당분간 상단 위치할 대문글










 *보드게임쪽에서는 메피스톤이라는 아이디로 활동하는 아슈라입니다. 

 *원칙적으로 워해머 관련 사진, 번역글, 각종 매체의 명탐정들, 법 관련 게시물들을 다룹니다. 간혹 제 신변잡기라든가, 시사 등 취미와 무관한 글들도 간간히 올라갈겁니다. 제 종족 특성상 워해머 판타지는 하이엘프, 40k는 블러드엔젤 관련 포스팅이 주를 이룹니다.

 *워해머는 영국에서 시작되어 현재는 전 세계적으로(한국은 아직..) 수많은 유저들을 거느리고 있는 일종의 모델링-보드게임 취미입니다. 뭔지 감도 안 잡히시는 분들은 우측 '초심자를 위한 워해머' 폴더를 잠시 봐주시면 감사합니다. 

 *저는 여러 플레이어들과의 교류를 무엇보다도 최우선으로 생각합니다. 나이와 출신, 소속 동호회 등과 관계 없이 친분을 쌓아갈 준비가 얼마든지 되어 있습니다. 초보분들도 얼마든지 환영합니다. 열린 마음으로 여러 유저들과 토론하며 한국 워해머계를 좋은 방향으로 발전시킬 수 있기를 진심으로 기원합니다.

 *글이 꾸준히(1주 1회 이상) 올라오는 시기에는 말씀해주시면 게임이 가능합니다.

 *찾아주신 분들에 대한 최소한의 예의로 모든 댓글에 댓글을 다는 것을 원칙으로 합니다. 내용이 어떻든 결코 무시하진 않습니다. 만약 제가 달지 않았다면 절대 무례하게 행동하려는 것이 아니라 단순히 몰라서, 또는 시간이 년 단위로 흘렀기 때문에 그런 거란걸 알아주시면 감사하겠습니다.

 *이 글은 낙서장과 방명록도 겸합니다.

 *All English comments are welcomed!


워해머 언더월드 설정 5: 소설 다이어카즘 후기(1) Warhammer Underworlds


 올해의 두 번째 글은 워해머 언더월드 관련글입니다. 국내 최대의 워해머 언더월드 블로그를 표방하는(팩트: 비교할만한 언더월드 블로그 자체가 없음) 이 블로그에서는 현재까지 출시된 모든 언더월드 소설들을 리뷰한 바 있습니다. 하여 당연히 4판 다이어카즘의 출시와 함께 출판된 다이어카즘 소설을 그냥 지나칠 수 없었는데요, 제목만 비스트그레이브고, 언더월드의 워밴드가 한 개도 등장하지 않았던 실망스러웠던 지난번 소설과 달리 이번 다이어카즘은 언더월드의 팬들을 위한 종합선물세트입니다. 내가 언더월드를 꽤 좋아한다? 이거 보세요. 언더월드에 등장하는 여러 워밴드들의 스토리와 뒷 이야기가 궁금하다? 이거 사세요.

<국내 1위의 언더월드 블로그. 1명 중에서 1등.>

 지난 언더월드 소설들인 섀이드스파이어와 비스트그레이브은 모두 장편 소설이었습니다. 셰이드스파이어의 경우 레이나라는 주인공의 이야기를 따라가며(리뷰 링크), 섀이드스파이어의 다양한 워밴드를 만나면서 일어나는 일들을, 비스트그레이브는.. 흑역사(리뷰 링크)였던 반면, 이번 다이어카즘 소설은 언더월드 소설 사상 처음으로 단편 모음집입니다. 그런데 읽어보고 나니 이런 단편집이야말로 언더월드에 가장 어울리는 포맷이 아닌가 싶습니다. 

 이유인즉, 언더월드에 등장하는 워밴드는 적게는 3인에서 많게는 9인 사이의 소규모 전투 집단이고, 대규모 전쟁이 아니라 워밴드 간의 간헐적인 다툼이 게임의 주 내용입니다. 그리고 무엇보다도 설정상 언더월드에서는 과거 글에서 말씀드린 것처럼 어차피 죽어도 다시 살아나서 다시 싸우기 때문에 영웅적인 일기토로 누군가를 죽여도 사실 큰 의미가 없습니다. 오히려 이렇게 특정 에피소드 위주로 짧게 짧게 쳐내는 것만으로도 플레이어들이 충분히 몰입할 수 있기 때문에, 큰 스토리 하나를 잡기보다 여러 워밴드의 팬들을 모두 아우를 수 있는 단편집을 낸 것은 정말 잘한 선택이라 봅니다. 

<3권만에 드디어 바른 방향으로..>

 하여 본 책은 11개의 워밴드가 주인공으로 등장하는 11개의 단편으로 구성되어 있습니다. 어느 정도 판촉의 목적도 있으므로 아쉽게도 로테아웃된 1판, 2판 워밴드들은 주인공으로 나오는 챕터가 없다시피 합니다. 1판에서 한 개(스크리치), 2판에서 한 개(9눈)로 구색만 갖춘 정도? 여튼 이 책은 한정판은 아니지만, 비스트그레이브 하드커버 소설에서 그랬듯 한정 카드도 들어 있고, 표지도 제법 이쁜 편입니다. 단편 내용을 전부 다루기에는 분량이 너무 많을 것 같고, 인상적이었던 단편들 몇 개를 추려서 소개해볼까 합니다. 그럼 바로 내용을 살펴봅시다. 

<동봉된 한정 카드>


1. 산의 부름(The Mountain's Call): 미야리의 정화자들

<리더 자세 빼고 다 마음에 드는 애들>

 4판 스타터의 주인공인 미야리가 책의 스타트를 끊습니다. 주인공답게 소설 자체의 분량도 가장 많고, 내용의 기승전결도 제법 탄탄합니다. 이야기는 어떤 사냥꾼 소녀가 사냥감을 추적하는 데에서 시작합니다. 사냥감을 쫓아 고대의 어느 유적까지 도달한 소녀는 방향을 잃어 좌절하게 되는데, 이 때 그녀의 앞에 포탈이 열리면서 엘프 네 명..과 부엉이가 등장합니다. 바로 우리의 주인공 미야리의 정화자들입니다. 소녀는 엘프를 처음으로 만나는 것이나 선조들의 이야기에서 엘프에 대해 들었던 적은 있습니다. 엘프=귀쟁이=기만에 능한 괴물들. 그리하여 기겁하고 공포에 떠는 그녀를 미야리가 달랩니다. 이야기를 나눠보니 소녀는 엘프들을 영혼을 훔쳐가는 괴물들로 알고 있었는데, 이를 통해 과거 그녀의 부족에 딥킨들이 약탈을 왔던 것을 확인할 수 있습니다.

 미야리는 임무를 달성하기 위한 길잡이로 소녀와 협조하고자 하지만, 열등한 종족에 대한 경멸에 가득찬 바하마(망치남)은 이를 탐탁치 않게 여깁니다. 셀레나(궁수녀)는 모든 사건에는 테클리스의 가호가 깃들었다고 생각하며 긍정적으로 받아들이지만, 바하마는 이래저래 불만이 많습니다. 우여곡절 끝에 미야리와 엘프들은 소녀가 쫓던 괴물을 잡아 소녀의 신뢰를 얻고 동행하게 됩니다. 알고보니 소녀의 부족은 이 괴물에게 몰살당했기에 달리 갈 곳도 없었던 것. 그리고 이들은 함께 비스트그레이브의 동굴 속으로 향합니다. 

 그리고 등장하는 박쥐 떼. 구울의 등장입니다. 이름이 명시적으로 등장하지 않지만, 리더가 어깨에 뾰족한 뼈를 달고 거대한 도끼를 휘두르는 초록색 구울이니 그림워치라고 봐도 되겠지요. 미야리는 크랙마로우와의 일기토에서 마법을 통해 돌을 달려 구울의 다리를 부러뜨리고 전투불능이 된 구울에게 최후의 일격을 가하려 합니다. 그런데 그 순간, 구울의 배에서 길쭉한 창이 관통되고 그대로 구울을 들어 올립니다. 창의 주인은 바실락. 슬라네쉬의 추종자인 만큼 루미네스의 빛 엘프들과는 철천지 원수입니다. 싸우길 원하는 미야리의 바람과 달리 어디론가 포탈을 타고 사라지는 바실락. 그런데 망치남의 모습이 보이지 않습니다. 

<사진빨 정말 안 받는다. 실물은 압도적인 조형을 자랑하는 드레드 페이전트>

 망치남을 납치한 바실락과 수하들은 망치남을 온갖 방법으로 고문합니다. 엘프들이 왜 여기에 왔는지를 알아내기 위해 그러는 것이었는데, 망치남은 놀라울 정도로 눈 하나 꿈쩍하지 않습니다. 알라리스 망치기사단에 들어가기 위한 다양한 입단 시험 중에 정신과 육체를 분리시키는 데에 준할 정도로 마음을 다스리는 기술을 익히게 되어 있는데, 이를 시전한 망치남에게 슬라네쉬의 고통도 아무렇지 않게 느껴지는 것. 반응이 없어 빡친 바실락은 일류 고문가인 하드주(궁수남)에게 고문을 위임하고 방을 나갑니다. 깐죽거리면서 앞으로 가할 고통에 대해 떠들며 잔뜩 겁을 주는 하드주. 그러나 망치남은 기회를 노리고 있었던 것. 산의 힘을 끌어내서 한 번에 손목의 구속을 끊어낸 망치남, 일어나서 경악하는 하드주의 목을 한 손으로 꺾어버리고 탈출합니다. 

 그리고 망치남은 다시 미야리와 합류합니다. 그러나 이들이 합류하기 무섭게 거대한 돌로 만들어진 거인이 이들을 막아섭니다. 미야리는 온 힘을 다해 산의 힘을 끌어내어 또 다른 돌의 정령을 소환해내 거인과 퍼시픽 림을 찍습니다. 그러나 정령을 소환하는 데에 모든 기력을 소진한 미야리는 혼절하고, 정령이 막아서는 사이 미야리의 워밴드는 탈출합니다. 그런데 애초에 이들은 왜 비스트그레이브에 온 것일까요? 사실 바실락은 비스트그레이브 안에서 산 제물을 바쳐 비스트그레이브 자체(비스트그레이브의 정체에 대해서는 제 전 글을 참고해주세요.) 를 깨워내려 한 것이고 미야리는 이를 저지하고자 이 곳에 온 것.

<리액션: 거신을 소환할 수 있음. 사실은 2레벨 마법사 따위가 아니지만 게임상 한계로..>
 
 정신을 차린 미야리는 이미 소환 의식이 시작된 것을 알게 되고, 몰래 의식 장소로 숨어듭니다. 슬라네쉬가 선사한 감각에 취해 무의식에서 정신을 못 차리는 슬라네쉬의 추종자들. 그리고 이를 습격하는 엘프들. 정신을 차린 슬라네쉬의 추종자들과 엘프 사이에 치열한 전투가 진행됩니다. 특히 아일렌(칼잡이녀)과 글리셋(무희녀)은 누구도 보지 못한 우아함과 속도가 어우러져 엄청난 모습을 연출합니다. 그러나 슬레익슬래쉬(집게괴물)의 개입으로 이 균형은 깨지고, 아일렌은 거대한 집게에 관통당하며 무릎을 꿇지만, 죽기 직전 마지막 힘을 끌어내 슬랜고어의 목을 베어버리며 사망합니다. 미야리와 바실락의 결투에서는 바실락이 우위를 점하는 듯 하지만, 바실락의 승리의 순간에 마법이 깃든 화살이 바실락에게 명중하며 패배하게 됩니다.  

 의식을 저지하고 수 일이 지난 후, 엘프들은 비스트그레이브에서의 부활 작용에 대해 알게 되고, 바실락이 다시 의식을 위해 희생양을 잡아들일 것을 우려합니다. 결국 이들을 막는 것을 사명으로 삼고 결의를 다집니다. 그리고 어딘가에서 부활한 바실락과 추종자들. 이들 역시 복수의 칼날을 갈며 훗날을 기약합니다. 

 책의 처음을 장식한 이들의 이야기는 마지막 단편으로 이어집니다. 스타터의 워밴드 둘의 성격과 언더월드의 부활 메카니즘을 잘 드러낸 단편이었다고 봅니다. 이들 각자의 사명과 각 캐릭터의 성격이 직관적으로 알 수 있도록 쉽게 설명해주고 있고, 전투스타일도 제법 충실히 묘사해주었기 때문에, 빛깐에 대한 사전지식이 별로 없던 제게는 나중에 게임하더라도 머리 속에서 상상회로를 잘 돌릴 수 있게 배경을 깔아준 단편이었다고 생각합니다. 그럼 다음은 제 최애 워밴드 중 하나인 스크리치의 이야기를 살펴봅시다.


2. 갈갈이칼(Gnawblade): 스파이트클로의 무리들

<개인적으로 횟수로 두 번째? 세 번째? 여튼 엄청 플레이한 애들입니다.>

 피를 흘리는 거대한 비스트맨을 에워싸고 있는 스케이븐들. 스크리치는 승리를 예감하며 허리를 꼿꼿이 세우고 위풍당당하게 외칩니다. "항복해라 짐승남아. 그러면 짧은 죽음을 선사해주마." 그러나 뭔 말인지 알아듣지 못하니 대꾸하지 않는 비스트맨. "가라 나의 충실한 부하들아!" 스크리치는 명령하지만, 부상당했다고는 하지만 자기보다 두 배는 큰 비스트맨에게 쉬이 다가가지 못하고 머뭇거리는 스케이븐들. 강제로 이들을 밀어보지만 학살극이 시작되자 스크리치는 눈이 동그래지면서 기겁합니다. 결국 부관인 크르르크까지 동원해서 겨우 비스트맨을 잡는 스파이트클로. 

 참고로 비스트맨은 이 책에서 동네북입니다. 대사 하나 없이 이 이야기 저 이야기에서 맨날 죽는 잡몹으로나 얼굴을 비추기 때문에 3판 스타터의 표지를 장식했던 시절이 그리울 정도로 신세가 비참하게 전락했습니다.. 

<맨날 쥐어터지는 엑스트라처럼 등장하는 비스트맨>

 뼈를 대충 엮어 만든 그의 "왕좌"에 돌아온 스크리치. 그는 어쩌면 나가쉬의 무한 부활의 저주가 비스트그레이브에서는 풀린 것이 아닐까, 하며 생각하지만 어림없습니다. 아까 사지로 내몰았던 부하들이 하나 둘 터벅터벅 돌아오는 것을 본 스크리치는 두 팔을 벌리며 나의 위대한 영도력으로 승리를 쟁취했노라, 오늘은 먹고 마시고 취하자. 라며 관대한 척 하지만 뒤에서는 크르르크에게 반역을 꾀하는 이들이 없나 주의깊게 살펴보도록 명합니다. 

 그리고 잠에 빠진 스크리치. 그는 꿈 속에서 스케이븐의 신인 뿔난 쥐의 화신과 대화를 나눕니다. 갈갈이칼이라는 무기를 쥐게 되면 모든 적을 물리치고 세상을 쟁취하게 될거라는 그의 말에 스크리치는 신이 나며 잠에서 깹니다. 그리고 부하들을 닦달하여 갈갈이칼이 있다고 여겨지는 곳으로 진군합니다. 그런데 가는 길에 오럭과 스톰캐스트의 전투가 한창입니다. 어느 쪽도 우위를 점하지 못하고 있는 가운데 흐르는 시간이 야속하기만 하는 스크리치. 어쩌면 애들도 갈갈이칼을 가지러 온 것은 아닐까? 안 될 말이지, 최대한 빨리 달려가야겠다. 하여 또 부하들을 투입하여 미끼로 던집니다. 죽어가는 부하들을 뒤로 하고 갈갈이 칼에 도달한 스크리치. Expendable 카드는 아주 충실하게 설정을 반영한 카드입니다.

<설정을 아주 잘 반영하면서도 거의 스케이븐의 필수카드로 꼽히는 매우 좋은 카드인 익스펜더블>

 그리고 갈갈이칼을 드디어 손에 쥔 스크리치. 워프스톤의 힘이 그를 감싸고 무적과도 같은 기분에 도취됩니다. 그를 따라 들어온 3명의 스톰캐스트. 명시적으로 이름은 나오지 않지만 파스트라이더입니다. 크르르크는 이들 중 한 명과의 필사적인 사투 끝에 빈사의 상태가 되었고, 스크리치를 향해 외칩니다. "위대한 장군님, 저 좀 도와줘요!" 크르르크를 향해 위풍당당하게 걸어가는 스크리치. 그의 일격에 스톰캐스트는 열 몇 걸음이나 뒷걸음질치며 그로기 상태가 됩니다. "두려워 말라, 충실한 크르르크야." 예수가 빙의된 듯한 스크리치. 그러나 아주 사소한 흠을 언급하며 "필요 없는 도구는 버려야지." 하면서 크르르크를 베어버립니다. 

 스톰캐스트 따위는 이 초스크리치에게 상대가 되지 않는다! 하며 기세등등한 스크리치. 실제로도 파스트라이더 전원과 싸우며 위력을 과시하지만 방심한 찰나, 시야의 모서리에서 뭔가 깃털같은 것이 보이더니 세계가 새까맣게 변합니다. 파스트라이더의 스타 팔콘이 스크리치의 눈을 쪼아 버린 것입니다. 때를 놓치지 않고 스톰캐스트들은 스크리치의 팔을 잡고 무기를 떨구게 합니다. 폭주하는 에너지 속에서 안돼!를 외치며 무너지는 동굴에 깔려 죽게 되는 스크리치. 

 부활한 그는 터덜터덜 허름한 뼈 옥좌에 다시 돌아옵니다. 그리고 부하들을 향해 "기뻐하라 충실한 종들이여. 이 몸이 단신으로 스톰캐 3명을 베었노라!" 하며 자랑하지만, 뭔가 분위기가 심상치 않습니다. 이미 버리는 패로 이용당할대로 이용당한 부하들은 더 이상 스크리치에게 충실한 종들이 아닙니다. 붉은 눈으로 스크리치에게 다가오는 스케이븐들. 스크리치는 겁에 질려 등 뒤를 보지만 늘 그 자리를 지켜주든 크르르크는 보이지 않습니다. 아, 뒤에 없고 앞에 있네요. 엄청나게 무서운 눈으로 스크리치를 노려보면서.

 스크리치와 스케이븐의 먹고 먹히는 생태를 정말 재미있게 묘사한 단편입니다. 뭔가 너무 대놓고 일관되게 비열해서 오히려 미워할 수 없는 캐릭터, 게임 성능도 출중하고 제 픽률도 높은데 더욱 애정이 가게 되었읍니다. 다음 이야기는 조금 비극적인 이야기로 구울의 정체성을 찾아가는 이야기입니다. 글이 너무 길어져서 스토리만 최대한 짧게 치는 쪽으로 가야겠네요.. 


3. 기근의 손톱(Claws of Famine): 그림와치 

<공개된지 햇수로 3년째. 여전히 S티어를 자랑하는 최강의 워밴드 그림와치>

 발릭(사냥꾼녀)은 왕의 명을 받들어 그림와치 정찰대의 일원으로 복무 중입니다. 인자하고 위엄 있는 수염을 자랑하는 크랙마로우 대공의 지도 하에 매사냥에 능한 친구, 거대한 양손 대검을 능숙하게 다루는 기사 등과 함께 비스트그레이브로의 정찰 임무를 수행 중입니다. 도중에 동료들과 떨어지게 된 발릭은 밤마다 무서운 환상에 시달립니다. 헐벗고 온갖 털과 무시무시한 손톱에 생살을 씹어먹는 괴물이 되어버리는 꿈이 갈수록 잦아지고 괴로워합니다. 거의 아사 직전에 동료들과 다시 합류하게 된 주인공. 크랙마로우 대공은 인자하게도 칼로 자신의 팔을 그어 피를 먹입니다. 원기가 돌진 않지만, 생존에 필요한 힘은 돌아오는 듯한 기분에 감사하게 됩니다.

 비스트그레이브 안에서 정찰 도중 비스트맨(또!)을 발견한 이들은 왕의 이름으로 대지를 더럽히는 이들을 공격합니다. 격렬한 전투 중에 흘러내리는 호박(채소 말고 amber)에 비친 자신의 모습을 보게되는 발릭은 화들짝 놀랍니다. 환상 속에서 봤던 그 괴물이 자신의 행동을 흉내내고 있었습니다. 정신을 차리려고 동료를 보는 발릭. 그들의 모습을 반사하는 호박을 보고 그녀는 경악합니다. 인자한 크랙마로우 대공의 모습은 온데간데 없고 흰색 털 몇 가닥만 남은 채 뼈만 남아 녹쓴 도끼를 휘두르는 괴물의 모습, 대검을 다루는 기사는 거대한 넙쩍다리 뼈를 적에게 휘두르고 있고, 적을 공격하는 매의 무리는 박쥐의 무리. 그리고 그녀는 모든 기억을 되찾고, 그 괴물이 바로 자신이었다는 사실을 기억하며 광기에 빠져 기절합니다.

 눈을 뜨자 동료들이 자신을 보고 있습니다. 평소와 같은 인간 동료들입니다. 그러나 이미 진실을 알게 된 발릭은 기겁하며 물러서지만, 압도적인 허기로 인해 기력이 없습니다. 소금 절인 고기를 내밀며 일단 먹고 기운을 차리라는 푸주꾼(부처남). 일단 한 입 베어먹고 나니 너무나 맛있네요. 고기를 전부 먹고 나니 이미 알게 되었던 진실은 마치 그저께 꾼 꿈처럼 희미하고 옅어져만 갑니다. 그렇게 오늘도 그녀는 그림와치의 일원으로의 일과를 시작합니다.

 많이 축약하긴 했지만, 구울로의 정체성을 찾아가는 과정이 아주 실감나게 묘사됩니다. 사실 대부분의 독자들은 워해머 세계관에서의 구울이 갖는 자아도취적 환상에 대해 알고 있기 때문에 좀 페이스가 느리게 느껴질 수 있는데, 만약 이런 사전지식이 전혀 없는 분들이 보셨다면 반전으로 여기며 깜짝 놀랐을 것 같네요. 

 글이 너무 길어져서 일단 여기서 끊고, 나머지 이야기들 중 몇 개를 또 골라서 리뷰해보도록 하겠습니다. 혹시 희망하는 워밴드가 있다면 요청해주세요. 정리해서 열심히 써보겠습니다. 주인공으로 등장하는 워밴드들은 블레이드코븐, 모르곡, 리파, 9눈, 흐로그쏜, 썬드릭입니다. 긴 글 읽어주셔서 감사합니다.


2020 수집 결산 워해머계 이야기


 블랙 라이브러리 책을 수집하기 시작한건 10년도 더 됐고, 한정판 수집을 시작한 것은 2018년이지만, 2020년은 제 수집벽이 폭발했던 한 해였던 것 같습니다. 40k 1~9판 룰북 수집, 블러드 엔젤 전판 (한정판) 코덱스/서플먼트 수집이라든가 스페이스 마린 인터세서 굿즈 수집 등도 꽤 공들였지만, 그래도 제일 노력과 비용을 집중한 것은 블랙 라이브러리 한정판, 절판도서 수집이었습니다. 블랙 라이브러리 한정판에 대한 제 연작은 여기를 참고해 주시고, 오늘부로 2020년 마지막 택배가 영국에서 도착함에 따라 책장 정리도 하고, 2020 수집 결산을 해볼까 합니다. 

<일반 한정판들>

 일반 한정판으로 드디어 책장 두 칸을 꽉 채웠습니다. 너무 꽉 찬 듯도 해서 숨통을 좀 틔워주려고 바로 책 한권을 빼기는 했지만.. 사진보다 실물이 훨씬 이쁜, 보기만 해도 눈이 즐거운 책들입니다. 읽는 속도가 수집 속도를 따라가지 못해서 지금은 아직 못 읽은 책이 거의 절반에 육박하게 되어버렸지만, 책 전부 얼마에 낙찰 받았는지 기억이 날 정도로 한 권 한 권 애착이 가는 친구들입니다.

 윗칸의 책들은 책등에 화려한 금장이 칠해져있는데, 저게 뽑기운이 안 좋으면 한 없이 쉽게 벗겨지기 때문에 독서대가 필수인 책들인데, 그래도 같이 꽂아두면 만족감이 최고입니다. 옥좌의 감시자들만 구하면 이제 이베이 들락날락 거릴 일 없이 신간만 제때 구매하면 될 듯 합니다. 

<메가 에디션들 + 댄 애브넷의 단편집>

 매년 출시되는 메가 에디션들 중 제 취향껏 스페이스 마린 챕터들만 수집했습니다. 작년에 블러드 엔젤 메가 에디션인 피 속의 어둠 구매할 때 관세청과 트러블이 많았기 때문에(아니 이거 책 맞다고요) 올 해 헬윈터 게이트도 주말 내내 "통관 중"으로 처리되어 있어 걱정했었는데 다행히 무사히 오늘 도착했습니다. 제일 신간인만큼 박스 자체의 마감이나 완성도는 압도적이네요. 영롱한 파란색 빛을 뽐내는 황제의 창은 오랜 기간 눈독들이고 있었는데, 아무래도 수집가들 사이에서 인기 품목이라 그런지 늘 어처구니 없는 가격만으로 올라오다가 운 좋게 비교적 저렴한 미개봉 물건을 구하게 되어 신이 났었으나..

<저보다 먼저 뜯어본 나쁜놈들.>

 관세청은 절 정말 미워하는걸까요. 작년 피 속의 어둠 사건 이후로 가급적 직구는 하지 않고 비용이 더 들더라도 배송/통관 진행 전 과정을 실시간으로 알려주고 바로 제게 연락을 해주는 배대지를 이용하고 있는데요, 지금까지 도서 분류 항목으로 백 권을 넘게 들여왔지만 한 번도 이런 적이 없었는데, 굳이 뜯어 보고 내용물을 헤집어 놓았군요. 물론 파손된 물건은 없었지만 최초 개봉의 즐거움을 앗아가다니.. 뭐 관세청에서 해야 할 일이긴 하니 너무 뭐라고 해선 안되겠지만요.

<메가 에디션 + 기타 사이즈 한정판들>

 다른건 몰라도 아스토라스가 일반 한정판이 아니라 이 사이즈로 나온 것이 조금 의외였습니다. 사실 테라 공성전이나 아스토라스 사이즈가 적어도 제 손에는 더 잘 맞고 읽기 편하긴 합니다만, 그래도 사이즈 통일 면에서 작다보니 아래 칸으로 밀려나버렸습니다. 원래 근 3년간 출시된 40k 한정판들은 전부 일반 한정판 사이즈로 출시된 것으로 알고 있는데, 왜 아스토라스만 이렇게 작게 나왔는지 모르겠네요. 절반 정도 읽었는데, 아직까지는 생각보다 재미 없기까지 하니 이래저래 불만이..

 정 중앙에 있는 메피스톤은 제가 처음으로 구매한 블랙 라이브러리 한정판이라 의미가 큽니다. 맨 오른쪽의 보병 교본은 2018년판을 중고로 상당히 비싸게 주고 구매한 후에 방출했는데, 작년에 3만원대에 나와서 일단 다시 사뒀습니다. 그래도 종이 내구도나 마감, 희소성은 2018년판이 더 낫다보니 괜히 팔았나 하는 아쉬움이 있네요. 

<일반 하드커버 서적들>

 몇 백 게임을 했는지 감조차 오지 않을 정도로 플레이 횟수로는 압도적인 제 최애게임 언더월드의 소설판입니다. 최근에 나온 다이어카즘은 언월 최초의 단편집이라서 빨리 읽고 조만간 리뷰를 올릴 예정입니다. 그 옆의 스페이스 울프 책들은 헬윈터 게이트로 인해 3부작이 완성된다고 하여 이번에 주문했습니다만, 3부작이라고 하니 뭔가 압도되어 언제 손을 댈지.. 그 옆은 일전에 소개한 적 있는 아이젠혼 3부작의 워해머 40k 레전즈 판본입니다. 72권부터는 레이브너라서 레이브너 3부작까지 구매하여 그림을 좀 더 연장시키고 싶었으나, 레이브너가 일반 한정판으로 출시되면서 보류. 그 옆은 엔드 타임 고트렉의 운명 상/하권입니다. 기존 고트렉 시리즈의 유머러스함을 완전히 제거하고 비극으로 치닫는 스토리가 인상적입니다. 

<페이퍼백 책들>

 제 아이디가 메피스톤이지만 메피스톤 3부작은 하드커버로 샀으면 엄청 후회했을 졸작이라 그나마 페이퍼백으로 두고 있지만 다시 펼 일이 없을 듯.. 메피스톤 책만 아니었으면 진작에 중고장터행이었을겁니다. 

 블랙 라이브러리는 아니지만 마블 칼가 코믹스도 수집 중입니다. 현재 3호까지 나왔는데, 다음 달에 5호로 완결 예정입니다. 다양한 배리언트들이 있지만, 수집가 입장에서 제일 까다로운 것은 1:25라 불리우는 배리언트 버전입니다. 가게에서 같은 책 25권을 주문하면 1권을 껴주는 희소성 때문에 나름 코믹스 수집가들 사이에서는 가치가 있는 것으로 평가되는 듯 합니다. 저도 코믹스는 이번이 처음이라서 잘 몰라요. 

<1,2,3호 1:25 배리언트들.>

 4,5호의 경우 아직 1:25 소식이 없지만, 배리언트는 예구를 하는 것으로 보아 1:25는 없을 것 같습니다. 있으면 또 돈이 깨지겠지만요.. 1호의 경우 마블과 GW의 첫 협작이라 무려 5개의 다른 표지들이 있지요. 개인적으로는 흰색과 울트라마린의 푸른 색이 잘 어울리는 2쇄 기념판이 제일 이쁜 듯 합니다. 이쁘다고 더 비싼건 아니더라구요.

<현재까지 출시된 칼가 코믹스 전 판본>

 코로나가 기승이니 오히려 집 안에서 놀면서 수집할 물건이나 더 축내는 것 같습니다. 올해 발표된 것만 해도 벌써 던오브파이어 2,3권, 베퀸, 우리엘 한정판들, 맥팔레인 블러드 엔젤 프라이머리스 루테넌트, 헬블라스터 일반병 등 끝이 없으니 GW은 수집가를 자극하는 법을 제대로 알고 있는 듯.. 


최초의 워해머 40k 소설을 찾아서 Warhammer 40k


 워해머의 소설을 전담하여 출판하는 자회사 블랙 라이브러리가 존재하기 이전에도 물론 워해머는 존재해왔고, 워해머 소설도 많지는 않지만 존재해왔습니다. 오늘 소개할 Deathwing은 워해머 40k 역사상 최초로 책의 형식으로 출판된 소설입니다. 그 전에도 화이트 드워프를 통해 단편 소설이 종종 연재되긴 했으나, 이 책을 시작으로 GW는 워해머 40k의 소설 사업에도 본격적으로 뛰어들게 됩니다.

<이 무렵 같이 출시된 이안 왓슨의 인퀴지터와 함께>

 30년 전의 소설이다보니 지금과는 표지에서 느껴지는 분위기부터 사뭇 다릅니다. 거기에 지금 소설과 달리 일러스트도 무척 많습니다. 어릴 적 2판 룰북에서 페이지가 떨어질 때 까지 보던 여러 일러스트들을 다시 만나게 되어 반가웠습니다. 하지만 다른 것은 표지만이 아니라구요. 내용도 지금의 워해머와는 상당한 차이가 있습니다. 뭐 배경을 넘어 과연 소설 자체로 짜임새가 괜찮은가? 라고 한다면 글쎄요. 전체적인 평점은 상당히 낮은 수준이고 그 중에 해당 소설의 리뷰를 찾아보다 엄청 웃긴 한줄평을 보게 되어 잠깐 옮겨보자면..

<..지적 수준이 떨어지는 냄새가 우리 집에 진동해서 견딜 수가 없어 도서관에 기증했다.>

 도서관에 냄새 풍기면서 이웃들한테 끼치는 폐는 생각하지 않고.. 뭐, 좀 웃기는 부분도 있긴 한데 저는 저 정도는 아니었던 것 같은데.. 여튼 지금의 워해머 40k와는 상당한 차이가 있습니다. 하지만 30년의 세월을 감안하면, 그리고 당시에는 지금처럼 세계관이 확립되지 않았다는 점을 생각해보면 놀라울 정도로 현재의 워해머와 비슷한 점도 많아요. 7개의 단편소설이 수록된 단편집인데, 일단 4개까지 읽어본 현 시점에서 느낀 점을 몇 자 적어보겠습니다.

<어렵사리 구한 상태 준수한 1990년 초판입니다. 
최초의 소설이니 최초의 플라스틱 차량 키트였던 초판 라이노 옆에 둬봤어요.>

  첫 번째 단편인 데스윙은 다크 엔젤의 1중대 엘리트 터미네이터 데스윙의 기원을 다루는 이야기입니다. 이 당시의 다크 엔젤은 지금과는 정말 큰 차이가 있었습니다. 후드로 대변되는 비밀스러움이 상징인 현재의 다크 엔젤과는 달리 이 때의 다크 엔젤은 미국 인디언 컨셉의 자연주의적 컨셉이 두드러진 챕터라고 볼 수 있겠네요. 2판 룰북의 일러스트와 당시의 캡틴 모델을 보면 이런 특징을 엿볼 수 있지요.

<컨셉이 나쁘진 않지만 이럴거면 굳이 왜 이름에 “다크”가 들어가는지?>

 신병 모집도 과거 북아메리카 대륙의 인디언들과 비슷한 문명을 영위하는 행성에서 전사들을 뽑아갑니다. 터미네이터 30명으로 구성된 주인공 파티는 오랜만에 임무차 고향 행성에 들렀다가 부족들이 모두 살해된 것을 발견하게 됩니다. 그리고 처음 보는 금속의 도시를 발견하게 되는데.. 

 결론부터 말하면 행성은 진스틸러의 오염으로 도시에서 진스틸러 패트리아크를 황제로 모시도록 강요당하고 착취되고 있었던 것. 이들을 해방시키는 과정에서 대부분의 터미네이터들이 명예롭게 희생당하고 결국 행성을 진스틸러의 감염으로부터 탈환해냅니다. 데스윙은 이들이 타고 온 스톰버드 건쉽의 콜사인인데, 희생된 이들을 기념하고자 데스윙의 색으로 갑옷의 페인트를 남겨두기로 한다는 것이 대강의 내용.

 현재의 마린과는 사뭇 다른 모습들이 많이 보입니다. 우선 마린들은 나이를 먹어요. 인간보다는 오래 살지만, 의외로 그렇게 오래 살진 않습니다. 캡틴이 200살 정도인데, 스스로의 고령을 생각하며 나는 이제 곧 죽게 되고 여기에 다시 오지 못하겠구나 하며 생각하는 장면도 있고.. 그런데 드레드넛에 들어가면 여기서 좀 해방되는 듯도 합니다. 다만 우리가 아는 불구가 된 영웅이 안치되는 드레드넛이 아니라, 한 드넛이 위 캡틴에게 야 너 나이 먹어서 곧 죽을지도 모르는데 드넛에 안들어올래? 이런 투로 얘기하는 장면이 있는 것을 보면.. 불구가 아니더라도 상당한 위업을 달성하면 드레드넛에 들어갈 기회(저주..)가 주어지는 모양입니다. 

<그런데 수록된 일러스트는 다크 엔젤이 아니라 (가장 위대한 챕터) 블러드 엔젤.>

 그리고 그리고 그들은 두려움을 모를지니- 로 대변되는 공포 앞에서 절대 흐트러지지 않는다는 점이 현재의 스페이스 마린들인데, 여기서는 겁을 집어먹는 장면들이 수도 없이 나옵니다. 수술을 받고 강화된 인간이라는 점은 같고, 물론 정예병답게 일반 병사보다야 용감하지만 현재와 같이 다른 차원의 초인까지는 아닌 듯. 하지만 역시 공통점이 더 많지요. 호루스 헤러시의 이야기가 중간중간 나오는데 대충 지금 소설에 나와도 맞는 얘기고, 그 외 진스틸러의 생태나 특징들은 전부 현재와 같습니다. 의외로 그럭저럭 읽을만했어요. 작가가 고트렉이라는 캐릭터를 거의 만들어내다시피 한 윌리엄 킹이라 잘 썼기 때문일지도 모르겠네요.

 두 번째 이야기는 뒤틀린(Warped-워프의 라고도 해석될 수 있으니 중의적) 별이라는 이야기인데, 선천적으로 매우 뛰어난 싸이킥 자질을 갖고 태어난 아이에게 마수를 뻗히는 카오스의 세력과 이를 수호하여 자신의 후계자격으로 삼으려는 인퀴지터와 그 재량 하의 스페이스 마린간의 다툼 이야기입니다.

 둘이 싸우는건 후반부에나 나오고 초중반은 주인공 아이의 일상과 카오스와의 접촉이 주로 내용을 이룹니다. 도살장에서 일하는 이 아이는 싸이킥에 눈을 뜨게 되면서 도살장의 돼지 같은 여주인이 기회만 되면 자기를 강간하려 하는 마음을 알게 되어 식겁하면서도, 그 여주인의 아름다운 딸을 벗겨서 섹스하는 망상에 빠져있습니다. 이 과정이 조금 웃기기도 한데 카오스는 목소리로 아이에게 접촉하고 아이로 하여금 원을 상상하게 만들어 본인이 현실계에 나올수 있는 통로를 만드려 하는데, 자꾸 야한 생각만 하니 카오스의 존재가 심히 빡치면서 집중하라고 다그치는 장면 등 현재의 블랙 라이브러리 소설에서 볼 수 없는 개그와 에로티시즘을 엿볼 수 있습니다.

 에로티시즘 이야기가 나왔으니 말인데, 80년대의 영국은 오히려 지금보다 성에 대한 검열이 훨씬 느슨한 시기였고, 섹스에 대한 모든 것을 거의 원천적으로 차단하다시피 하는 지금의 GW와 달리 아래와 같이 노골적인 에로티시즘이 드러나는 일러스트들이 즐비했습니다. 소설에서 이런 묘사가 드러나는 것도 당시의 시대 분위기라고 볼 수 있겠네요. 우리의 세계는 과연 진보하고 있는 것인가..

<GW의 과거 행보>

 에로티시즘이 더 강화된 것은 이 다음 단편인 라크라이마타인데, 로그 트레이더의 함선에서 일하는 네비게이터의 이야기입니다. 어느 행성에서 금지된 쾌락을 야기하는 향수를 취급하게 되며 일어나는 이야기를 다루고 있습니다.

 이 향수를 계기로 장님(이지만 늘 그렇듯 일반인보다 더 잘 보는)이자 미인 애스트로패스와 정신적으로도 육체적으로도 조금 너무 가까워진 주인공은 황제를 위해 봉사하는 것이 사명인 애스트로패스답지 않게 그녀가 품은 불만을 알게 되고 불안해하는데.. 

 뭔가 대단한 내용이 있는 것은 아니지만, 네비게이터나 애스트로패스 등의 개념이 이미 이 때 확정되어 있다는 점이 꽤 놀라웠고 워해머 세계관에서 뭔가 이런 류의 감정선을 보는 것도 신선했습니다. 결말도 애스트로패스가 독약을 먹고 자살하는 폭력 없는 비극이니, 현재의 블라 소설에서는 찾아보기 어려운 감성을 느낄 수 있습니다.

 제가 읽은 마지막 이야기는 외계의 짐승을 품고(Alien Beast Within) 라는 칼리두스 어쌔신의 이야기입니다. 주인공인 여자 어쌔신은 칼리두스 템플의 최고 요원입니다. 연령을 불문하고 완전하게 변신하는 데에 능한 그녀는 심지어 아름다운 엘다로 변장하여 모두를 속이고 임무를 수행한 적이 있을 정도로 이 분야에 있어 천재적입니다.

<Jonas Spokas님의 칼리두스 어쌔신 일러스트>

 그런데 어느 날 상관으로부터 받은 임무는 이후 그녀의 삶을 송두리채 바꿔놓게 됩니다. 그 임무인즉 바로 진스틸러 하이브리드로 변신하여 침투, 컬트를 와해시키라는 것. 그러나 이번에는 시술의 특성상 진스틸러 하이브리드로 변신 후에 절대 다른 형태의 변신을 할 수 없는 몸이 될 것이라고 하는 충격적인 사실을 전달받는 주인공.

 어쌔신답게 스스로는 도구에 불과하다고 생각하고 냉철하게 임무를 수행해왔던 주인공이지만, 이번에는 조금 다릅니다. 하지만 이를 거스르지 못하고 결국 시술대에 오르고 몸을 재구성한 후에 컬트로 침투하게 되지만..

 이 당시 메인 악역은 진스틸러 컬트였던걸까요? 냉전을 거쳐 내부의 적에 대한 경계가 극도로 심하던 80년대의 사회 분위기를 반영한 것인지, 진스틸러 컬트에 대한 묘사와 공포심은 여기저기에서 아주 빈번하게 등장합니다. 이 단편의 어쌔신 말란디는 데스윙과 같이 출판된 최초의 40k 장편소설 인퀴지터에서도 등장한다고 하는데, 어떤 모습으로 등장할지 궁금하네요. 

 본서는 블랙 라이브러리에서도 흑역사로 취급되는 모양인지 블랙 라이브러리가 출범 후 표지를 바꾸고 재출간된 적도 있지만 아주 많은 부분들을 통째로 삭제, 통편집당한 후에 재출판됐다고 합니다. 현재와 설정이 다소 다른 부분이야 시간의 흐름에 따라 당연한 것이니 굳이 바꿀 필요가 있었을까 싶긴 한데.. 그 외에 분위기 쪽에도 손을 많이 댄 듯 하나 이쪽도 야설급으로 아주 노골적으로 음란한 묘사에 치중한 것도 아니고, 그럭저럭 재밌게 묘사된 것을 보면 개정판 편집에 대한 아쉬움이 있습니다.

<이 글을 쓰는 현재 인터넷에서 구매가 가능한 유일한 초판본은 아마존답게 아주 양심 없는 가격에 올라와 있습니다.
평점 1점에 주목.>

 수집가인 제 입장에서는 기왕 구하는 것, 최초의 40k 소설이라는 의의에 걸맞게 1991년 2쇄도 안돼, 무조건 1990년의 초판을 구하자! 는 것을 목표로 했기에 수고로움이 들었단 책이기도 합니다. 아마존에 있는 중고 셀러에게 전부 연락을 돌려가며 발매일자와 상태를 상세히 물었지만 1990년판이 아니거나, 책의 물리적인 상태가 도저히 소장할 가치가 없을 정도로 훼손된 수준이거나, 아니면 둘 다거나 했으니까요. 물론 30년이나 된 책이니 그럴 법 하다는 생각은 들지만..

<요원했던 1990>

 이 책에 그만한 수고를 들일 가치가 있었을까요..? 그건 솔직히 영 잘 모르겠으나, 저는 읽는 동안 꽤 재밌는 경험이긴 했습니다. 사실 저의 이 책 사냥은 끝나지 않았습니다. 같은 초판이라도 이 책은 영국과 미국에서 동시에 출판됐는데, 양자의 사이즈와 책등이 미묘하게 다릅니다. 저는 영국판을 선호하는데 아마존에서 파는 위 상품이나, 제가 지금 손에 들고 있는 이 책은 미국판이니 언젠가! 영국판을 반드시 손에 넣도록..

<그럼 다음에는 이 책과 비슷한 시기에 나와서 더 야하다고 소문난 최초의 40k 장편 소설, 인퀴지터를 읽어보겠습니다.>


1 2 3 4 5 6 7 8 9 10 다음