 헬멧을 혐오하기 때문에 이런 추세는 개탄할 일입니다. 하여 가능한한 붉은 헬멧 병종만 쓰되, 부득이 다른 헬멧 색을 써야하는 경우에는 그냥 맨머리를 사용하는 방법으로 우회하여 편성 중.. 이지만 슬슬 한계를 느끼고 있습니다. 멤버들 이름은 창의성 없게 그냥 위나라 장수들로 정했습니다.

 <마크 7 헬멧 3인방(클릭하면 선명해짐)>

 최근 구마린도 2운드로 오르며 더 좋아진 녀석들. 미사일 런처는 이제 좀 덜 쓰는 듯 하지만, 플라즈마 건 사수는 거의 매 게임 출장해서 한 번도 기대를 저버린 적이 없는 에이스. 캠페인에서 팀 내 유일한 레벨 3이 되면서 포인트도 많이 올랐지만 늘 그 이상의 퍼포먼스로 보답해줍니다. 이름은 하후연. 플라즈마 사수의 사실상 고정 보직인 저격 스페셜리스트입니다.  

 중앙의 인터세서는 스페이스 마린 신 코덱스에서 인터세서가 마크 7 헬멧을 쓰는 삽화가 공식적으로 출판됨에 따라 기쁘게 만든 친구입니다. 단순한 모델 같지만 무려 4 제품을 섞어 만든 나름 공들인 친구. 마크 7 헬멧과의 조합도 너무 잘 어울리고 포징도 이뻐서 현재 제 오픈채팅 플사로 쓰고 있습니다.

<제일 출전 덜 하는 3인방>

 룰만 봤을 때는 오 좋아보이는데! 하면서 만들었다가 정작 실전에서는 죽써서 갈수록 고용 안하는 3인방. 인필트레이터는 딥스 방해가 킬 팀처럼 좁은 보드에서 큰 의미가 없고, 인터세서는 스토커 볼트 라이플이 2 데미지로 개정되면서 킬 팀에서 멀티 운드가 갖는 강력함에 혹해서 바로 조립해서 칠했던 친구. 하지만 볼트 라이플 본 게임 개정 반영이 1년 넘게 안 됐었기에 버려졌습니다. 하지만 최근 퍼라이어 넥서스에서 2 데미지로 본 게임 룰을 가져오면서 슬슬 활약하기 시작했습니다.

 서프레서는 이론상은 정말 좋은 모델이지만, 공격력에 비해 방어력이 영 좋지 못하고 모델 자체의 크기 때문에 숨기도 곤란. 상대방이 늘 제거 1 순위로 무슨 수를 써서라도 게임 시작하면서 죽여버리기 때문에 비싼 몸 값이 늘 아깝습니다. 다만 3층 이상의 고층건물들이 있던 보드에서는 층을 넘나들며 대활약을 하기도.

<3운드 3인방>

 퍼라이어 넥서스로 떡상한 터미네이터들과 말도 안되는 포성비로 논란이 현재진행형인 헤비 인터세서입니다. 저희 캠페인에서는 하우스룰로 헤비 인터세서의 포인트를 약 10포인트 정도 높여서 책정하기 때문에, 엑시큐셔너 헤비 볼터를 들고 있는 제 헤비 인터세서는 엄청나게 비싼 유닛인데, 데뷔전에서 엄청난 킬 수와 몸빵으로 바로 레벨 업. 현재는 39포인트라는 말도 안되는 포인트를 자랑합니다. 

 블러드 엔젤 답지 않게 사격 일변도인 제 킬 팀에서 유일하게 근접 전용 유닛이라고 할 수 있는 쌍라클 터미네이터. 늘 제 역할을 해주는 든든한 친구입니다. 싸이클론 터미는 기본 포인트가 38 포인트나 되기 때문에 거의 사용하지 않습니다.. 만, 상향된 터미의 스펙 때문에 적극적으로 기용 예정입니다.

<엘리미네이터. 리더라서 사진 두 장 넣어줌.>

 붉은 헬멧단의 현재 리더는 엘리미네이터 서전트입니다. 엘리미네이터의 BS가 2+로 상향되면서 CP 생성과 원딜 전부 카모 클락의 보호 아래에서 충실히 수행할 수 있게 되어 기대가 큽니다. 오른쪽 엘리미네이터는 통신 주특기로, 원거리 공격진의 중핵을 담당 중입니다.

<킬 팀: 붉은 헬멧단>

 뱅가드 베테랑과 쌍라클 터미네이터 2호, 인터세서 서전트가 프라이밍 상태로 도색 대기 중이나, 지금은 이것으로 일단락. 블러드 엔젤 특규를 거의 포기하다시피 한 원거리 특화 팀에서 슬슬 챕터 트레잇으로 재미를 좀 보는 방향으로 틀어볼까 합니다. 

워해머 언더월드 설정 7: 소설 다이어카즘 리뷰(3) Warhammer Underworlds

 어제에 이어 소설 다이어카즘 리뷰 마지막 편입니다. 개인적으로 가장 재미있었던 구눈의 단편으로 시작해봅시다.

7. 운명의 고리(Chain of Fate): 아홉의 눈

<다양한 종족의 멤버들로 구성된 워밴드>

 "덜 배운, 불쌍하고, 멍청하고 눈 먼 놈들에게 창조란 정적이고 고정된 것이다. 그 놈들은 이 산이 영원하고 하늘이 언제까지 위에 있을 줄 알지만 그것은 사실이 아니다. 모든 창조에 있어 변하지 않는 것이란 오직 하나, 바로 변화 그 자체인 것이다!" 

 오늘도 보르테미스는 일장 연설 중입니다. 이미 셰이드스파이어의 페인웨이를 망가뜨리고자 하는 목표를 실패한지 어느덧 수 세기(!)가 지났지만 여전히 나비아와 투로쉬는 보르테미스에 매료되어 그의 헛소리를 경청 중. 이렇게 생각하는 나는 누구냐구요? 바로 보르테미스의 호위인 크차릭입니다. 이 단편은 크차릭의 시점에서 서술되는 이야기입니다. 크차릭은 보르테미스에게 종속되었지만, 놀랍게도 그 주인을 아주 혐오스럽고 덜 떨어졌다고 여기고 있습니다. 주인뿐만 아니라 그 부하 둘인 나비아와 투로쉬도 마찬가지로 멍청한 연놈들입니다. 보통 젠취의 신도들은 어릴 때부터 변화의 길을 배우는데, 어릴 때야 다른 신도들에게 호승심이나 경쟁의식을 느낄 수 있지만, 이런 감정들은 해가 지나고 철이 들어가며 옅어지기 마련입니다. 하지만 나비아와 투로쉬는 언제까지나 아이들마냥 서로를 원수처럼 여깁니다. 상대방의 실수가 곧 자신의 성공이라 여기면서까지 말이죠.

 연설 후에 엘프처럼 생긴 뭔가에게 정보를 얻어내는 지금 보르테미스의 행동도 크차릭은 영 마음에 들지 않습니다. 이 유사 엘프 녀석의 이름은 셰오크라고 하는군요. 보르테미스는 이 이름을 기억하지 않겠다고 합니다. 아니, 보르테미스는 애초에 머리를 써서 뭔가를 기억하려 하지 않습니다. 바로 크차릭이 모든 것을 보고 완벽한 기억력으로 모든 것을 기억하기 때문입니다. 셰오크의 말에 따르면 새로운 이 공간은 비스트그레이브라고 하는군요.

<보르테미스에 가려진 크차릭의 이야기>

 크차릭의 가장 오래된 기억은 보르테미스에게 종속되던 시점입니다. 오직 둘 중 하나의 죽음만이 해방시킬 수 있는 그 종속의 굴레. 그리고 두 번째 오래된 기억은 보르테미스에 대한 혐오입니다. 셰이드스파이어의 저주를 통해 보르테미스가 죽을 수 없게 되었다는 것을 알았을 때의 절망감이란, 그리고 이어지는 몇 세기의 일장 연설과 역겨운 허세란 정말이지.. 

 하지만 비스트그레이브라, 여기서라면.. 어쩌면 여기서라면 크차릭은 이 지겨운 운명을 끝낼 수 있으리란 기대를 해 봅니다. 그의 마음도 모르고 보르테미스는 수 세기에 걸친 지겨운 윤회에서 해방을 선물해준 변화의 신을 찬양하라며 또 떠들어대고 있습니다. 겉으로는 듣는 척 하는 크차릭 또한 나비아의 창백한 피부가 어떤 맛일지, 투로쉬의 뼈를 부리로 쪼갤 때의 기분은 어떨지, 보르테미스를 찢어 죽이면 어떨지에 대한 생각으로 바쁩니다. 그리고 보르테미스를 죽이는 환상이 종종 그를 사로잡습니다. 아니 이토록 멤버 전원이 동상이몽에 사이가 안 좋은 워밴드라니..

 여튼 새로운 장소를 탐사 중에 정찰을 나간 나비아가 돌아오지 않습니다. 나비아는 배신한걸까요? 그녀를 찾아오겠다는 투로쉬. 보르테미스의 수족들이 하나 둘 알아서 자리를 피해주니 크차릭에게는 드디어 보르테미스에 대한 기나긴 분노와 복수를 성취할 순간이 찾아오는 듯 합니다. 지금 우리가 어디에 있는지에 대해 묻는 질문에 "우리가 있어야 할 곳에 있노라."라는 허세를 부리는 보르테미스. 그리고 그 순간 뿔피리 소리가 울려퍼집니다.

 이어지는 야생엘프의 습격. 크차릭은 전력으로 싸워보지만 생각보다 이들의 검술은 예리하고 정교해서 일진일퇴의 공방만이 진행됩니다. 필요할 때 나비아와 투로쉬는 어디에 갔는지 욕을 하는 찰나 뒤에서 들려오는 목소리. "나를 보호해라 크차릭!" 돌아보니 켄타우르스 비스무레한 엘프의 창이 보르테미스의 어깨를 꿰뚫었군요. 보르테미스는 입과 손에서 불을 뿜어내며 힘껏 싸워보고는 있지만 너무도 맹렬한 헌트마스터의 공격을 완전히 막아내기에는 역부족입니다. "도와줘 크차릭!" 구속의 저주는 강력하여 크차릭에게 목을 죄는 듯한 고통이 느껴집니다. 그 고통에 망설이는 찰나 크차릭의 눈에 박히는 적의 칼날. 분노의 반격으로 크차릭은 적을 쓰러뜨리지만 구속의 고통이 더 강해지며 어쩔 수 없이 보르테미스에게 달려가도록 만듭니다. 그리고 등 뒤에 박히는 화살들. 

 하지만 크차릭은 본인의 의사와 상관없이 구속에 따를 수 밖에 없습니다. 헌트마스터와 전력으로 싸워보지만 부상당한 몸으로 점점 더 절벽으로 몰리는 크차릭. 보르테미스는 도와주긴 커녕 "이 멍청아, 네가 칼질을 하는게 곧 젠취에 대한 봉사야! 운명에 대항할 생각일랑 말라구!" 라며 짜증만 돋울 뿐, 그리고 이어지는 보르테미스의 스카에스에 대한 마법의 일격. 바로 그 순간, 1초가 마치 영원처럼 느껴지면서 크차릭은 직감합니다. 이 순간이 바로 환상 속에서 수 없이 봐왔던 보르테미스의 최후의 순간이라는 것을.

 "젠취의 저주나 쳐먹어라."라는 대사와 함께 크차릭은 헌트마스터가 아니라 보르테미스를 향해 남은 모든 힘을 쥐어짜내어 칼을 휘두릅니다. 이미 크차릭은 보르테미스가 이런 상황에서 어떻게 행동할지를 알고 있습니다. 수 세기에 걸친 전투와 완벽한 기억력으로 크차릭은 보르테미스가 특정한 각도에서 어떻게 회피하고 어떻게 반격할지를 완전하게 머리 속에서 그릴 수 있는 지경에 이른 것입니다. 광기에 찬 웃음과 함께 칼을 내지르며 보르테미스가 오른쪽으로 회피하면 각도를 틀어 목을 베어 버리려는 크차릭. 그런데 보르테미스가 회피하지 않습니다. 아니, 오른쪽이 아니라 왼쪽으로 고개를 틀고 크차릭을 바라보는 보르테미스. 그의 얼굴에 날카로운 이빨을 한껏 과시하듯 미소가 만연합니다. '뭐지?' 크차릭은 의문스럽지만 이제 돌이킬 수는 없는 것. 칼을 다시 휘둘러 보르테미스의 목을 베어버립니다.

<보르테미스의 미소>

 드디어 해방됐다는 사실이 실감이 되지 않는 크차릭. 바닥에 굴러다니는 보르테미스의 목을 보자 이제야 현실이 돌아옵니다. 드디어 자유의 몸이 되었다는 기쁨. 그는 방방 뛰며 보르테미스의 시체를 향해 소리칩니다. "죽음의 맛이 어떠냐 이 멍청한.." 그러나 그 순간 목이 보이지 않는 칼에 그어진 것 마냥 숨을 쉴 수가 없는 고통이 밀려옵니다. 비명을 지르려고 해도 숨조차 쉴 수 없는 상황. 땅에 무릎을 꿇고 뒹구는 크차릭. 고통과 함께 골짜기 밑으로 떨어집니다.

 그리고 다이어카즘 밑에서 다시 부활하는 아홉의 눈들. 보르테미스는 모든 것을 예상했다며 또 허세를 부리는군요. 크차릭이 보르테미스로부터 해방될 날은 적어도 당분간은 오지 않을 것 같습니다. 

 구눈의 배경설정은 정말 거의 없다시피해서 재작년에 언더월드 워밴드 소개 연작을 할 때에도 "애들은 전부 종족도 달라보이는데 무슨 이야기로 같이 다니는건가요?"라는 질문을 받았지만, 그저 해줄 수 있는 대답은 같은 신을 섬기는 애들이라서요. 정도였는데, 이번 단편을 통해 구눈이 어떤 친구들인지 확연하게 느낄 수 있었습니다. 크차릭의 시점에서 서술된 것도 인상적이었고, 작가가 멤버들 각자의 캐릭터성을 확실하게 드러내줘서 비록 스토리상 뭔가 좀 오합지졸 같아 보이긴 했어도, 구눈이라는 워밴드 자체에 대한 개인적인 호감도는 훨씬 올라가게 되었습니다. 이런저런 카드에서 보르테미스의 웃는 얼굴을 워낙 많이 봐서 표정이 떠오르기도 했구요. 



8. 도깨비불(Ghastlight): 드레드 페이전트

<이 녀석들의 출시로 언더월드에 카오스 4대신의 사도들이 전부 등장하게 되었습니다.>

 단편집의 마지막 장이기도 한 가스트라이트의 시작은 드레드 페이전트와 스케이븐간의 교전에서 시작됩니다. 비록 숫적으로는 3:1의 열세였지만 슬라네쉬의 축복을 받은 이들에게 이 정도의 차이는 열세라고 볼 수조차 없습니다. 정확한 사격술로 활을 다루는 하드주와 벽을 타고 달리며 화려하고 아크로배틱한 움직임으로 적을 베어내는 글리젯의 액션신이 이어집니다. 드레드 페이전트의 리더 바실락이 비스트그레이브로 발길을 향한 이래 이들은 죽인 이들이 다시 살아나는 것을 목격했고, 산의 슬픔과 분노를 쉽게 달래기 어려우리란 사실을 알게 되었습니다. 산이 죽음과 고통을 자양삼는다는 것 또한 말이죠. 허나 적의 고통을 기쁨으로 삼는 슬라네쉬의 신도답게 글리젯은 비스트그레이브에서 여느 때보다 살아 있음을 느끼며 충실한 하루하루를 보내고 있습니다. 

 그런 글리젯에게도 고민거리가 있으니 바로 슬란고어인 슬레익슬래쉬의 존재입니다. 자신의 사냥감을 자꾸 막타치며 뺏어가는 슬레익슬래쉬 때문에 글리젯은 분노하지만, 그런 분노를 드러내자 돌아오는 것은 바실락의 싸대기뿐입니다. 바실락의 슬레익슬래쉬에 대한 총애가 너무도 못 미덥지만 바실락의 권위에 대항하는 것은 글리젯에게 있을 수 없는 일입니다. 바실락은 셰이드스파이어에 있다고 전해지는 "쾌락의 서"라는 책을 찾기 위해 혈안이 되어 있는 상태입니다. 도깨비불에 도달하면 셰이드스파이어로 건너갈 수 있다고 믿는 그는 도깨비불을 찾아내기 위해 모험을 계속합니다.

 탐사 끝에 목표한 도깨비불에 도달한 드레드 페이전트. 이 도깨비불은 야생의 영역인 구르와 죽음의 영역을 이어주는 연결통로라는 생각에 바실락은 발걸음을 서두릅니다. 슬라네쉬를 위하여 셰이드스파이어의 비밀을 풀어내겠다는 의지 하에 도깨비불을 쫓아가는 바실락. 하지만 중간부터 도깨비불은 어디론가 사라져 보이지 않는 모양입니다. 글리젯은 비스트그레이브가 좋습니다. 분노와 고통, 슬픔이 넘치는 이곳은 과잉의 신인 슬라네쉬의 충실한 신도인 그녀에게 천국이나 다름 없습니다. 그러나 동시에 언젠가 돌아가지 않는다면 그들의 존재는 그냥 엑스트라 1로 잊혀질 것이라는 사실 또한 그녀를 괴롭게 합니다. 

<바실락의 카리스마는 어마어마합니다.>

 그러던 중 만난 아이언죠즈 오크들의 무리. 스케이븐이 아닌 오크 20 마리가 넘게 달려드는 것은 중과부적이죠. 그리하여 이들은 몰래 지나치려 하는데, 글리젯이 그토록 혐오하는 슬레익슬래쉬가 일부러 발소리를 내며 킁킁대는 바람에 오크들의 시선을 끌게 되고 어쩔 수 없이 도주하게 됩니다. 그 와중에 슬레익슬래쉬가 바실락을 해치려는 오해를 한 글리젯은 슬레익슬래쉬를 향해 공격하다 또 바실락에게 잔뜩 혼나고 맙니다. 

 그리고 다시 도달한 도깨비불. 불 너머에서 거대하고 화려한 갑옷들, 후드와 망토를 걸친 형상들이 일렁이는 것을 드레드 페이전트들은 목격합니다. 전사와 마법사들의 모습 앞에서 바실락은 당당하게 이들 앞에 서서 "위대한 이들이여, 나는 축복받은 이, 드레드 페이전트의 신을 찾는 자이자 어둠의 왕자 슬라네쉬에게 헌신하는 자. 바실락이오. 그대들은 셰이드스파이어에서 왔는가? 그렇다면 거기에 있다고 전해지는 위대한 책인.." 여기까지 얘기한 바실락은 진실을 보게 됩니다. 이들은 전사나 마법사가 아니라 해골들을 대충 옷으로 가린 망령된 존재들이란 것을. 그리고 이어지는 언데드의 공격, 바실락은 셰이드스파이어로의 길만 터줄 것을 요청하지만, 언데드에게 이성을 기대할 수는 없지요.

 전력을 다해 싸워보지만, 이어지는 언데드의 무리에 점차 드레드 페이전트는 수세에 몰립니다. 도깨비불은 점차 멀어져만 가고, 이들은 벼랑 끝에 서게 됩니다. 글리젯은 죽음을 각오하고 적진으로 창을 휘두르며 뛰어드려는 찰나 바실락의 마법이 적을 대거 보내버리며 도깨비불으로의 길을 틉니다. 그리고 드레드 페이전트는 도깨비불을 통과하여 달려갑니다. 

 세상이 바뀌는 감각과 함께 이세계로 넘어오는 데에 성공한 드레드 페이전트. 기묘한 장엄함이 넘치는 독특한 양식의 건물의 한가운데서 혼란스러워하는 그들의 뒤로 녹쓴 무기를 흔들어대는 수백의 언데드들이 아른거립니다. 

 이 책에서 유일하게 비스트그레이브(다이어카즘)이 아닌 셰이드스파이어로 반대로 넘어간 경우입니다. 물론 드레드 페이전트의 목적은 다른 워밴드와 다소 차이가 있고 처음부터 셰이드스파이어로 넘어가려고 했기 때문이라고 서술되고 있긴 한데, 이 책의 마지막 단편이 이렇게 마무리가 되니 어쩌면 다음 5판의 배경이 다시 거울도시로 넘어가는 것은 아닐지 궁금해지네요. 게임상의 드레드 페이전트는 설정과 강함이 적당히 어우러진 훌륭한 워밴드인데에 반해 소설 자체는 그냥저냥 좋지도 나쁘지도 않았네요.

 이 외에도 책에는 리파나 흐로스고론의 단편이 있긴 한데, 그렇게 인상적이지 않았기에 굳이 글로 옮기지 않겠습니다. 여튼 이것으로 소설 다이어카즘의 리뷰는 마무리하겠습니다. 제가 한 번에 여러가지를 잘 못하는 편이라 요즘에는 킬 팀에 몰두한다고 언더월드를 제대로 못 즐기고 있지만, 누차 말씀드리지만 언더월드는 GW가 만든 최고의 게임 중 하나입니다. 최근 가격이 좀 오르긴 했지만, 가성비도 정말 좋고 휴대성도 최고! 안 해보신 분들은 꼭 해보시길 바라고, 즐기고 계신 분들은 이 연작을 통해 조금이나마 더 배경에 몰입하는 계기가 되었으면 좋겠네요. 긴 글 읽어주셔서 감사합니다.  

워해머 언더월드 설정 6: 소설 다이어카즘 리뷰(2) Warhammer Underworlds


 지난 시간에 이어 워해머 언더월드 다이어카즘 단편 소설 정리글입니다. 지난 번에도 말씀드렸지만, 워해머 언더월드는 캐치프레이즈가 궁극의 경쟁 게임을 지향하기 때문인지, 카드와 룰에 대한 에라타는 잔뜩 나오는 데에 반해, 각 워밴드에 대한 설정이 다른 게임에 비해 조금 심각하게 빈약합니다. 이 정도로 설정이 빈약한 게임은 워해머 40K: 킬 팀 정도일까요, 다이어카즘은 언더월드 관련 세 번째 소설이지만, 소설의 출판 속도보다 여러 워밴드의 출시 속도가 훨씬 빠르기 때문에 여전히 설정 공백이 심한 편입니다. 이번 다이어카즘 소설은 그 공백을 채워주는 단편집으로 관심 있는 워밴드의 뒷 이야기를 볼 수 있다는 점에서 다시 한 번 언더월드의 팬 분들에게 강력하게 추천하는 바입니다. 

<소설 세 권 중 개인적으로 가장 좋았습니다.>

 대부분의 이야기는 워밴드들의 첫 죽음과 부활, 혹은 어떻게 다이어카즘으로 오게 되었는지를 다루고 있습니다. 제가 쓰는 내용이라고 해봐야 대강의 줄거리 정도이니, 구체적인 묘사를 보고 더 워밴드의 배경에 몰입하고 싶으신 분들은 부디 책을 직접 읽어주시길 바랍니다. 그러면 본론으로 들어가 이번엔 썬드릭이 어떻게 비스트그레이브로 오게 되었는지를 한 번 살펴봅시다.



4. 황금의 전당(Halls of Gold): 썬드릭의 폭리꾼들

<차별화된 컨셉으로 여전히 인기를 누리고 있는 워밴드>

 드워프(=드와딘)들에게 있어 명예는 무엇보다도 소중한 덕목입니다. 드워프들마다 추구하는 명예의 형태는 집단마다 조금씩 차이가 있지만, 카라드론 오버로드의 난쟁이들에게 있어서 거대한 부를 축적하는 것은 최고의 명예입니다. 요르겐 썬드릭의 경우도 마찬가지였습니다. 거대한 부를 쫓아 셰이드스파이어에 왔지만, 출구 없는 무한한 전투만이 있을 뿐. 썬드릭은 벌써 여덟 번이나 죽었지만 여전히 별다른 소득을 얻지 못하고 지쳐가고 있습니다. 다만 셰이드글라스 조각들을 모으면 자유를 얻을지 모른다는 기약 없는 기대만을 안고 수집에 나서보지만, 썬드릭도, 부하들도 갈수록 확신을 잃어갑니다. 하지만 거창한 약속과 거대한 부를 약속하며 고향을 떠난 썬드릭에게 퇴로란 없습니다. 

 그러던 중 발견하게 된 현실에의 균열. 이 저주받은 곳으로의 탈출이라는 기대에 부푼 썬드릭과 대원들은 하나 둘 그 균열로 진입합니다. 그리고 도착한 곳은 거대한 산맥과 강이 흐르는 새로운 영역, 바로 구르의 비스트그레이브였습니다. 탐사를 시작한 썬드릭과 대원들은 곧 황금의 더미를 발견하고 드디어 고생 끝이다, 이제야 명예롭게 귀환할 수 있다 라는 생각에 크나큰 기대를 품게 됩니다. 그런데 곧바로 뒤에서 들려오는 목소리. "오이! 딥즈!"

<출시일인 2018년 이래 꾸준한 사랑을 받고 있는 저의 자르백스 깃츠>

 저처럼 자르백을 좋아하는 분들이라면 아시겠지만, 딥즈는 약해빠진 고블린(그롯) 무리인 자르백의 워밴드 내에서도 가장 쩌리 역할을 담당하는 궁수입니다. 그리고 등장하는 자르백과 고블린들. 보물의 소유권을 주장하는 자르백입니다. 재미있는 것은 워해머 세계관에서 아오지를 넘어 판타지 시절에서부터 고블린과 드워프는 산맥에서 끝없이 다투는 철천지 원수들이었습니다. 그런데 여기서는 제법 소통을 합니다. 물론 말씨름 끝에 당연히 타협은 없고 유혈사태가 이루어지지만, 그래도 의사소통이 된다는 점이 제게는 신기하게 와닿았습니다. 

 스퀴그 몰이꾼의 대가리가 룬드의 이써샷 라이플에 박살이 나고, 썬드릭의 갑주에 화살들이 박혀갑니다. 철구를 휘두르는 정신 나간 고블린은 휘두르다 스스로 목을 졸려 켁켁대는 사이 대가리를 강타 당해 횡사합니다. 숏다리 워밴드 둘의 자존심을 건 혈투 끝에 썬드릭을 제외한 양측 인원들이 전부 사망하며 전투는 마무리됩니다. 썬드릭은 허탈함을 안고 보물로 돌아가 보지만 남은 것은 동전 한 닢 뿐. 모든 것은 비스트그레이브의 환상과 기만이었고, 셰이드스파이어로의 통로도 완전히 사라진 상태. 의욕을 상실한 썬드릭 앞으로 이미 죽은 동료들이 하나 둘 돌아옵니다. 저주가 계속되는 것을 알게 된 썬드릭은 기약 없는 재물의 탐색을 계속합니다. 

<부가 모든 것을 정당화한다! 카라드론 오버로드의 사회상>

 카라드론 오버로드가 등장하는 소설은 본 적이 없어서 이들의 문화나 세계관은 도통 아는게 없었는데, 독특한 형태의 명예로운 사고방식이 매우 재밌게 여겨진 단편이었습니다. 한편 정말 비극적이기도 하구요. 이 소설에 등장하는 애들이 대부분 다 죽었다 살아나며 끝나긴 하지만, 썬드릭이 홀로 남아 괴로워하다 남은 보물마저 사라질 때 느낀 절망감이 아주 생생하게 묘사되어 읽는 맛이 있었습니다.



5. 죽음의 뿌리(Root of Death): 웜스팻

<실물로 보면 정말 만지고 싶은 훌륭한 조형입니다.>

 웜스팻의 리더이자 마녀인 페큘라는 위대한 할아버지(신도들이 너글을 지칭하는 칭호)의 명령에 아주 충실한 종입니다. 너글은 질병의 신이기도 하지만, 질병을 견뎌내고 일어나는 생명의 신이기도 합니다. 알라리엘와 더불어 누가 더 생명을 주관하는지에 대한 논쟁은 팬덤에서도 종종 일어날 정도. 여튼 페큘라는 할아버지를 위해 비스트그레이브의 생명(너글의 표현에 따르면 부패)의 근원을 찾아내고자 합니다. 그런 페큘라를 위해 할아버지께서는 거대한 지렁이로 하여금 페큘라와 그 호위들을 모조리 삼켜버린 후에 비스트그레이브로 투타타타 대지를 파고 진입시킨 후에 여기서 이들을 뱉어내도록 하였습니다. 그리하여 페큘라는 본인들의 집단을 웜스팻, 즉 지렁이가 뱉은 자로 지칭하게 됩니다. 

 웜스팻들은 비스트그레이브를 지나며 여러 워밴드들과 마주칩니다. 만나게 된 워밴드 중 일부는 약탈을 위해, 일부는 탈출을 위해, 일부는 그저 살육의 즐거움에 질주하지만, 현명한 셉시무스와 굴고크의 단단함에 힘입어 페큘라는 점점 더 목표에 다가갑니다. 의구심이 들 때에는 할아버지의 장엄한 기침을 받을 것을 생각하라는 대사로 동료들을 다독이면서.. 셉시무스는 그 장엄한 기침을 상상하며 또 행복해합니다. 

 도중에 만난 가장 인상적인 적이라면 커르노스의 사냥꾼들입니다. 3판 스타터의 주인공 중 하나이기도 했던 스카에스의 와일드 헌트, 소위 야생 엘프들은 알라리엘을 섬기는 이들로, 너글을 섬기는 웜스팻과는 철천지 원수입니다. 너글링들을 공격하는 늑대 크기(정말? 미니어처는 리파의 늑대의 1/5 크기인걸)의 고양이과 동물의 두개골을 막대기로 후려치며 가급적 마력을 아끼던 페큘라도 카르싸엔의 전사에 분개한 스카에스의 놀라운 전투력에 전세가 기울기 시작하자, 결국 느려 터진 굴고크의 민첩성을 올려주는 버프 마법부터 시작해서 파리떼를 소환하여 적의 시야를 가리는 등 온갖 마법을 동원하여 이들을 교란시키고 서둘러 자리를 이탈합니다. 목표를 위해 낭비할 시간은 없으니까요. 

 그리고 비스트그레이브의 심장부에 도달한 웜스팻. 유리조각으로 뒤덮인 기둥을 본 페큘라는 이 곳이 구르(짐승의 영역)를 오염시키는 샤이쉬(죽음의 영역)의 저주의 근원이라 확신합니다. 그리하여 이 곳을 너글의 힘으로 정화(라고 쓰고 오염이라고 읽는)의 의식을 시작하는데, 동굴의 입구에서 불연듯 뿔피리 소리가 들려옵니다. 돌아보자 서 있는 의연한 자세의 카르싸엔. 내 손으로 너를 직접 죽였거늘, 하면서 놀라는 페큘라. 그리고 야생 엘프들와의 라운드 2가 재개됩니다. 이전의 전투에서 야생 엘프들은 페큘라가 전력의 핵심이라는 것을 파악했고, 이번에는 집요하게 페큘라를 우선 노립니다. 날아오는 칼날에 화살에 복수하듯 페큘라를 할퀴며 그녀의 살점을 뜯어내는 고양이까지, 끝없이 이어지는 공격에 페큘라는 힘껏 막아내보지만 셉시무스마저 스카에스의 창에 관통 당하는 등 형세는 좋지 않습니다. 이 때 다시 들리는 뿔피리 소리. 하지만 아까와는 뭔가 분위기가 다릅니다. 그리고 후퇴하는 야생 엘프들.

 갑자기 샤이쉬의 저주가 재개된 것입니다. 기둥 너머 유령들이 이쪽 영역으로 넘어오려 마구 손톱으로 긁어대는 모습을 본 페큘라, 그러나 그것보다 더 공포스러운 것은 동굴 한 가운데에 자라는 거대한 뿌리였습니다. 마치 촉수처럼 야생 엘프와 웜스팻을 가리지 않고 공격해오는 뿌리에 페큘라는 이것이 바로 너글에게 가장 위협이 되는 존재라는 것을 깨닫습니다. 

 그리하여 기둥의 중심에 가서 할복하는 페큘라. 그녀의 피는 뿌리에 스며들며 산과 같이 녹아내려 기둥을 점차 부식시킵니다. 페큘라의 노력에 뿌리가 녹아내리며 대균열이 발생하고, 웜스팻의 구성원들은 하나 둘 골짜기로 빠져버립니다. 페큘라는 이 저주를 풀어낼 수만 있다면 본인의 목숨 따위는 아깝지 않다는 의지로 버텨내지만, 균열이 커지며 마찬가지로 검은 구덩이로 빠져버리고 맙니다. 

 그리고 구덩이 아래에서 이들은 다시 부활하여 깨어납니다. 공교롭게도 페큘라의 영웅적인 희생에도 불구하고, 저주는 여전히 남아있었고, 페큘라는 할아버지의 명을 수행할 때까지 그 노력을 계속해나갈 것을 결의합니다. 

<언더월드 세계관의 외모지상주의 희생자>

 웜스팻은 꽤나 개그이미지가 있는 워밴드라는 것을 다시 확인한 단편. 페큘라는 의외로 덕장입니다. 목표만 달성하면 그만이고, 굳이 적을 죽이려 하지도 않습니다. 부하들을 지칭할 때도 "내 아가들(My Dearie)"이라며 애정어린 호칭과 태도를 보여주기도 하고, 부하들도 페큘라를 진심으로 존경하고 따르는 것으로 보아, 외모와는 달리 아주 유대감이 높은 워밴드인듯. 나중에 설명드릴 구눈과는 이 점에서 대척점에 있네요.



6. 재버슬리데의 비웃음(Jabberslythe's Grin): 모르곡의 파괴자들

<여전히 블랙오크는 검정색이 어울린다고 생각하지만 노란색도 계속 보다보니 나쁘지 않아..>

 모르곡은 비스트그레이브에서 가장 강력한 오크(=오럭) 파벌을 이끄는 워보스입니다. 그의 용맹함에 충성을 맹세한 부하 오크만 해도 이제 상당한 수가 될 정도. 오늘 모르곡은 꽤 오랜 기간 동안 사냥을 해온 비스트그레이브의 괴수 재버슬리데를 사냥합니다. 재버슬리데는 날개달린 거대한 두꺼비에 곤봉과 같은 꼬리를 달고 있는 기괴한 형상의 괴수로 제한적이나마 초능력을 통해 주변의 생물들을 홀릴 수 있는 능력도 갖고 있는 레어급 몬스터. 우리의 몬스터 헌터 모르곡은 사투 끝에 드디어 재버슬리데를 쓰러뜨리고 그 목을 취합니다. 부하들 앞에서 그 목을 치켜들며 승리의 함성을 지르는 모르곡. 비스트그레이브에 온 목적을 드디어 달성했으니 집으로 영광스럽게 돌아갈 시간입니다.

 산성 피가 흘러내리는 목을 어깨에 메고 돌아가는 모르곡. 하지만 비스트그레이브의 미궁은 쉽게 모르곡을 보내주지 않으려는 듯 합니다. 어느 골짜기에 도달한 모르곡과 부하들은 눈 앞에 펼쳐진 금은으로 이루어진 거대한 도시가 눈 밑에 있음을 목격합니다. 부하 써그(Thugg)는 긴 고생 끝에 우리가 이 저주받은 산을 이겼노라, 아래의 거대한 약탈은 그 보상임에 틀림없다며 신이 나서 모르곡에게 빨리 가자며 보챕니다. 그러나 모르곡이 워보스로 등극하게 된 것은 단순히 힘만 세서 그런 것이 아닙니다. 이 것은 비스트그레이브의 환영이라는 확신을 가진 모르곡은 써그에게 환영에 속지 말라고 욕을 하지만, 써그는 아랑곳하지 않고 계속 약탈이다! 하면서 부하들을 부추깁니다. 화가 난 모르곡은 써그의 목을 조르고 얼굴에 박치기를 합니다. 코가 부러진 채 코를 만지는 써그의 눈 앞에 도시의 환상이 옅어져 갑니다. 낙담하는 써그에게 일갈하는 모르곡. "니는 머리를 너무 써서 문제야". 알고 보니 참모 포지션이었던 써그..? "생각은 내게 맡기라구." 실로 믿음직스러운 우리의 워보스입니다.

 길을 가던 중에 그들의 뒤를 밟던 스케이븐을 사로잡는 오크들. 모르곡은 무시하고 그냥 가던 길을 가자고 하지만, 건방진 스케이븐을 부관 아드스컬은 용납할 수 없는 모양입니다. "우리가 언제부터 사냥당하는 신세였냐?"며 모르곡을 도발하는 아드스컬. 권위에 도전하는 아드스컬을 그대로 둘 모르곡이 아닙니다. 둘의 치열한 일기토가 이어집니다. 결국 모르곡의 왼 팔은 아드스컬의 몽둥이에 박살날 정도로 두드려 맞지만, 분노하며 아드스컬의 두개골을 쪼개고 이마에 칼을 박아넣는 모르곡. 하지만 아드스컬은 이름만큼 두개골이 두꺼운 모양입니다. 칼이 달린 채로 계속 싸우는 아드스컬. 그러나 결국 모르곡에게 목이 그어지며 사망합니다. 

 "나를 따르면 살고 아니면 죽는다!" 사실 무식한 오크치고 놀라울 정도로 정확한 판단입니다. 비스트그레이브는 계속 변화하며 안에 들어온 이들을 온갖 방식으로 홀리고 가둬놓습니다. 최대한 지체하지 않고 나가는 것이 가장 현명한 선택이죠. 물론 그렇게 하더라도 빠져나갈 수 있을지는 미지수지만.. 하지만 놀랍게도 모르곡은 이들을 출구로 인도해냅니다. 드디어 미궁에서 벗어났다며 기뻐하는 오크들. 하지만 모르곡은 완전히 빠져나갈 때 까지 안심하지 않습니다. 그리고 어디선가 날아드는 독이 묻어 있는 화살. 스케이븐의 습격입니다.

 모르곡은 약한 모습을 부하들에게 보일 수 없기에 가장 측근인 써그조차 눈치채지 못했으나, 실은 아드스컬의 싸움으로 왼 팔이 부러진 상태. 그래도 필사적으로 스케이븐들을 베어가며 쥐떼들의 영도자인 회색 털난 마법사를 쳐 죽이려는 찰나, 갈비뼈 사이로 칼날이 들어오며 폐와 심장을 꿰뚫는 것이 느껴집니다. 스케이븐 어쌔신의 크리티컬 일격에 모르곡은 쓰러집니다. 죽어가는 그의 눈에 마지막으로 비친 것은 지금까지 어깨에 메고 온 재버슬리데의 얼굴. 왜일까요, 그 표정이 마치 비웃는 것처럼 느껴지는 것은 모르곡의 기분 탓일까요.

 그리고 비스트그레이브 어딘가, 모르곡은 일어섭니다. 써그와 아드스컬과 함께. 아드스컬은 모르곡에게 당했던 목을 어루만지며 이게 어찌된 일인지 의아해하지만 모르곡은 모든 것이 이 산의 저주라는 것을 간파합니다. 왜 산이 우리를 다시 부른 것인지 묻는 아드스컬. "우리가 최고가 아니기 때문이야. 다 죽일 때까지, 최고가 될 때 까지 우리는 싸운다." 마치 소년만화 스포츠팀의 주장과 같은 대사를 뱉는 모르곡. 그의 여정의 끝은 어디일까요.

 오크의 성질머리를 잘 볼 수 있었던 단편입니다. 의외의 지장 모르곡, 오크에게 전투는 보상이라지만 모르곡은 그보다 한 차원 위에서 사고하는 오크치고 놀라온 안목을 보여줍니다. 계획대로 되지 않은 것이 다소 아쉽군요.

 그럼 오늘은 여기까지 하고, 내일 구눈과 드레드 페이전트로 다이어카즘 리뷰를 마무리하겠습니다. 긴 글 읽어주셔서 감사합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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